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Scarface - Emeritus
- rhythmer | 2009-10-22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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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carface
Album: Emeritus
Released : 2008-12-02
Rating :
Reviewer : 예동현
남부의 황제 스카페이스(Scarface)는 그 훌륭했던 데뷔 앨범 이후로 몇 장의 굵직한 앨범을 내놓으며 근 20여 년 가까운 커리어를 이어왔다. 초기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영향력 아래 있던 서던 랩에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고 확립한 걸작 [The Diary]로 스카페이스의 역사에 정점을 찍었다면, 소스(Source)의 만점을 이끌어냈지만 그 평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The Fix]가 아마도 하향곡선을 그리던 그의 커리어가 전설의 반열에 올라서도록 해준 두 번째 절정일 것이다. 초창기 살벌한 갱스터 랩의 논조 사이에서 날카로운 통찰력과 신랄한 풍자를 보여주던 그의 랩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느긋한 설교조로 내뱉는 삶의 지혜 전달로 변모해갔으며 이는 많은 뮤지션들의 경력에 롤 모델로 작용했다. 어디선가 보았던 크리스 락(Chris Rock)의 말마따나 투팍(2Pac)과 비기(Biggie), 나스(Nas)와 제이지(Jay-Z)가 말했던 것들은 스카페이스가 먼저 했던 것이다.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들은 스카페이스의 음악에 더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래퍼를 꿈꾸는 지금의 남부 아이들은 스카페이스와 아이스 큐브(Ice Cube)의 업적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래퍼의 꿈을 키운 티아이(T.I.)나 영 지지(Young Jeezy), 더 게임(The Game)의 음악을 통해 래퍼를 희망한다. 스카페이스는 이제 랩 게임에 흥미를 잃었고 은퇴 앨범이 될 것이라던 전작 [Made]에서 다 못한 마지막 일장 연설을 본 작 [Emeritus]를 통해 토해내고 있다.
다행히 거장의 은퇴 앨범치고는 무언가 허전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은 조용하지만 품위 있는 무게감이 있다. 요란한 클럽튠도 없고 자극적이고 달콤한 라디오용 러브 송도 없다. 릴 웨인(Lil Wayne)이나 지-로(Z-Ro)와 같은 신세대 게스트들에게는 곡의 스포트라이트를 기꺼이 양보하지만 그 누구도 스카페이스의 권위와 업적, 그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다. 그의 꿈틀거리는 저음의 목소리와 평범해 보이는 라이밍은 18년의 경력을 거치며 이제는 안정적이고 담백하게 그의 가사에 충분한 힘을 실어준다. [The Diary]의 "I Seen a Man Die"와 "My Mind Playin' Tricks on Me '94", [The Fix]의 "My Block", "Guess Who's Back" 등등과 같은 절정의 명곡이 없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앨범은 충분히 수작으로 칭송할만하다. 90년대 중반의 후끈하고 질퍽했던 서던 랩의 팬이었다면 더 없이 반가울 "Still Here", 이제는 이런 가사의 곡이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Can't Get Right", 그가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거리의 지혜를 듬뿍 담은 "Unexpected" 등 그의 명예퇴직을 축하할만한 가치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충격을 선사할만한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단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다. 물론 팬들이 이 앨범에 그런 자극이 필요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스카페이스는 그의 위대한 행보에 훌륭한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시대를 대표할만한 전설적인 뮤지션의 은퇴식에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쳐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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