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리쌍 - Hexagonal
- rhythmer | 2009-10-27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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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리쌍
Album: Hexagonal
Released : 2009-10-06
Rating : +
Reviewer : 이병주
지난 5집 [백아절현]이 공개된 지 불과 9개월 만에 나온 그들의 또 다른 정규 앨범이다. 지난 앨범의 활동 기간까지 고려하면 정말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나오게 된 그들의 새 앨범에 대해 약간의 우려감도 가지게 될 법하나,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열애설로 큰 주목까지 받았던 길을 보자면 그들이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대중에게 어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려는 우려일 뿐, 앨범의 작업 기간이 앨범의 퀄리티와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 법이니 말이다.앨범은 마치 하나의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여섯 번째 앨범임과 동시에 다양한 장르적 색채를 담아낸 작품의 형태는 앨범의 타이틀과 깊이 닿아있다. 그동안 리쌍의 음악이라 하면, 특유의 감성과 무드를 드러내는 비슷한 곡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앞으로 크로스오버적인 힙합을 하겠다는 점을 뚜렷하게 밝히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는 여전히 우울한 감성을 깔고 개리의 랩 이후에 길과 정인의 보컬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구성의 곡이고 “변해가네”에서는 김광석의 원곡을 별다른 해석 없이 위와 같은 틀 안에 옮겨놓았지만, 그러한 몇 곡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그들의 음반에서 접하지 못했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형식의 곡들이 상당수이다. 인트로로 배치된 여성 보컬의 일렉트로니카 곡이 나오고 나면, 앨범 내 가장 인상적인 곡으로 꼽아볼 만한 “우리 지금 만나”가 자리하고 있다. 작년 말 쇼킹한 데뷔를 치른 장기하와 얼굴들이 함께하고 장기하가 직접 곡을 썼는데, 밴드의 종전 음악들과 같은 특유의 스타일이 강하게 베여 있다 보니 장기하와 얼굴들 곡에 리쌍이 객원으로 참여한 느낌이 강하긴 하다. 루시드폴(Lucid Fall)이 곡을 선사하고 함께한 “부서진 동네” 역시 “우리 지금 만나”와 비슷한 경우이다. 캐스커(Casker)의 이준오가 곡을 쓰고 함께한 “Journey” 정도가 그래도 그런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랍티미스트(Loptimist)의 트랙으로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Malo)가 참여한 “운명”은 개리의 사색적인 가사 내용과 감정 표현이 ‘-다’의 종결형 어미로 일관한 가사와 라임이 줄 수 있는 어색함 마저 없애버린 훌륭한 트랙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개리의 가사가 주는 무게감은 여전히 살아있는데, 특유의 랩핑은 감성적인 면에서는 강점을, 세련미나 유희적인 측면에서는 약점을 가지며, 곡에 따라 조금씩 기복이 있게 다가오는 편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한 리쌍의 이번 앨범은 고민이 다양하게 펼쳐져 드러나되 청사진을 만들고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지는 못한 모습이다. 개성 있는 음악으로 어느 정도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놓은 여러 아티스트들의 참여는 그것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부분도 있지만, 주객전도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본인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앨범이 가지는 음악적 완성도 위에 플러스 점수를 얹어줄 만하다. 변화에서 겪은 일부 시행착오를 고치고 긍정적인 성취를 더욱 확장시켜 나간다면, 이후에는 놀랍게 변모하고 더욱 성장한 리쌍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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