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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ill Scott - To Whom This May Concern
    rhythmer | 2026-04-02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ill Scott
    Album: To Whom This May Concern
    Released: 2026-02-13
    Rating:
    Reviewer: 황두하









    무려 11년 만이다. [Woman](2015) 이후 질 스캇(Jill Scott)은 피처링과 투어 등으로 바쁘게 활동을 이어왔다. 팬들은 새 작품을 기대했지만, 그는 ‘단어가 입 밖으로 흘러나올 만큼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 번째 정규 앨범 [To Whom This May Concern]을 발표했다.

    질 스캇은 존재와 사랑에 대한 긍정을 노래한다. 외부의 시선과 인정을 바라지 않고,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 내부에 있다는 성숙한 시선을 견지한다. “Beautiful People”, “Offdaback”처럼 사람은 공동체와 선조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Pay U On Tuesday”, “BPOTY” 등을 통해 무책임하고 속물적인 인간들과 개인을 착취하는 사회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투 숏(Too $hort)이 착취하는 포주의 입장으로 분해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낱낱이 고발하는 “BPOTY"는 인상적이다.

    섬세하면서도 솔직한 감정 표현은 질 스캇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동화되게 한다. 삶은 감정이 아닌 선택의 결과라는 깨달음을 설파하는 “The Math”, 연인의 눈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우주를 발견하는 “A Universe”, 존재 자체의 사랑을 축복하는 메시지를 담은 “Àṣẹ”(*주: ‘Àṣẹ’는 나이지리아 서남부권에서 쓰이는 요루바어로 ‘그것이 이루어지기를’이라는 뜻이다.) 등은 특유의 표현법이 마음을 울린다. “Norf Side”, “Pay U On Tuesday”, “Don’t Play”처럼 사이사이에 절묘하게 유머를 가미해 너무 무겁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마감됐다. 하우스 리듬을 차용한 “Right Here Right Now” 같은 곡도 있지만, 대체로 차분하게 흘러간다. 유려한 베이스 라인과 다양한 소스들이 맞물리는 “Beautiful People”, 후렴구에서 울리는 혼 연주가 뭉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Pressha”, 단순하면서도 풍성한 코러스가 신성한 기운을 불어넣는 “Àṣẹ” 같은 곡들은 앨범의 기조를 대표한다.

    프로덕션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악기는 베이스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악기의 중심에서 베이스가 무게를 잡아준다.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Offdaback”, “Ode To Nikki”, “To Be Honest” 같은 곡에서는 그 자체로 끈적한 리듬감을 자아내며 뻗어가는 보컬과 좋은 균형을 이룬다.

    힙합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투 숏을 비롯해 티에라 웩(Tierra Whack), 앱소울(Ab-Soul), 제이아디(JID) 등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벌스로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해 준다. 질 스캇 역시 “Norf Side”와 “Ode To Nikki”에서 래퍼들에게 밀리지 않는 랩 실력을 선보인다. 특히,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가 프로듀싱한 붐뱁 넘버 “Norf Side”는 코러스와 중독적인 베이스라인, 현장감이 살아있는 드럼, 그리고 마디마다 독특한 소스를 첨가하는 연출로 질 스캇과 티에라의 랩을 더 돋보이게 한다. 세 사람의 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곡이다.

    베테랑다운 능숙한 보컬은 마지막 곡까지 집중해서 들게 되는 가장 큰 힘이다. 나긋하게 멜로디를 밟아나가며 리듬을 밀고 당기다가도 “Beautiful People”, “Pressha”, “Don’t Play”의 후반부처럼 능숙한 애드리브로 혼을 쏙 빼놓는다. 블루스를 근사하게 재현한 “Pay U On Tuesday”에서는 마치 1인극을 듣는듯한 연기력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질 스캇은 경력 내내 삶과 사랑에 대해 노래해 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항상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시선이 있었다. 11년의 시간을 넘어, [To Whom This May Concern]에는 조금 더 어른이 된 질 스캇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음악적으로도 보다 농익고 깊어졌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어본 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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