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팔로알토 - Daily Routine
- rhythmer | 2010-11-09 | 2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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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팔로알토(Paloalto)
Album: Daily Routine
Released : 2010-11-09
Rating :
Reviewer : Quillpen
팔로알토는 참으로 묵묵히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라는 이름 아래 초지일관해온 뮤지션이다. 데뷔작이었던 [발자국 EP](2004)부터 정규 1집 [Resoundin’](2005)을 거쳐 무려 5년만의 솔로 복귀작이었던 [Lonely Hearts EP](2010)까지, 그는 매 앨범마다 랩퍼로서 내뱉는 적당한 스웨거와 당대를 사는 젊은이로서 느끼는 것들, 그리고 씬에 대한 단상을 감정의 과잉 없이 매우 담백하게 담아왔다. 그동안 그가 만들거나 선택한 비트들은 한결같이 미국 90년대의 재지하고 소울풀한 힙합 비트가 주를 이루어왔고, 커리어 역시 특별히 튀거나 하는 부분 없이 안정적으로 이어져왔다(그나마 정글 엔터테인먼트에서 잠깐 동안 활동이 튄다면 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자, 대개 이쯤 되면, 팔로알토 같은 뮤지션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뉘기 마련이다. ‘자신이 선택한 하나의 음악관을 가지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멋진 뮤지션’이거나 ‘음악적인 도전 정신 없이 적당한 성공에 안주하는 한계가 명확한 뮤지션’이거나.
정식으로 설문조사를 한 건 아니지만, 힙합 커뮤니티의 반응을 종합해볼 때, 그리고 내 관점에서 보자면, 팔로알토는 전자에 속하는 뮤지션이다. 조금만 비슷한 내용을 내뱉어도, 또는 조금만 전작에 빚을 지고 있어도 (도대체 어느 정도,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건지 모를)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다른 음악적인 성취는 뒤로 한 채, ‘제자리 걸음’으로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득실득실한 이 가벼운 판 속에서 어떻게 팔로알토는 이와 같은 위치를 점할 수 있었을까? 이번 앨범까지 듣고 나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는 바로 한국힙합 씬에서 드물게 동시대를 살거나 그 시대를 거쳐온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탄탄한 랩으로 내뱉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에게는 흐른 시간만큼 성숙해진 랩 스킬과 딜리버리가 함께한다.
이번 [Daily Routine]에도 우리가 팔로알토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랩과 비트가 담겨 있다. 전작 [Lonely Hearts]가 자신의 뿌리를 다시 찾기 위해 오버그라운드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접고 언더그라운드로 돌아온 뮤지션의 고민과 쓸쓸함을 담아냈다면, 이번 앨범은 그 고민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젊음을 담보 삼아 제2의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느낌이다. 그 타이틀처럼 ‘일상’을 테마로 구성한 본 작에는 팔로알토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느끼는 여러 심상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언제나처럼 하루가 시작되고, 여전히 몸담고 있는 한국힙합 씬 안에서 자신이 건재함을 알리며 의지를 다짐과 동시에 씬의 물을 흐리는 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며 시작한 그의 일과(“새로운 아침”, “물러서”)는 오늘날 자신의 꿈을 실천하고 살면서 하게 되는 끝없는 고민과 고군분투(“Enough”, “가뭄”, “Dreamer”, “City Lights” 등등)를 지나 잠자리에 들기 전 자기반성과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담은 기도("죄인")로 마무리된다. 그 한 곡 한 곡에서 뮤지션이라는 명함 아래 부리는 허세는 찾아볼 수 없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시크하게 그는 그저 이 커다란 사회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많은 20대 젊은이 중 한 명으로서 감정을 토해낼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부분이 몇 번의 공감의 순간을 연출하며 희열을 선사한다. 팔로알토라는 뮤지션의 강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앨범에는 워드플레이에 충실하면서 듣는 재미와 랩의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끔 하는 트랙들도 존재한다. 허클베리 피와 함께 ‘손’의 중의적인 표현을 빌어 인간군상을 나열한 “High Five”와 사마-디, 비-프리와 함께 한바탕 라임 놀이를 펼치는 “Rhyme Melody”, 그리고 씬의 동료들의 이름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그들을 향한 ‘Shout-Out’과 힙합의 요소를 표현한 “Elementree” 등은 앨범의 중반부를 수놓는 하이라이트 곡들이다.
랍티미스트, 뉴올리언스, 김박첼라, 비다 로까, 콰이엇, 론리 하츠 클럽(211 & 팔로알토), 프라이머리 등이 책임진 프로덕션도 성공적이다. 각 프로듀서의 색깔은 확실하게 드러나면서도 적당히 어반하고 깔끔한 질감으로 다듬어져 유기적인 흐름을 이루고 있으며, 특별히 작법적으로 획기적이거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앨범의 컨셉트는 물론, 팔로알토의 랩과 매우 잘 어우러진다. 각자 자신들의 이름값은 하되 철저하게 팔로알토의 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참여 랩퍼들의 활약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특히, 평소 한영 혼용을 즐기던 몇몇 랩퍼들이 보여준 한국어 랩핑과 빈지노, 앤덥, YDG가 각각 곡에서 들려준 매력적인 후렴구는 본 작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다만, 곡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어쩔거야”는 비트의 스타일이나 주제가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다른 곡들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혼자만 삐죽 솟아있는 느낌이고, 팔로알토가 마초적인 성향을 드러내어본 “Love Game” 역시 곡의 딜리버리 때문에 매끄러운 흐름이 끊기는 듯하여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팔로알토는 전작과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뿌리에 힘을 실어서 음악을 시작하고 싶었다.’는 바람을 실천했고, ‘유행에 휩쓸리는 뮤지션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 아무리 좋고 값비싼 옷이라 해도 어울리지 않으면, 그 가치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팔로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해서 입었고, 이는 아주 준수한 결과물로 이어졌다. 혹자들은 어쩌면, 본 작에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뮤지션들의 앨범과 별다른 점을 찾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걸 잊어선 안 된다. 많은 랩퍼가 진짜와 가짜를 나누면서 진정한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외치고, ‘이 씬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걸 설득력 있게 랩으로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이는 별로 없다. 팔로알토는 그렇지 않은 드문 뮤지션 중 한 명이고, 본 작은 그 증거의 산물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Quill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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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개구리 (2010-12-29 18:22:40, 125.187.3.**)
- 요즘 국힙에서 대세인 팔로
랩핑만 들으면 거구인듯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론 호리호리한 체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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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ty (2010-11-13 19:33:24, 58.234.238.**)
- Dreamer 듣다가 울컥했습니다...
20대의 고민을 이렇게 건강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MC는
팔로알토가 거의 유일무이 하지않나 싶네요.
엘범 흥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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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남쌩 (2010-11-13 14:02:10, 68.46.2.***)
- 아... 너무좋네요
글자 한음절한음절 귀에 쏙쏙박히는느낌
담백 그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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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현 (2010-11-13 13:19:39, 180.66.18.***)
- 저도 자주 돌리는 앨범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팔로알토가 의도했던 것들이 들리고 그래서 재밌는 앨범이네요.
입대 전의 플로우를 떠올리면 지금은 비교적 정적인 플로우를 들려주지만,
지루하거나 허접한 느낌은 아니고 오히려 그의 음악적 방향성과 추구하는 사운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한 것도 있기는 함)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한국어스러운 랩을 하는 랩퍼는 팔로알토인 것 같습니다.
진부한 표현도 없고, 특유의 표현력이 유니크하고 센스도 확실히 뛰어나죠.
영어를 거의 섞지 않고 한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하는 랩퍼들 중에
가장 안정적이고 탄탄하면서도, 세련된 플로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메타보다 더)
아, 영어가 별로 없어도 전혀 촌스러운 느낌이 없고요.
Lonely Hearts Club의 멤버로서 들려주는 사운드도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다른 프로듀서들의 곡들보다 그들의 곡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의식있고 겸손한,
통찰력있는 가사는 정말 팔로알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여러모로 점점 훌륭한 뮤지션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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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치왕엠씨몽 (2010-11-11 15:59:35, 110.11.41.***)
- 전작 Lonely Hearts가 워낙 좋아서 이번엔 전작만은 못하단 생각이 쬐끔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팔로알토.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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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훈 (2010-11-11 01:38:15, 58.143.91.***)
- 전 팔로알토가 굉장히 도시적인 아티스트란 생각을 합니다. 도시의 틀 안에서 도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 발 떨어져서 자기 할일 하는 아티스트로 도시의 어느 부분의 구성요소 같다고 해야하나.. 뭔가 서울이란 공간을 실재하는 것보다 요란하지 않게 더 멋스럽게 꾸며버리는 능력이 있다고 해야하나..
아 무슨 소린가 ㅎㅎ, 예전에 무대에서 마이크선 어깨에 걸치고 관객 앞으로 돌진하는게 참 멋졌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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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s (2010-11-10 12:14:45, 175.113.194.***)
- 여전히 담백한 가사와 목소리 좋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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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nAzure - Vanishing Nuit (2010-11-10 01:06:25, 155.201.35.**)
- 앨범리뷰 잘읽었고 기대가 되네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Mr.P!!!
앨범주문해서 꼭 들어야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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