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aekwon -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
- rhythmer | 2009-10-22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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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aekwon
Album: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
Released : 2009-09-08
Rating :
Reviewer : 황순욱
15년 만의 후속작이다. 물론 그 사이 2장의 정규앨범이 있었는데도, 굳이 15년 만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Only Built 4 Cuban Linx](이하 OB4CL)의 월등한 파급 효과 때문이다. 95년에 나온 시리즈의 원작은 93년 [Enter The Wu-Tang]으로 시작된 우탱(Wu-Tang) 연속기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한방이었다. 로우파이(Low-Fi) 사운드와 쿵푸 & 마피아 연출, 그리고 신랄한 범죄묘사와 끈기 있는 플로우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명반이었다. 해서 사이에 걸친 두 앨범은 괜찮은 음악들과 라임으로 채웠음에도, 데뷔작만큼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팬들은 여전히 [OB4CL]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절묘한 균형 감각이다. 음악은 시대를 안고 간다. 아무리 [OB4CL]가 좋았어도, 지금 시대에 똑같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도, 필요도 없다(똑같은 복제품이 필요하면 차라리 원본을 더 듣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시리즈의 운명을 걸었다면 원형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 어렵고 고리타분한 질문에 래퀀은 기존 우탱 인프라를 충분히 껴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음악적 양념을 가미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둔다. 어쩌면 뻔한 해답인데, 그것이 먹혀드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어째서 래퀀은 줄다리기에 성공할 수 있었는가?’이다.
나는 해답을 그의 인터뷰에서 찾았다. 그는 새 앨범 제작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그저 좋은 음악을 다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로지 목적은 음악이었다. [OB4CL2]에서 라디오에 내보낼 만한 트랙이 없을 거라고 했을 만큼, 흥행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과거의 동료와 다시 움직이고 싶었고, 그때의 팬들을 만족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스스로 앨범의 주도권을 쥐고 많은 것을 컨트롤했다. 프로듀서와 곡의 선정부터 주제와 음악의 색채까지. 그를 도와줄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곡이 늘어났고, 그 때문에 조금 산만해지기는 했지만, [OB4CL]의 후속편이라는 사실에 음악은 한 방향을 향한다.
[OB4CL2]의 맥락은 “New Wu"의 곡명에서 알 수 있다. ‘Return'이 아니라 ’New‘다. 앨범을 끝까지 천천히 듣고 나면 단어의 의미를 충분히 공감하리라. 이 트랙은 르자(Rza)가 프로듀싱하고 팀의 베스트 라인인 고스트페이스(Ghostface Killah)와 메쓰(Method Man)가 참여하여 우탱의 미래를 환히 밝힌다. 앨범에서 르자가 만든 다른 트랙 ”Black Mozart" 역시 클랜 멤버의 호화스러운 만찬으로 꾸며졌는데, 건방진 제목처럼 이들의 패기는 15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곡의 도입부에 흐르는 영화 사운드 샘플과 곡 전반에 걸쳐 흐르는 [대부]의 테마가 반가운 것도 당연하다. 언젠가부터 우탱의 중책을 맡아온 프로듀서 매스매틱스(Allah Mathematics)는 드라마틱스(The Dramatics)의 “The Door To Your Heart”를 인용하여 “Mean Streets"로 풀어냈다. 원곡의 느긋한 여유를 우탱식 긴장감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알아차린다면 꽤 흥미로울 것이다.
나는 앨범을 들으면서 [OB4CL]라는 브랜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 앨범은 과거의 유산을 끌어안는 자세를 취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 외부 프로듀서가 많은 것에 놀랐는데, 래퀀의 적응력은 이런 제작환경을 넘어 모든 것을 조화롭게 끌고 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특히 [OB4CL2]에서 가장 뛰어났던 것은 제이딜라(J.Dilla)와의 작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흉내낸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House Of Flying Daggers"는 포 탑스(Four Tops)의 곡을 인용해 지극히 우탱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다. 물론 클랜 멤버들의 참여가 그런 점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기도 하지만, 딜라가 이미 [OB4CL]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작업을 했던 것이기도 하다. 고인이 된 ODB에 대한 애정이 잔뜩 묻어나는 ”Ason Jones"의 투박한 서정미, “10 Bricks"의 불안정한 현의 움직임은 딜라의 것이기도 하지만, 래퀀의 탁월한 선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수록곡이 평균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네임 밸류에서 비롯된 아쉬움은 있다. 베테랑 말리 말(Marley Marl)은 짤막한 쇼 "Pyrex Vision"을 효과적으로 연출했고, 하드코어 장인 네크로(Necro)는 언더그라운드의 어두운 면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Gihad"를 만들었지만, 앨범에서 가장 의외의 작업인 에릭 서먼(Erick Sermon)의 ”Baggin Crack"은 본전도 못 찾는 도박을 했다. 래퀀의 팬으로서 참여를 자청한 닥터 드레(Dr. Dre)의 두 트랙 “Catalina"와 ” About Me"는, 이 정도 음악이 아쉬워 보이는 것이 스스로 증명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갈증을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건조하다. 특히나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와 라이프 제닝스(Lyfe Jennings)를 동원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과거 그는 자신만의 작은 나라를 만들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소극적인 정책을 펼치다 백성의 무관심으로 붕괴 직전에 몰렸다. 시간은 많이 흘러가 버렸지만 래퀀은 다시 원래의 성으로 돌아갔고, 더 많은 조력자를 만났다. 이제야 그는 자신의 힘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15년만‘의 이 후속작은 까다로운 ’W' 인증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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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행인. (2009-11-09 14:36:35, 113.10.26.**)
- 1. 리뷰와 It Was A Good Day 님의 멘트까지 해서 앨범이 주는 반가움과 아쉬움에 대해서 찬찬히 잘 보고 있었는데 littleboy 님의 코멘트는 확 깨네요.
littleboy 님 멘트를 보고 있으니 넷상에서 좀 긴 코멘트는 잘 읽는게 일반적이란 결론이 섣부른 소리는 아닌거 같습니다. 어짜피 눈으로 읽으면 길어야 십초?이십초? 저정도 분량은 읽고도 남는데..좀 잘 읽고 합시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엔 장점과 단점을 섞어 말하지 않는단 논리"는 참 이상하고 괴이하네요. 그리고 그걸 보통의 경우엔...이라고 수식하시는거 보니..불쾌하기 까지 하구요.
제가 보기엔, 상대의 의견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오해를 운운하고, 거기에 '일반적' 이란 단어를 들이대며 '강요'를 얌전히 하고 계시는 모습이 It Was A Good Day 님의 까칠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럴것도 없는 긴 멘트 보단 오해의 요지가 더 있어 보이네요. 좋아보일리 없습니다. 염두해 두시길...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닥터 드레는 러프함을 이끌어 내려 했는데 리뷰어님이 말씀해주신것처럼 건조하더군요...남 주는 트랙이라 세션 불러놓고 하지는 못했나 봅니다.
크롸닉이나 2001 이나 조력자들의 역량과 자신의 사운드관을 잘 이끌어내던 그였는데....아무래도 15-16년전에 그에게 가해졌던 타당한 쓴소리가 다시금 확인되고 있는 시점인거 같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스토치의 건반 과 드레 프로덕션을 구분못하는 대중에게 적당히 약치며 선보인 프로덕션들에 비하면, OB4CL2 에선 그나마 자기가 비트를 주는 '레퀀'에 대해선 개념가지고 임했단 생각도 드네요.
3. 유럽반엔 보너스 트랙이 두개 더 있더군요. 들을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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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WasAGoodDay (2009-10-25 20:30:00, 61.47.195.***)
- littleboy// 저는 Masta Killa 1집 수작에 근접한 평작 이상이라 생각하고, 덧글을 좀 더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No Said Date를 폄하하는 늬앙스가 아닙니다. 마지막 괜찮다라는 귀결로 미루어 본다면, 그만큼 몇몇 부분에서는(괜찮은 부분에서는) No Said Date가 생각나고,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면서 듣게 되는 경향도 없잖아 있다는 개인의 감상에서 나오는 지극히 일상적인(...) 풀어놓음입니다만.....
뭐 그정도로 한 번쯤 접해볼만하고, 심하게 나쁜 앨범은 아니라는 소리기도 하구요.(그렇지만 진지하게 청취해갈수록, 완성도라는 면에서 꽤 현격한 차이를 보이니 그냥 솔로 커리어 하나로 남는 게 더 현명했을 법 하다는 것과 2로 계승하지 않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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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gangster (2009-10-23 21:12:10, 59.10.148.***)
- 래퀀은 힙합과 우탱클랜의 부활을 화려하게 알리는 신호탄을 들고 오긴 했지만,
원래부터 래퀀은 항상 랩이 죽였습니다..
무슨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느니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 되게 많은데
그건 우탱에 대해 진짜 관심없는 거 티내는 격인거 같습니다
busta rhymes의 goldmine 들어보시면 래퀀이 지금이랑 무슨 스킬의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합니다
fishscale에서도 8 diagrams에서도 래퀀은 항상 최고였습니다.
그저 그의 공식적 컴백 자체가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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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리는데로 (2009-10-22 20:10:56, 165.246.175.***)
- 이 리뷰 언제뜨나 했는데 드디어 떳군요..
OB4CL와 함께 현재 미친듯이 듣는 앨범중 하나.. 개인적으로 warren g의 신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은 앨범이지요. OB4CL의 색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한단계 더 나아간 음악적 색깔.. 그리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소화하는 래퀀과 우탱클랜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모든 트랙들이 전부 훌륭하지만, 리뷰에 나온 것처럼 닥터드레가 프로듀싱한 두개의 트랙(특히 about me)는 곧 나올 detox에 대한 기대치를 떨굴정도로 예전 드레의 퀄리티가 아니더군요.. 개인적으로 베스트 트랙은 gihad, black mozart, broken safety, new wu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별 4개 반. raekwon, welcom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