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소리헤다 - Soriheda
- rhythmer | 2011-02-16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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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소리헤다
Album: Soriheda
Released : 2011-02-16(온라인: 02-18)
Rating :
Rating (2020) :
Reviewer: 이경화
1 PD와 여러 MC가 조합을 이룬 앨범에서 프로듀싱이 중심을 잃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중구난방식의 앨범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여기 젊은 프로듀서 소리헤다는 그 중심을 잘 잡은 덕에 매우 오밀조밀한 구성의 앨범을 들고 청자들을 마주한다.
앨범은 소리헤다와 젊은 MC, 그리고 보컬리스트가 의기투합한 8곡과 1분이 조금 넘는 인스트루멘탈 7곡이 번갈아가며 제공된다. 그리고 이 곡들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성들이 순차적이고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앨범의 표지는 맨홀이다. 이 맨홀 속으로 들어가면서 앨범은 시작한다. 맨홀 속은 까만 어둠투성이지만, 조그맣게 난 구멍 사이로 빛이 난다. 이것은 어둠과 희망에 관한 앨범이다.소리헤다의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은 드럼+베이스 기반에 메인 악기 하나가 도화지에 소리라는 이름으로 붓칠하듯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다. 마치 작곡자가 '나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하는 느낌이다. MC, 보컬들과 호흡을 맞춘 트랙의 제목들은 모두 불완전한 요소들이다. 어둡기에 드러나는 빛("Night Lights", "별이 빛나는 밤에") , 생각과 몸의 이동("헷갈려", "Let It Go"), 악어 없이는 살기 힘든 ("악어새").... 이렇듯 맨홀 속에서 느껴질 법한 외롭고 어두우며, 불완전한 느낌의 곡들이 전반부에 위치하다가 인스트루멘탈 트랙인 "Midnight Alone"을 통해 화자는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후, 삶의 오르내리막("Highs and Lows")을 지나 방사능의 보이비(Boi.B)의 랩을 통해 화자는 함께 걷자고(Walk with me) 노래하고 마지막에서는 불완전한 느낌을 벗어나 새로운 날("해가뜨면")을 기다리게 된다. 마치 한 사람이 늦은 저녁 맨홀에 빠져 구멍 속 빛을 바라보며 자정 넘도록 혼자 있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는 서사적인 구조를 취하는 듯하다. 물론, 이는 소리헤다의 앨범을 접한 필자의 자체적인 해석일 뿐이다.
평소 자신의 톤보다 높은 톤의 랩을 선보인 라임어택의 "Night Lights"가 톤에 민감한 청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지만, 앨범에 참여한 MC와 보컬들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앨범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특히, 보컬 소울맨과 랩퍼 아날로그 소년이 참여한 "해가 뜨면"은 무분별한 스웨거 송이 판치는 힙합 씬에 그룹 들국화가 불러 알려진 구전가요 "사노라면"의 21세기 힙합식 답가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짜임새가 훌륭하다.
샘플링 작법을 취한 소리헤다는 힙합에서 샘플링이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잘 부각시키고 있으며, 소스 하나하나에서 소리의 질감에 신경 쓰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프로듀싱 부분뿐만 아니라 소리의 공간감과 믹싱, 마스터링 등 엔지니어적인 부분에서도 뒤쳐지지 않는다.
소리헤다의 별 헤는 밤과 희망에 관한 이 한편의 서사적 앨범을 듣고 나니 한국힙합 씬에 또 한 명의 훌륭한 프로듀서가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음원으로 한 트랙씩 듣기에는 아까운 앨범이다. 재즈힙합을 좋아하는 청자들에겐 앨범 통으로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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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k (2011-12-07 18:40:51, 219.248.13.**)
- 진짜 기대되는 프로듀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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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소년 (2011-02-25 15:22:37, 211.47.85.***)
- 소리헤다를 통해 재즈힙합 프로듀서를 또 발견하는 기쁨의 순간을 느끼내요. 흑인음악의 비약적인 발전이내요. 세계 음악의 중심은 서울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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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H (2011-02-20 23:34:29, 218.232.178.***)
- 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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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2011-02-18 20:11:48, 125.185.2.**)
- 오옷 이 앨범 평이 꽤 좋더군요. 한번 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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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閑良 (2011-02-17 16:15:09, 220.88.53.**)
- 아 내일쯤 올텐데 진짜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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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Jez (2011-02-17 15:55:35, 119.67.73.***)
- 얼른 음반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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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두리 (2011-02-17 12:45:47, 121.153.13.**)
- 워! 오늘 리드머에 오길 잘했네요^^
요즘 랩의 주제가 스웨거쪽으로 너무 많아서 거의 안들었거든요.
그래서 BRS Records에서 음반이 나오면 되려 제가 고맙더라구요^^
소리헤다가 BRS Records소속인지는 앨범구매하면서 알았지만요.ㅎㅎ
암튼 고맙습니다. 리뷰 너무 잘봤구요. 기대만큼 좋은것 같아 어서 듣고 싶네요^^
근데.. 소리의 공간감이라는것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잘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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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ig Die Young (2011-02-17 11:46:00, 112.154.238.**)
- 재즈 성향의 힙합을 좋아하는 편이라 주문했는데 오늘 온다네요. 리뷰 보니 기대가 잔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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