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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플리키 뱅 - ANTI
    rhythmer | 2026-10-07 | 2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플리키 뱅 (Fleeky Bang)
    Album: ANTI
    Released: 2026-09-22
    Rating:
    Reviewer: 김현명









    플리키뱅(Fleeky Bang)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작업물을 내놓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빠르게 쌓아왔다. 허스키한 톤과 날것의 유머가 섞인 가사, 에너지 넘치는 랩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래퍼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공격적인 태도는 이러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묶어냈다.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라인을 쏟아낸 [The Predator] 시리즈와 [AKUMA]가 대표적이다. 곡마다 추구하는 바가 명확해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의 스타일이 다채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슷한 플로우와 자기과시 위주의 가사가 반복되면서 곡 사이의 차이가 흐려졌다. 근래에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듯하다. [ANTI]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변화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하드 테크노(Hard Techno)와 레이지(Rage), Y2K 분위기의 크렁크(Crunk), 보컬로이드 음악과 2010년대 여성 아이돌의 곡을 샘플링한 디지코어(Digicore)까지, 최근 빠르게 소비된 장르들을 15곡 안에 담았다. 전체 재생 시간이 30분에 불과한 만큼, 개별 곡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양한 시도가 난잡하게 들리기 쉬운 구성이다.

    초반부의 “antistar”에서는 디스토션으로 뭉개진 저음역대의 신스사이저가 어지럽게 얽힌다. 플리키뱅은 불편하면서도 독특한 리듬 위에서 힘을 뺀 랩을 이어간다. 그러나 강렬한 사운드와 랩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 전개되는 인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whiplash”로 이어진다. 뭉개진 신스사이저의 음역대를 높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랩에도 힘을 싣지만, '이게 만약 쉬워 보인다면 녹음 버튼 누르고 니가 해보던지' 같은 평이한 가사가 몰입을 끊는다.

    이어지는 “pink swag”과 “bad influence”는 강한 베이스와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두 곡 모두 의미 없는 영문 가사와 구호를 반복하는 후렴으로만 이루어져, 굳이 별개의 곡으로 나눌 이유를 찾기 어렵다. 목소리의 톤만 과하게 높인 대목에서는 랩이 빠르게 내달리는 비트에 휘둘리는 듯해, 앞서 쌓인 에너지마저 흩어진다.

    중반부부터는 분위기가 바뀐다. “like it”, “ALICE”, “f r i d a y”로 이어지는 곡에서는 특색 없는 자기과시와 여성에 관한 외설적인 이야기가 반복된다. 유머도 약해졌다. 워드플레이를 쌓아 적절한 타이밍에 재치를 드러내기보다는 단순한 표현을 무작위로 나열하는 데 그친다. “ALICE”의 '전화 와, 콜렉트 콜 Fleeky는 bitch collector' 같은 가사가 그렇다.

    플로우에서도 어색한 대목이 드러난다. “what it feels like”의 '너와 결혼할 만큼 널 안사랑해' 같은 구절은 박자를 억지로 쪼개어 배치한 듯해 위화감을 준다. 후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이어진다. 특히 “f r i d a y”의 '이쁘게도 입고왔네 여자들이 견제해'를 비롯한 보컬 파트는 곡의 밝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귀에 거슬린다.

    플리키뱅이 전곡의 프로덕션을 맡았음에도 랩과 비트 사이의 이질감은 크다. 하이퍼팝과 디지코어의 색이 짙은 “notice?”나 “but i ain’t danced jersey at home”에서도 기존 스타일의 랩과 어색한 보컬로 밀어붙일 뿐이다. 그 탓에 씨스타의 “Touch My Body”를 샘플링한 “Touch My Body (2027)”도 뜬금없이 들린다. “ALICE”부터 이어지는 모든 곡에 삽입된 트랜지션도 의문스럽다. 곡이 바뀔 때마다 무작정 끼워 넣은 느낌이 강하다. 최근 트랜지션을 강조한 릴 테카(Lil Tecca)의 구성이나 슬레이어(Slayr)의 연출을 어설프게 답습한 것처럼 들린다.

    '안티'라는 주제에 걸맞은 서사도 부재한다. 불편한 사운드를 앞세운 초반부의 몇몇 곡을 제외하면, 앨범 제목이 가리키는 바를 가늠하기 어렵다. 가사도 대부분 여성과의 관계, 헤이터를 향한 태도, 자기과시에 머물며 표현 역시 신선하지 않다. 그렇기에 “whiplash”의'여전히 외치고 있어 난 DIRTYPLAY 내 피로 이루어진 YEL 이거 빼면 나 가사를 못 쓴대 이것들 없으면 난 내가 아닌데' 같은 구절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마지막 곡 “finish (broken ‘09)”에서는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며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평면적인 묘사와 감정적인 호소에 치우친 채 갑작스럽게 마무리된다. 앞선 곡들과도 어우러지지 않아 이질감이 두드러지고, 이야기 자체도 진부하게 들린다.

    플리키뱅은 [ANTI]에서 스타일의 변화를 꾀한 듯하지만, 랩과 가사는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이전의 장점마저 퇴색했다. 새로운 장르를 독창적으로 구현하기보다 레퍼런스를 재현하는 데 그친 인상이다. 짧은 재생 시간에도 허술한 완성도 탓에 피로감이 쌓이고, 대부분의 곡에서 감흥이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변화를 꾀하며 스스로를 과녁으로 삼았지만, 남은 것은 허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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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ripxxxtentacion (2026-10-07 19:05:51, 61.75.17.**)
      2. 1점 줄줄 알았는데 후하네요
      1. untouch77 (2026-10-07 15:32:11, 106.101.207.**)
      2. 인디고에이드 스태프온리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1. Yama (2026-10-07 14:37:41, 104.28.102.**)
      2. 동의합니다
        1.5점급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수준이지만 2점급이기엔 약간 아까운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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