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이정 - Let's Dance
- rhythmer | 2011-02-25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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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정(J.Lee)
Album: Let's Dance
Released : 2011-02-07
Rating : +
Reviewer : 이병주
대중이 이정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다신”을 통해 보였던 강렬한 가수의 모습보다 논스톱에서 연기자로서 친근한 모습을 먼저 떠올릴 사람도 많을 것이고, 분명히 그건 이정 스스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상당한 활동 기간에 비해 딱히 꼽아볼 만한 히트곡이 없다는 점도 그러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한 몫하고 있다. 그래도 인기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한 멤버가 병역 관련 파문에 휩싸였을 때 대체자로 가장 먼저 언급되었던 것이 그였단 점을 생각해보면, 많은 이가 시트콤을 통해 정감 가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해병대까지 다녀온 그에게 상당한 호감을 품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어쨌든 더욱 도약하기 위한 멍석은 깔린 셈이다.데뷔 때부터 그는 무엇보다 훌륭한 보컬로서 많이 다뤄지고, 또 주목받았다. “다신” 이후로는 주로 통속적인 스타일의 무난한 곡들을 줄곧 선보였음에도 남다른 기대가 뒤따랐던 것도 바로 보컬의 힘이었다. 조금씩 들어가 있었던 자작곡은 보너스랄까. 3집 때부터는 자작곡의 비중을 대폭 늘리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입지를 다져가기 시작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프로듀서로서 앨범 전체를 스스로 조율하고 지휘했다.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그가 보컬리스트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여전히 변함없다는 점은 다른 음악적인 이야기를 함에 앞서 일단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타이틀곡과 동명인 앨범명 [Let's Dance]에서 드러나듯, 변화를 화두로 삼아 과감한 트렌드의 수용을 어느 정도 작정(?)하고 만든 앨범이다. 이른바 발라드라 불리는 느린 템포의 팝 넘버들도 예전처럼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오토튠에서부터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트랙들이 앨범의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이것저것을 시도해보자는 의욕이 조금 과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새로 익힌 트렌디한 표현법이 그만의 것으로 영글기까지 충분한 시간과 시도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그러한 점이 드러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렉트로니카 장르 색채가 가장 강하게 묻어나는 타이틀 곡 “Let's Dance”인데, 현재 이 곡은 작년 니요(Ne-Yo)가 공개했던 곡 “Beautiful Monster”와 표절 시비로 한참 떠들썩하다. 우선 과거와 같이 일정 부분 이상 멜로디가 겹치는가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곡은 표절이란 낙인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대 대중음악에서 멜로디 메이킹 뿐만 아니라 프로듀싱-편곡 부분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증대된 역할을 고려해볼 때 표절 의혹 제기가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비록, 이 글에서는 표절 여부에 대한 똑 부러지는 판단을 잠시 유보하더라도(특히, 요즘의 음악에선 어느 누군가가 경직된 기준을 들이대며 홀로 결론지을 수는 없기에),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으로도 ‘프로듀서 이정’에 대해 물음표를 달아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곡들이 프로듀서로서 그가 하고 싶은 음악들을 마음껏 해보고 있다는 느낌은 줄지언정, 치밀하게 기획되고 짜여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비장하게까지 느껴지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트랙 “길비켜”가 크런치하고 강렬한 리듬부로 여느 가요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Just A Friend”에서는 후렴을 제외한 전체 멜로디에서 오토튠을 과감하게 활용하는 시도가 인상적이지만, 이번 앨범이 주는 감흥은 딱 거기까지다. 전반적으로 리듬 파트가 강하다는 점이 하나의 특색을 부여함에도 예전의 이정 음악과 근본적으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되는 점은 그 외 악기 파트의 편곡 때문이다. 가요 편곡의 전형을 답습하는 곡들이 상당하고, 한두 곡에서 그것을 어느 정도 탈피했다고 하더라도 앨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듀서가 바뀌었음에도 앨범에서 건질만한 것이 여전히 그의 보컬뿐이라는 점은 아무래도 안타깝다.
이정이 데뷔한 것이 2002년이었으니,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해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3집에서부터였고, 또 프로듀서로서 앨범에서 전권을 쥐고 작업하게 된 것은 이번 EP가 처음인 셈이다. 아무래도 그러한 부담이 정규가 아닌 EP 앨범을 내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은 기대했던 것만큼 프로듀서로서 본인의 앨범, 더 나아가서는 뮤지션으로서 본인 특유의 색깔을 살리지는 못했다고 느껴지는데,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다. 이전의 앨범들과 비교해 그의 송라이팅 실력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고, 근래 가요계에서 본인의 음악 작업을 함에 있어 전권을 쥐고 활동해나가는 뮤지션이 드물기도 하단 점을 참작해 볼 필요도 있다. 비록, 많은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군 제대 후 뮤지션으로서 제대로 다시 서기 위한 그의 혈기 넘치는 신호탄이라고 받아들여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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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eye (2011-03-01 18:40:36, 180.180.210.***)
- 사실 이번 앨범 나오고 렛츠댄스 듣고나서 역시라는 아쉬움과 함께 트랜드를 따라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근데 이정은 분명 색깔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오운님 저도 열 좋아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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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knownn (2011-02-26 13:46:53, 112.154.228.**)
- 개인적으로 이정의 커리어에서는 타블로와 했던 "열"이라는 곡이 제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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