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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이로한 - BABO
    rhythmer | 2026-09-28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이로한
    Album: BABO
    Released: 2026-08-26
    Rating:
    Reviewer: 김현명









    <고등래퍼 2>로 인지도를 얻고 VMC에 합류했던 이로한은 레이블 해체 이후 긴 공백을 보냈다. 2026년에 들어 싱글을 발표하고 언텔(UNTELL)과 합작 앨범 [YEAHWHERE]을 내며 복귀의 신호를 알렸지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BABO]는 단숨에 이목을 끈다. 단 5곡으로 구성된 짧은 EP지만, 달라진 스타일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로한은 초창기부터 붐뱁 비트 위에서 박자를 강조하는 랩과 낮은 톤으로 힘주어 내뱉는 워드플레이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러나 색깔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음악적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BABO]는 다르다.

    첫 단추는 프로덕션이다. 오딘(oddenn)이 맡은 초반 두 곡 “BABO”와 “TEAMPUNK”가 대표적이다. “BABO”는 빠른 템포 위에 간결한 신시사이저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베이스를 배치해 긴박한 리듬감을 만든다. 곡이 진행되며 루프가 차례로 변하지만, 초반에 형성한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TEAMPUNK” 역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소리를 왜곡하며 날카로운 질감을 유지한다.

    각 곡에 참여한 게스트들도 프로덕션과 시너지를 낸다. 강렬한 랩으로 “TEAMPUNK”의 포문을 연 쿤디판다(Khundi Panda), “ATT”의 묵직한 분위기를 한층 강조한 오디(ODEE), 특유의 감정 연기로 광기 섞인 분위기를 연출한 빈첸(VINXEN) 모두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이로한의 존재감이다. 새로운 음악적 색깔을 선택한 만큼 랩에도 변화를 주었다. 전반적으로 힘을 뺀 듯 내뱉다가 하이라이트에서는 목을 긁으며 비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야기도 달라졌다. 몇 년 전 숱하게 말해왔던 상경과 성공담 대신, 기존의 것을 전부 내려놓겠다는 태도를 담은 ‘바보’를 주제로 택했다. “BABO”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포부를 전하는 대표적인 곡이다.

    에이프 오브롱(Ape Oblong)이 맡은 세 곡도 사운드의 개성은 분명하지만, 일부 곡에서는 몰입이 흐려진다. “ATT”는 템포를 낮추고 공간감을 끌어올려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식상한 후렴을 기세로 밀어붙이는 데 그친다. “0” 역시 메탈릭한 신시사이저를 흔들리는 듯한 패턴으로 배치해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인간관계를 통해 ‘바보’의 또 다른 의미를 드러내는 듯한 이야기는 앨범의 끝에서 선명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쿤디판다가 이끄는 레이블 백래시(bvcklash)에 합류한 뒤 처음 발표한 앨범에서 이로한은 확연히 달라진 스타일을 선보였다. 오딘과 에이프 오브롱의 뛰어난 프로덕션에 맞춰 랩을 변화시키면서도 존재감이 묻히지 않는다. 물론 14분이라는 짧은 분량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담긴 이야기 역시 간단한 포부에 가깝다. 그럼에도 스타일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은 놀랍다. 몇몇 아쉬움보다 다음 행보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게 남는다. 그간의 공백을 메우려 한 여러 시도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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