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Ghais Guevara - Goyard & The Kayfabe Reveal
- rhythmer | 2026-04-1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Ghais Guevara
Album: Goyard & The Kayfabe Reveal
Released: 2026-03-06
Rating:



Reviewer: 김현명
필라델피아 출신의 가이스 게바라(Ghais Guevara)는 급진적인 정치의식과 독창적인 사운드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쌓아왔다. 세 번째 정규 앨범 [Goyard & The Kayfabe Reveal]에서 그는 전작 [Goyard Ibn Said](2025)에서 구축한 페르소나를 스스로 파괴한다. 프로레슬링에서 약속된 설정을 뜻하는 용어인 ‘케이페이브(Kayfabe)’를 제목으로 내세워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던 ‘랩스타 고야드(Goyard)’의 이면을 드러낸다.
앨범은 처음부터 난해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꺼낸다. 첫 번째 곡인 “Prologue”는 니체의 ‘원한’ 개념을 들어 양의 우화로 근대 정치를 해석하는가 하면,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를 거쳐 자신의 언어에 불확실성을 제시한다. 이는 이어질 장황하고 파편적인 진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나 "Your Getaway (Ad Break)"나 "Manufacturing Lack"을 비롯한 여러 곡에서 개진되는 사유들은 과잉된 지적 유희처럼 비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게바라는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이를 납득시킨다.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되는 “The Kayfabe”는 강렬하다. 의도적으로 탁하게 보정된 목소리와 단출한 루프 위로 육중하게 배치된 베이스는 랩의 타격감을 압도하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Jouissance, the Wealthy”에서는 보컬 레이어링을 통해 형성된 기괴한 에코가 호러코어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며 그가 그리는 비극적인 이미지들을 구체화한다.
샘플링의 운용은 음악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Performative"에서 소울 샘플을 잘게 쪼개어 배치한 뒤 급격하게 리듬을 변화시키는 순간은 황폐한 분위기에 뒤섞인 절규처럼 들린다. 이를 또 다른 분위기로 연출한 "Battle of Ressentiment"는 앨범의 백미다. 솔란지(Solange)의 "Weary"를 샘플링해 서늘한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강렬한 킥 드럼과 충돌시켜 고양감을 극대화한다. 덕분에 코러스에서 들리는 "I’m gonna look for my body"는 그가 쌓아 올린 여러 극단적인 오브제들과 함께 신비로운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게바라는 제국주의와 식민 사회를 비유적 이미지로 언급하며, 현대 사회의 관습들을 해체한다. “Performative”에서 내뱉는 강조된 남성성에 대한 불만에는 불안함이 섞여 있고, 이를 허세뿐인 업계의 모습으로 확장하는 파로(FARO)의 랩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읊는 “The Kayfabe Reveal”이나, ‘국가’에 대항한 이들의 참혹한 말로를 진술하는 “Manufacturing Lack” 또한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랩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비트의 빈자리를 담백한 리듬감으로 채워 긴장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여기에 생소한 단어들을 정교한 워드 플레이로 조합해 듣는 재미가 있다.
[Goyard & The Kayfabe Reveal]은 불친절하고 탁한 인상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철학적 층위를 경유하며 여러 무거운 주제를 밀어붙이는 그의 방식은 이성적이면서도 집요하다. [Goyard Ibn Said]을 지나 도착한 이곳은 더욱 외롭고 음산하며, 마치 폐허가 된 세계에 남겨진 사유의 흔적을 쫓아가는 듯하다. 37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준 높은 완성도로 밀도 있게 유지한 점도 놀랍다. 이 앨범은 가이스 게바라가 현재 주목해야 할 비범한 창작자 중 한 명임을 증명한다.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