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방사능   
Album: 리듬파워!(EP)
Released : 2010-08-26
Rating : 
Reviewer : 예동현







실망감은 항상 큰 기대의 뒤를 쫓는다. 반대로 진짜 놀라움은 언제나 무관심 속에서 그 꽃을 피운다. 오늘은 놀라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방사능의 EP [리듬파워!]는 실로 간만에 건져낸 순수한 놀라움의 결정체다. 일상의 단편들을 잘게 쪼개어 풀어놓는 이야기 솜씨나 그 안에 한 번씩 청자를 키득거리게 하는 재치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랩’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수반한 상태에서 마이크 앞에 섰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랩’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고, 굳이 예를 들어가며 비유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방사능 멤버들의 랩은 사실 순간순간 특정 인물들의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이들은 그 기술의 거장들을 그럴듯하게 모창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사한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거의 완성된 느낌이다. 이들의 랩은 기술적 방법론을 따라 가사를 쓰고 그 안에 라임을 조립한 마디들을 나열하는 이상의 매력이 있다. 이런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특히, “We Runnin”에서의 랩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비트도 흥미롭다. 이 앨범에 비트만으로 명곡이라 꼽을 만큼 완벽한 사운드는 없다. 하지만, 비트 대부분은 역동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멤버들의 랩과 매력적으로 맞물린다. 특별하게 일관된 컨셉트나 방향성은 그리 보이지 않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비트들이 짧은 앨범을 이끌고 나가면서도 그리 난잡하다는 느낌은 없다. 랩이 완벽하게 비트를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사실 약간은 믹싱 상태가 아쉽긴 하지만, 이상하게 이 앨범에서 부족한 믹싱은 오히려 다양한 사운드의 질감을 안정시켰다(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바를 그냥 담아냈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거창한 결과물에 욕심 내거나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고 뽐내기보다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만끽한다. 덕분에 나도 그 순간들을 정말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앨범에 어떤 거대한 의미를 들이대며 비판적 시각으로 이리저리 재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요즘 들을 게 없다면, 이 앨범을 집어 들어라. 후회는 없을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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