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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이슬림탄탄 - 스토리탄탄 2
    rhythmer | 2026-11-07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이슬림탄탄
    Album: 스토리탄탄 2
    Released: 2026-09-23
    Rating:
    Reviewer: 강일권









    서울대입구역 앞 롯데리아에서 대마를 기다리는 밤을 노래했던 이슬림탄탄은 이제 엄마가 테니스를 치러 가서 만나지 못했다는 일상까지 랩으로 남긴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어리둥절할 만한 조합이다. 그러나 그에게 이 두 이야기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대마와 술, 연애와 섹스, 가족과 어린 시절의 기억, 운동하고 밥을 먹는 소소한 일상 등등. 자신의 삶에 스쳐 간 일이라면 무엇이든 랩의 소재가 된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떠들고 노래하다가 느닷없이 속마음을 내비치는 식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심히 흘려보낸 말들이 때로는 공들여 쓴 가사보다 오래 귓가를 맴돌기도 한다.

    그런 이슬림탄탄의 매력을 일찌감치 보여준 곡이 2024년 발표한 "서울대 입구"다. 그는 친구들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기다리다가 택시를 타고 대마를 구하러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귀갓길에 신호등은 유난히 길고 택시는 빠르게 느껴졌다는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짧은 대목이지만 당시의 들뜬 기분과 낯선 감각, 막연한 불안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대마 제조 사건을 떠올리면 이 이야기를 마냥 유쾌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장소와 행동, 당시 느꼈던 감각까지 엮어 일련의 경험을 흡인력 있게 풀어내는 재능만큼은 확실히 돋보인다.

    [스토리탄탄 2]에서도 그는 경험과 감정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풀어놓았다. 다만 이번에는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기보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사를 쓰는 과정마저 가사로 만드는가 하면, 하나의 비유에서 비슷한 말을 줄줄이 이어가고 자신의 일과를 늘어놓다가도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그냥’이라는 말은 이슬림탄탄의 창작 태도를 압축한 표현처럼 들린다. 그냥 랩을 하고 그냥 노래가 나오고, 그냥 행복해진다. 이토록 열심히 ‘그냥’을 외치는 래퍼도 드물 것이다. 특히 말로는 그냥이라지만 이야기가 이리저리 새는 와중에도 평소 쓰는 말투와 되풀이되는 표현을 살려 맛깔스러운 리듬을 주조해낸다.

    “해바라기”는 그런 매력이 잘 드러난 곡이다. 겉으로는 연인을 향한 고백이지만 어쩐지 또 다른 대상을 염두에 둔 것만 같은 이 곡에서 그의 자유분방한 작사법은 더욱 과감해진다. 연인을 태양에 비유하는 익숙한 표현에서 출발한 가사는 농약, 대마초, 커피, 변기, 김건희, 쌈장, 후식냉면 등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상들로 뻗어나간다.

    상대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설명하면서 그 필요성을 점점 황당한 방향으로 부풀리는데, 심지어 소금 없는 소금빵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까지 튀어나온다. 그렇게 엉뚱함과 아슬아슬함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너가 없는 나는 탱크 없는 전두환’이라는 구절에 이르면 당혹스러움 속에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워진다. 올해 한국 힙합에서 들은 가장 문제적이고 웃긴 라인이다.

    이 장광설의 재미는 기발한 비유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늘어놓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리듬을 형성하는 랩에서는 즉흥적인 프리스타일 특유의 순발력과 장난기가 느껴진다. 여기에 인디 팝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기타 리프와 부드러운 후렴이 장난스러운 랩에 뜻밖의 낭만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섹스”에서는 친구들에게 랩도 못하고 노래도 못한다며 핀잔을 주다가 옥탑방과 반지하에서 함께 음악을 만들던 시절, 마약 거래와 수감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이후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을 내비치더니 미안할 것 없다던 태도도 어느새 사과로 바뀐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온갖 험한 말은 쉽게 내뱉으면서도 ‘미안해’라는 세 글자는 좀처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이슬림탄탄도 한참을 에둘러 말한 끝에야 그 짧은 사과를 건넸다. 그렇게 친구들을 향한 짓궂은 농담과 허풍으로 시작한 노래가 조금씩 그리움과 미안함, 자책으로 기울어가는 과정에서 애틋한 진심이 묻어난다.

    이러한 가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역시 랩과 보컬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이슬림탄탄의 퍼포먼스는 이름과 달리 탄탄함과 거리가 있다. 말하자면 엉성함과 개성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박자를 타는 감각이 들쭉날쭉한 데다가 노래할 때는 자주 음정이 흔들린다. 구절의 끝을 흐리거나 리듬을 어색하게 끊어버리는 순간도 꽤 있다.

    그런데 참 묘하다. 이런 불안정함이 오히려 중독적으로 다가온다. 감상을 거듭할수록 구어체 래핑과 멜로디에 빠져들고 성의 없이 흘려보낸 듯한 구절이 자꾸 귀에 맴돈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경계가 이토록 애매한데, 듣는 재미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여느 래퍼에게서는 결점으로 들릴 법한 요소들조차 이슬림탄탄에게서는 고유한 매력이 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이것은 엉성함이 아니라 독자적인 스타일이다.

    프로덕션은 힙합에 기반을 두고 인디 팝과 팝펑크의 감성을 두루 받아들였다. “해바라기”의 기타 리프와 친근한 코드 진행이 인디 팝의 정서를 불러낸다면, “섹스”의 활기찬 기타 사운드와 직선적인 리듬에서는 팝펑크 특유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앨범의 첫 곡 #TrappedOut”은 마이애미 베이스의 경쾌한 리듬과 통통 튀는 베이스 라인에 감미로운 알앤비(R&B) 멜로디가 어우러졌다. 고스트 타운 디제이스(Ghost Town DJ's)의 “My Boo”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 지난 6월에 발표한 db김재권과의 합작 [오병이어]의 외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친근하고 감상적인 멜로디 위로 투박한 목소리와 엉뚱한 가사가 흘러나오는 부조화가 매력적이다. 다만 반복적인 편곡이 그의 변덕스러운 랩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도 더러 귀에 밟힌다. 특히 마지막 곡 "끔울 꿔"는 구구단마저 그의 능청스러운 랩에 휘말리는 대목이 재미있지만('여덟 잔에 여덟 잔을 곱하면 바로 열여섯 잔'), 말 잇기의 재미와 반복적인 구성은 앞선 곡들에서 충분히 경험한 터라 마무리로서의 인상은 다소 약하다.

    듣다 보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다가도 무심히 내뱉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다섯 곡, 13분 남짓한 EP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흔치 않다. 다만 짧은 러닝타임에 서로 다른 이야기와 음악적 시도를 담아내다 보니 하나의 작품으로 어우러지는 즐거움은 누리기 어렵다. 대신 [스토리탄탄 2]는 아티스트 이슬림탄탄의 존재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여전히 그의 이름이 생소할 이들에게도 개성을 각인할 만하다. 그렇다면 EP로서 어느 정도의 몫은 다한 셈이다. 이슬림탄탄의 랩에 누군가는 고개를 젓고 누군가는 열광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가 또 아무렇지 않게 ‘그냥’ 랩으로 만들 새 앨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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