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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oc Marciano - 656
    rhythmer | 2026-02-11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oc Marciano
    Album: 656
    Released: 2026-01-23
    Rating:
    Reviewer: 김현명









    락 마르시아노(Roc Marciano)의 음악은 하나의 양식에 가깝다. 드럼을 최소화한 구성, 샘플을 중심으로 한 곡 전개, 그리고 힘을 덜어낸 래핑은 그의 음악에서 반복되는 주요한 특징이다. 열 번째 정규 앨범인 [656]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구축된 스타일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워드 플레이의 밀도다. 마르시아노는 여전히 복잡한 은유와 중층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를 한 곡 안에서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한다. “Trick Bag”의 도입부인 “From quarter-waters to cutwater / Dior valor warmup hoarder / This custom order, you can’t get it on Mr, Porter”는 섬세하게 배치된 단어들에서 작동하는 놀라운 라임 구조를 보여준다. 이를 드러내는 방식도 랩 스킬을 과시하기보다 전체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명품 역시 비슷한 태도로 다뤄진다. “Childish Games”와 “Yves St. Moron”을 비롯한 여러 곡에서 언급되는 브랜드들은 사치의 상징이 아니라, 부와 명예를 거치고 난 다음 단계의 물건처럼 묘사된다. 이는 성공의 자랑이 아닌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는 전리품에 가깝다. 이런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앨범 전반의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샘플링 루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덕션도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Hate Is Love”, “Good For You”, “Easy Bake Oven”와 같은 곡에서는 소울과 재즈풍의 샘플을 기반으로 한 루프가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비트가 흐릿한 질감으로 마감되었다. 이러한 기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은 “Easy Bake Oven”다. 피아노 루프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듯한 질감으로 마감되어 랩이 또렷하게 들린다.

    음산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능숙하게 녹여내는 것도 매력적이다. “Vanity”는 대표적이다. 드럼이 존재하지만, 리듬은 호흡과 워드 플레이를 통해 비롯된다. 마르시아노가 오랫동안 구축해 온 드럼리스 스타일의 완성도를 역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피처링은 최소한으로 사용되었다. “Rain Dance“와 “Trapeze“ 두 곡에 참여하는 에롤 홀든(Errol Holden)은 마르시아노에게 밀리지도, 주도권을 빼앗지도 않는 안정적인 래핑을 선보인다. 변주를 위한 장치로 사용하기보다, 마르시아노의 일관적인 톤을 유지하는 요소로 활용된 인상이다.

    마르시아노가 다루는 이야기는 전과 다르지 않다. 마지막 곡인 “Melo”에서는 재즈 보컬 루프를 활용한 비트 위에서, 자수성가와 변화의 과정을 덤덤하게 서술한다. 감정의 고저 없이 이어지는 화법은 성취를 만끽하는 단계를 넘어 과거를 회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그가 쌓아왔던 스타일을 뛰어난 완성도로 다시금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르시아노는 [656]에서 자신이 확보한 언어와 사운드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개별 곡의 인상보다, “Trick Bag”에서 “Melo”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태도가 먼저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56]은 락 마르시아노가 추구하는 세계관이 여전히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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