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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nderson .Paak & Cordae - Heavy Is the Crown
    rhythmer | 2026-11-02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nderson Paak. & Cordae
    Album: Heavy Is the Crown
    Released: 2026-10-23
    Rating:
    Reviewer: 황두하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코데(Cordae)의 합작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코데의 데뷔 앨범 [The Lost Boy] (2019)에 수록된 “RNP”를 시작으로 “Two Tens”, “Summer Drop”까지, 둘은 꾸준히 협업하며 호흡을 다져왔다. 세 곡 모두 제이콜(J. Cole)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그의 비트 위에서 서로의 말을 받아치듯 랩을 주고받으며 조합의 매력을 증명했다. 첫 합작 앨범 [Heavy Is the Crown]의 문을 여는 “58th Floor” 역시 제이콜의 곡이다. 그간의 협업을 잇는 출발점이자, 단일 곡에서 보여준 호흡을 앨범으로 확장하는 첫 단계다.

    “58th Floor”는 이들의 강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앤더슨 팩이 코데에게 전화를 건다는 설정 아래, 두 사람은 대화를 랩으로 옮기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각자 준비한 벌스를 차례로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말에 반응하며 하나의 장면을 완성한다. 능청스러운 상황극에서 본격적으로 랩을 몰아붙이는 후반부로 넘어가는 전개도 효과적이다. 대사를 주고받는 재미와 각자의 랩을 감상하는 재미가 한 곡 안에 담겼다.

    프로덕션은 이러한 교환을 뒷받침한다. 제이콜 외에도 나인스 원더(9th Wonder), 컨덕터 윌리엄스(Conductor Williams), 스위즈 비츠(Swizz Beatz) 등이 참여해 소울에 기반한 질감과 선명한 리듬을 중심으로 곡을 꾸렸다.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Lovely Day”를 활용한 “A Good Day”가 대표적이다. 익숙한 선율에 묵직한 저음과 팻맨 스쿱(Fatman Scoop)의 추임새를 더해 원곡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활기찬 랩 트랙으로 옮긴다. 마지막 곡 “Godfather II”에서는 오페라풍 코러스와 스위즈 비츠의 추임새가 두 사람의 랩에 힘을 싣는다. 편안한 소울 샘플부터 극적인 편곡까지 곡마다 분위기를 달리하면서도, 랩과 보컬이 전면에 나설 공간을 확보한다.

    이를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는 쪽은 앤더슨 팩이다. 거친 음색을 유지한 채 랩과 노래를 오가고, 말투와 강세를 바꾸며 곡에 생기를 더한다. “A Good Day”에서는 장난스러운 랩과 유연한 보컬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Days Like This”에서는 한층 힘을 실은 목소리로 곡을 이끈다. 코데는 정돈된 플로우와 명료한 발음으로 흐름을 이어받는다. 앤더슨 팩의 자유로운 표현과 코데의 안정적인 랩이 맞물릴 때, 어느 한쪽의 솔로곡에서는 얻기 어려운 리듬감이 만들어진다. 각자의 기량만큼이나 상대에게 차례를 넘기고 다시 받아오는 과정이 앨범의 재미를 결정한다.

    가사 역시 과시와 농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Helpless”에서 두 사람은 관계의 실패와 부모로서의 책임을 돌아본다. 코데가 딸과 떨어져 지내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앤더슨 팩이 아이의 생일에 술에 취해 나타났던 일을 꺼내는 대목은 앞선 곡들의 자신감과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잘못과 후회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풀어내면서 고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코데의 차분한 전달은 이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 힘을 얻는다. 앨범의 유쾌한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이 감당하는 일상의 책임도 드러나는 순간이다.

    다만, 좋은 호흡이 두 사람의 존재감을 대등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앤더슨 팩은 짧은 추임새나 농담에서도 개성을 드러내지만, 코데는 안정적인 랩에 비해 자신만의 인상을 남기는 표현이 부족하다. 돈과 이성, 성공처럼 익숙한 소재를 다룰 때 이러한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상대의 퍼포먼스를 매끄럽게 이어받으면서도 곡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는 순간은 적다. 프로덕션도 친숙한 소울과 힙합의 문법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덕분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지만, 기존 협업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Heavy Is the Crown]은 11곡, 약 31분의 간결한 분량 안에서 두 사람이 함께할 때의 장점을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다. 상황극과 과시, 개인적인 고백을 오가는 동안 랩과 보컬의 교환이 흐름을 이끌고, 다양한 프로듀서의 비트도 이를 뒷받침한다. 코데의 상대적으로 옅은 개성과 익숙한 음악적 접근이 한계로 남지만, 앨범을 즐기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조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보다, 오랜 협업으로 쌓아온 호흡이 한 장의 앨범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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