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Lupe Fiasco - The Cool
- rhythmer | 2009-10-22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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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upe Fiasco
Album: The Cool
Released : 2007-12-18
Rating : +
Reviewer : 예동현
지겹지만, 황금기 시절의 얘기를 잠깐만 다시 꺼내보자. 많은 이들이 그 시절의 힙합을 그리워하고, 또 많은 이들이 그 시절의 힙합을 이 시대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다. 물론 음악의 문제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랩(Rap)'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 시절에는 이유가 있었다. 저항, 자유, 분노, 억압, 희망, 사랑, 성공, 열정. 그렇다면, 지금은 이런 메시지들이 사라졌을까? 그건 아니다. 다만, 돈이라는 거대한 벽 밑에 짓눌려있을 뿐이다.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찾기 어려운, 실로 빛나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는 랩으로 사람을 놀라게 할 수 있으며, 가사로 사람을 울릴 수 있었다. 그의 데뷔 앨범은 그해 가장 빛나는 랩 앨범 가운데 하나였으며 열 장의 앨범을 발매한 노장보다 깊이 있는 가사들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그의 신보 [The Cool]은 인상 깊었던 데뷔 앨범보다 훨씬 더 탁월하다. 랩, 비트, 가사, 구성 무엇 하나 떨어짐이 없다. 이 앨범은 정말 쿨하다.
앨범의 테마는 타이틀 그 자체이다. The Cool. 멋진 것. 앨범은 무엇이 진정으로 멋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던진다. “Dumb It Down"은 정말 앨범의 주제에 딱 맞는 첫 싱글이었다. 자동차와 여자, 돈에 대한 얘기만 늘어놓는 커머셜 래퍼들과 그들을 이 시대의 우상으로 여기는 힙합 팬들에게 일갈을 날린다. 이 곡은 화려한 겉포장 없이 그저 주변을 맴돌며 고막을 자극하는 비트와 최상의 기술로 포장된 예리한 가사로 무엇이 진짜 멋있는(Cool) 것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루페는 애초에 미디어가 만들어낸 멋진 것과 타협할 마음은 없었나 보다. 그는 랩 게임에서는 랩을 잘하는 것이 멋진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흐릿해진 진리를 다시금 명확하게 만들어 자신이 멋지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그런 루페의 의도는 자유자재로 비트를 넘나들며 라임 공습을 펼치는 ”Go Go Gadget Flow"부터 단숨에 확인 가능하다. 확실히 그의 실력은 그저 ‘잘한다’의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메시지들은 더욱 심각해졌다. 제3세계 소년병들의 비극적인 일기와 그 상황을 비디오 게임으로 즐기는 소년들을 교차시킨 “Little Weapon"이나 흑인들의 삶을 왜곡시켜 미화하는 주류 미디어와 커머셜 랩을 비꼬는 "Put You On Game"도 그렇지만 메시지 대부분은 무거운 편이다. 강간 피해자가 된 여성, 중독자, 극빈층의 고통을 담은 "Intruder Alert"이나 사람들의 황폐화된 정신과 폭력에 대해 경고하는 ”Streets On Fire"도 무겁기 그지없다. 이런 비극들은 미디어에 의해 천박하게 미화되어 멋진 것으로 재포장된다. 하지만, 루페는 미디어에 의해 추잡하게 덧칠된 물감을 벗겨 내고 이런 문제들이 진정으로 멋진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메시지는 무거워졌지만 음악은 더 가벼워졌다. 알앤비와 락, 재즈의 냄새들이 묻어나는 훅이나 멜로디컬한 비트들은 충분히 대중적이다. 그러나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의 패트릭 스텀프(Patrick Stump)가 프로듀스한“Little Weapon"의 변화무쌍함이나 영국 출신의 엉클(Unkle)이 만든 “Hello / Goodbye (Uncool)”의 싸이키델릭한 감성은 자기기만과 파괴의 메시지에 잘 녹아들어 신선하다.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인 “Superstar"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매튜 산토스(Matthew Santos)의 보노(Bono)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보컬도 충분히 대중과 매니아 양쪽을 만족하게 할 만하다. 클래시컬한 선율과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비트들은 심각한 가사들을 품에 안으면서 경직되고 다운될법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지옥과도 같은 삶에서 힙합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는 흑인들을 위한 테마인 ”Hip Hop Is Save My Life"와 욕망이 보내는 유혹과 본연의 순수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루페의 내면을 그린 “The Coolest"는 앨범의 표지와도 같다. 그는 타협과 굴복이 아니라 실력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고자 했고 그것은 그를 가장 멋진(Coolest) 엠씨 가운데 한 명으로 만들었다. 힙합이 거리의 청년 루페를 구원했다면 지금 그는 위기에 빠진 힙합을 구원하고 있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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