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콜 리뷰] Big L -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
    rhythmer | 2012-02-21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ig L
    Album: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
    Released: 1995-03-28
    Rating: 
    Reviewer: 양지훈









    이따금씩 발매되는 사후 앨범의 공개와 맞물려, 유능한 랩퍼였던 고인 빅 엘(Big L)에 대한 힙합 리스너들의 언급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는 오래 전부터 오직 칭찬만이 따르는 몇 안 되는 랩퍼 중 한 사람이었으며, 그런 그에게 붙는 영광스런 수식어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에게 왜 찬사가 따르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1) 랩퍼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인 딜리버리에 있어 최고 수준이라는 점, (2) 비트에 맞춰 정교하게 짜인 라임을 내뱉다가도 때로는 스피디한 랩으로 돌변하는 변화무쌍의 플로우, (3) 공격적인 랩 스타일에 최적화된 하이톤의 목소리를 근거로 들 수 있겠다. 최근 2~3년 사이에도 빅 엘이 생전에 녹음했던 자료들이 앨범 단위로 공개되곤 했지만, 데모 테잎(Demo Tape) 수준의 조악한 음질을 갖춘 음원이 대부분이어서 만족감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후 앨범을 들어도 역시 'Unreleased & Remixed'의 한계에 봉착하고 마는 이 시점에서 빅 엘의 데뷔작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라는 최고의 앨범에 다시금 손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Lifestylez ov da Poor & Dangerous]가 갖는 상징성과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단지 막강한 재능을 가진 동부 랩퍼의 존재를 천명하는 작품이라는 점에 그치지 않고, D.I.T.C. 크루의 성공적인 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제이-(Jay-Z)와 캠론(Cam'Ron, 당시는 Killa Cam)의 앳된 시절의 랩을 감상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비범한 재능을 가진 주인공을 뒷받침하는 프로듀서는 벅와일드(Buckwild), 로드 피네스(Lord Finesse), 쇼비즈(Showbiz) 등등, D.I.T.C. 크루의 주축들이었다. 그들은 앨범 타이틀에 어울릴만한 다수의 어두운 비트를 빅 엘에게 선사했는데, 심지어 칙칙한 비트가 너무 많아서 밝은 분위기도 넣자는 레이블의 압력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을 주도하는 사운드가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었고, 어느덧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빅 엘의 데뷔작 =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앨범'이라는 공식이 자리함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고집스런 비트 메이킹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당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프로듀서 벅와일드와 로드 피네스는 탁월한 샘플링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로이 에이어스(Roy Ayers)가 작곡했던 "Vibrations"의 짤막한 루프를 활용한 "Put It On", 그동안 무수히 많은 힙합 트랙의 샘플링 소스로 쓰였던 드바지(DeBarge) "Stay With Me"에서 피아노 루프를 활용한 "MVP" 등은 모범적인 샘플링의 사례로 기록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둡고 묵직한 비트와 맞물리는 빅 엘의 랩은 매 곡마다 빛을 발했다. 'Big L is a crazy brother / and I'm a lady lover / A smooth kid that'll run up in your baby mother / I push a slick Benz / I'm known to hit skinz / and get endz and commit sins with sick friends'와 같이 청자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워드플레이를 수시로 보여주며 그야말로 랩을 듣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의 랩은 거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자기 과시성의 가사가 주를 이루는데, "Danger Zone"이나 "Street Struck" 등은 그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시작부터 아예 'There are too many MC's who are overrated'라며 무능한 랩퍼들에게 노골적으로 선전포고를 하는 "I Don't Understand It"은 빅 엘의 공격적인 랩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곡이다. "MVP"의 코러스 'If rap was a game I'll be MVP'는 어느덧 빅 엘이 썼던 많은 가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구절로 남게 되었으며, 각각 캠론과 제이-지가 참여했던 "8 Iz Enuff" "Da Graveyard"는 단체 곡으로 분류되어 또 하나의 재밋거리가 되곤 한다.

     

    본작은 흔히들 말하는 남다른 재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스피디하고 공격적인 랩만 구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랩퍼가 완급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교본의 역할을 한다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으며, 재치 있는 워드 플레이를 찾게끔 유도하는 재미까지 갖추었다. 총격 살해 때문에 이러한 그의 재능이 [The Big Picture]까지만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리의 상심은 클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인지 이 데뷔작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해진다.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랩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의 랩에 호평이 줄을 잇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바로 이 데뷔 앨범에 그 이유가 가장 잘 나타나 있다.



    19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Bruce Mighdy (2015-04-29 17:15:37, 58.123.207.***)
      2. Ya Made It To Heaven.. Rest In Peace!!
      1. 이진혁 (2012-02-24 16:15:48, 59.21.99.**)
      2. 2월 15일 앞으로 꼭 기리겠습니다.
      1. piano (2012-02-22 01:07:50, 180.68.107.***)
      2. 잘 읽었습니다. 기일도 모르고 지나갔군요..

        R.I.P Big L
      1. Messlit (2012-02-21 21:38:18, 118.33.55.**)
      2. 빅엘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엠씨중에 한명으로서 그저 울뿐입니다 ㅜㅠ
        Rest in peace big l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