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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apsody - God Gotta Afro & Gold Hoops
    rhythmer | 2026-09-1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apsody
    Album: God Gotta Afro & Gold Hoops
    Released: 2026-08-21
    Rating:
    Reviewer: 황두하









    랩소디(Rapsody)는 줄곧 흑인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노래해 왔다. [Eve] (2019)에서는 흑인 여성들의 성취를 기리고 삶과 사랑을 긍정하는 한편, 여성 래퍼에게 정형화된 성적 이미지를 요구하는 음악 산업에는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 비판은 여성의 성적 표현 자체보다 선택의 폭을 좁히는 산업의 시선을 향했다. 전작 [Please Don’t Cry] (2024)에서는 관계의 상처와 실수에 더해 자신의 성적 욕망과 경험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흑인 여성의 자부심을 말해 온 랩소디가 사적인 삶까지 드러내며 이야기의 범위를 넓힌 작품이었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God Gotta Afro & Gold Hoops]에서도 흑인을 긍정해 온 기조는 이어진다. “God Gotta Afro”는 아프로 머리를 한 신을 노래하며 흑인의 외형을 신성함과 연결한다. 조상에게서 이어진 문화와 억압 속에서도 그것을 지켜 온 역사는 앨범 전반에서 자부심의 근거가 된다. 동시에 “No Way”에서는 노 점퍼(No Jumper)와 블라드티비(VladTV)를 직접 지목하며 흑인 문화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매체들을 공격한다. 종교적 상상력을 통해 흑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문화의 착취에 맞서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그런 신념을 지키며 쌓아 온 자신의 경력도 자랑한다는 것이다. “No Way”에서는 성적 이미지나 총기 과시에 기대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Pick A Side”에서는 돈보다 메시지를 택했다고 강조한다. 주류가 여성 래퍼에게 요구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왔다. 그래서 “You! (DJ Whoo Kid Joint)”에서 옷차림과 랩 실력을 뽐내는 모습도 다르게 들린다. 성공의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지켜 온 선택을 자랑하는 자기과시다.

    자부심에 설득력을 더하는 건 랩이다. 랩소디는 많은 단어와 익숙지 않은 고유명사를 한 벌스에 담으면서도 발음을 또렷하게 유지한다. 강세를 비트의 앞뒤로 옮기고 호흡의 길이를 조절해 빽빽한 구절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Pick A Side”와 “You! (DJ Whoo Kid Joint)”에서는 강한 비트에 맞춰 목소리의 긴장감을 높인다. 반면 “Black Love”와 “Pretty Bird / Way U R”에서는 속도와 억양을 섬세하게 바꾸며 애정과 상실의 감정을 전한다. 가사의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곡의 정서에 따라 전달 방식을 달리하는 연기력이 돋보인다.

    긴 이야기를 풀어 가는 동안 집중력을 붙드는 방식도 좋다. 벌스를 이어 가다가 특정 문구를 반복해 리듬과 의미에 강조점을 만든다. 마지막 곡 “Act II: Bloodline / Growing Older”에서 거듭 등장하는 ‘My mother’s getting older’는 부모의 노화를 이야기하는 긴 서사의 중심을 잡는다. 리듬 파트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구간에서도 랩의 억양과 호흡만으로 박동을 만들어, 부모의 변화를 지켜보는 이야기에 끝까지 귀를 기울이게 한다. 함께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면서도 다가올 이별을 두려워하는 감정이 곡이 끝난 뒤에도 길게 남는다.

    프로덕션은 힙합 비트를 바탕으로 소울 샘플과 재즈의 질감, 보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러 목소리가 랩과 맞물리면서 앨범 전반에 따뜻한 기운을 더한다. “Never Break”와 “Black Love”에서는 보컬이 랩에서 꺼낸 상처와 애정의 감정을 이어받는다. “Pretty Bird / Way U R”는 여유로운 연주 위에서 랩과 노래를 연결하며,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넘어간다. 소재와 곡의 분위기가 바뀌어도 소울과 재즈가 앨범의 흐름을 잇는다.

    그 안에서 각 곡의 개성도 분명하다. “OMG! (Love to Sun Ra)”는 우주적 세계관을 음악에 구현했던 재즈 음악가 선 라(Sun Ra)의 콘셉트와 사운드를 힙합으로 옮겨, 가사가 그리는 공간을 소리로도 확장한다. “No Way”에서는 찬트처럼 반복되는 후렴과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의 리듬이 맞물려 집단적인 저항의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God Gotta Afro”와 “You! (DJ Whoo Kid Joint)”는 808 드럼과 베이스를 앞세워 랩의 힘을 강조한다. 이 곡들에도 독특한 보컬 소스를 겹쳐 놓아 비트의 무게가 달라져도 앨범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디안젤로(D’Angelo)의 “One Mo’ Gin”을 샘플링한 “Apple Juice”에서는 앞선 곡들과 퍼포먼스의 편차가 드러난다. 디안젤로를 오마주한 네오소울 풍의 사운드에 맞춰 랩소디도 노래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랩에서 보여 준 세밀한 리듬 조절과 감정 표현에는 미치지 못한다. 가창 자체는 나쁘지 않고 곡의 분위기에도 어울리지만, 그 이상의 감흥을 느끼긴 어렵다. 상대를 ‘사과 주스에 든 설탕’에 빗대는 가사도 같은 이미지를 되풀이할 뿐 호감과 망설임을 더 깊게 풀어내지는 않는다.

    앨범에서 스스로 말하듯, 랩소디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 왔다. 여성 래퍼에게 특정한 성적 이미지를 요구하는 주류 힙합계에서 그 방식에 기대지 않고 이만한 성취를 거둔 사례는 드물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완성도 높은 음악과 뛰어난 랩, 자신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가사의 힘이다. [God Gotta Afro & Gold Hoops] 역시 그 강점을 보여 주며 랩소디의 경력에 또 하나의 음악적 성취를 더한다. 꾸준히 좋은 앨범을 발표하면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지켜 온 그의 행보는 지금보다 더 큰 인정을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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