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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ames Blake - Trying Times
    rhythmer | 2026-04-07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ames Blake
    Album: Trying Times
    Released: 2026-03-13
    Rating:
    Reviewer: 장준영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는 장르와 장르 사이를 끊임없이 유영하는 아티스트다. 데뷔작인 [James Blake](2011), 큰 성공을 거둔 [The Colour in Anything](2016), 마지막 정규였던 [Playing Robots Into Heaven](2023)과 릴 야티(Lil Yachty)와 함께 만든 [Bad Cameo](2024),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참여한 많은 곡까지.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일렉트로닉이 기저를 이루지만 힙합과 록, 가스펠 등등, 많은 장르를 취하면서 고유한 분위기와 스타일을 관철하기 때문에, 매번 찾아 듣게 만드는 이름이다. 

     

    새 앨범도 그렇다. 내내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진득한 사운드를 구축한다. "Death of Love"를 들어보자. 죽음을 앞둔 장자(長者)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초연한 태도를 담은 "You Want It Darker"를 샘플링하여 원곡의 느낌은 그대로 취했다. 동시에 사랑의 종결을 향해가는 상황을 담담히 흐느끼듯 특유의 보컬로 전달한다.

     

    1950년대 두왑을 품은 디 신시어스(Thee Sinseers)의 "It Was Only a Dream"을 샘플링한 "I Had a Dream She Took My Hand"에선 따듯하고 달콤한 꿈을 표현한 프로덕션 사이로 선명한 멜로디를 촉매로 씁쓸한 감정이 틈입하는 순간을 연출하며, 얼터너티브 록을 품은 "Make Something Up"에선 불안감과 간절함을 로파이한 질감과 엮었다. 특정 장르와 사운드만을 밀어붙이는 것 대신에 여러 시도로 가득 채운 프로덕션은 이질감을 낳기 십상이다. 그러나 상반되고 상충될 만한 요소로 합집합을 만들고 시너지를 완성해 묘한 감상을 이끄는 곡이 계속돼 신기할 따름이다.

     

    [Trying Times]는 앨범명처럼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되돌리려 시도하는 이야기가 즐비한 작품이다. 한결같이 우울한 가사를 이어가면서도, 요동치는 감정에 맞게 음악적인 변주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Doesn't Just Happen"을 예로 들 수 있다. 삶과 사랑에 초연한 태도 위로 데이브(Dave)의 현실적이며 비관적인 스케치로 공간을 꾸린다. 공허한 심경을 대변하는 에코 이펙트에 보컬 샘플과 단조 계열의 스트링, 차갑게 떨어지는 비트와 탁탁 내리꽂는 랩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Rest Of Your Life"에선 비슷한 감정을 다른 기조로 주조했다. 에코 사운드와 이펙트를 가득 사용해 몽환적이고 묘한 질감을 풀었으며, 테키한 드럼과 샘플링 루프, 풍성한 건반 사운드로 밝고도 우울한 모순되는 감정을 영리하게 구현했다. 마지막 곡 "Just A Little Higher"에선 차분하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사무치는 감정을 터뜨린다. 특히 현악기와 버금가는 처연한 팔세토 보컬이 실제 현악기와 만나 가장 나지막한 방식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으뜸 가는 곡이다.

     

    [Trying Times]는 돌출하는 프로덕션 사이로 일관된 분위기와 절묘한 퍼포먼스로 사무치는 감정을 수놓는 작품이다. 깊고 진한 슬픔을 향해 갈수록, 감흥의 단맛은 더욱더 올라오는 역설적인 순간이 연출된다. '달콤한 슬픔'이라는 표현에 역력히 어울리는 앨범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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