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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하이어 뮤직 - Purple Tape
    rhythmer | 2026-04-28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하이어 뮤직(H1GHR MUSIC)
    Album: Purple Tape
    Released: 2026-04-09
    Rating:
    Reviewer: 장준영









    [H1GHR: Red Tape]/[H1GHR: Blue Tape](2020) 이후 약 6년 만에 내놓은 [Purple Tape]은 그동안 하이어 뮤직이 겪은 변천사를 어렴풋이 예측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참여진에서 잘 나타난다. 피에이치원(pH-1), 빅 나티(BIG Naughty), 우디고차일드(Woodie Gochild)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수장이었던 박재범과 차차 말론(Cha Cha Malone)이 레이블을 떠났고, 식케이(Sik-K), 트레이드 엘(TRADE L), 김하온 등등 많은 아티스트가 하이어와 작별했다. 물론 나간 만큼은 아니지만 새로 들어온 이티스트도 있다. [쇼미더머니]의 우승자인 릴보이(lIlBOI)가 그렇다.

     

    이처럼 많은 레이블의 주력 아티스트가 대거 나간 상황에서 발매된 [Purple Tape]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멤버만으로도 과거의 영광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하는 작품으로 읽힌다. 초반에 배치한 "월드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ike 2002년 World cup / Turnt up 2026 H1GHR MUSIC we taking over / 우리 손안에 Uh', '넘기지 않아 쌓아 트로피를'이라 말하며 자신감과 다짐을 네 래퍼가 일관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엔 릴보이가 있다. 마치 작두를 타듯 폭발적인 랩으로 레이블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앨범을 여는 "Workman"부터 변함없는 태도와 열정이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힘 있고 활기찬 랩을 펼치며, "Overnight"에선 리드미컬한 비트 위로 속도감 있는 거침없이 내뿜는 퍼포먼스가 흥미롭다.

     

    문제는, 반대로 얘기하면 릴보이 외에 이렇다고 할 다른 래퍼들의 퍼포먼스가 돋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에이치원은 "Overnight"과 "Phone"에서 특유의 랩과 훅으로 매력을 드러내지만, 여태 그가 들려주었던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 우디고차일드의 퍼포먼스는 다른 랩에 비해 탁월하지도, 개성이 강하지도 않은 탓에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랩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빅 나티는 괜찮은 실력을 들려주지만, 서정적인 보컬로서의 강점을 들려줬던 이전 결과물과 비교했을 땐 분명 최선의 결과물처럼 들리진 않는다.

     

    무엇보다도 레이블 앨범으로서 특색이 없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네 래퍼가 레이블을 중심으로 모인 결과물에선 다루는 소재와 표현이 개인 결과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같은 주제로 랩을 쏟아내는 것 또한 파편의 연속처럼 응집되지 못한다. 앨범을 다 듣고 나면 "Warm Up Freestyle"이 귀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한 입지와 상황에서도 꿋꿋이 지켜내려는 초심을 드러내는 내용도 훌륭하며, 보컬에 집중하던 빅 나티의 흔치 않은 타이트한 랩이 자꾸만 듣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한 곡이다. 서로 다른 아티스트가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몇 안 되는 곡이다.

     

    [Purple Tape]의 강점 중 하나는 프로덕션이다. 평소 릴보이와 자주 호흡을 맞춘 강욱과 너쉬룸(NUSHROOM)은 다양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Bora"가 대표적이다. 원곡인 "보라빛 향기"의 틀을 살리는 대신,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영리한 샘플링 결과물을 완성했다. "〈3U"에선 댄서블한 프로덕션에 어울리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보컬 샘플 소스를 영리하게 섞었고, 폭발적인 뱅어 "Gaga"에선 헤비한 신스와 둔탁한 트랩 비트로 만족스러운 질감을 구현한다. 

     

    다만, 후반부의 곡 배치와 완성도가 아쉽다. "BDB"에선 속도감 있는 앞뒤의 프로덕션과 지나치게 상이해 앨범의 흐름이 끊기며, 여느 피에이치원의 곡과 별반 차이가 없는 "GPT Freestyle"의 등장은 왜 솔로 곡을 넣어야 했는지를 자꾸 물어보게 만든다. 차분한 곡이 연속되다 급작스레 튀어나오는 폭발적인 레이지 뱅어 "Say No More"도 어색하고 어우러지지 못하는 인상이다.

     

    레이블 앨범이 수적으로 부족한 한국에선 [Purple Tape]은 존재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작품이다. 더구나 하이어 뮤직의 현재를 파악하기에도 충분한 앨범이다. 하지만 목적과 의미가 완성도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목적엔 아쉬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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