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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oc Marciano - Marci Beaucoup
    rhythmer | 2014-01-03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oc Marciano
    Album: Marci Beaucoup
    Released: 2013-12-10
    Rating:
    Reviewer: 강일권









    지난 2012년에 발표된 락 마르시아노(Roc Marciano)의 두 번째 앨범 [Reloaded]는 흡사 한 편의 잘 만들어진 필름 누아르와도 같은, 그해 손꼽을 만큼 근사한 작품이었다. 특히, 그가 촘촘히 짠 라이밍과 재치 넘치는 워드플레이를 통해 뉴욕의 암흑가와 범죄현장을 이미지화하는 능력은 감탄을 불러일으켰는데, 래퀀(Raekwon), 쿨 쥐 랩(Kool G Rap) 등에 버금가는 범죄 랩의 결정판이나 다름없었다.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낮고 차갑게 뱉어내는 냉소적인 플로우와 샘플과 베이스 라인을 위주로 완성한 프로덕션 또한, 그의 존재감과 앨범을 특별하게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락 마르시아노의 장점과 특징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달라진 점이라면, 매 곡에 게스트 랩퍼를 초빙하여 전작보다 프로듀서로서 역할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마르시아노는 이번에도 대부분 곡에서 드럼 사운드는 희미하게 배치한 채, 보컬이나 악기 샘플 플레이를 부각하여 곡을 주도하는데, 옛 소울 그룹 피프스 디멘션(The 5th Dimension)71년 싱글인 “Love's Lines, Angles and Rhymes”를 샘플링한 첫 곡 “Love Means”는 그가 지향하는 프로덕션의 좋은 예다. 곡의 초반 벌스(Verse)에서 일부를 따와 피치를 바꾼 뒤, 다시 ‘Love Leads’라는 보컬 부분과 그 순간 아주 짤막하게 등장하는 피아노만을 반복시키는 운용을 통해 중독적인 감흥을 연출해낸다.

    긴박함과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 일그러진 일렉 기타 리프가 압권인 “Psych Ward”와 악기 샘플이 일으키는 공명이 절묘한 “Confucius” 등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트랙에서는 드럼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때에도 리듬 파트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된 샘플과 어우러지는데 충실할 뿐이다.

     

    더불어 마르시아노는 본작에서 좀 더 노골적으로 앨범의 컨셉트를 드러내는데, [Reloaded]에서 총소리나 슬럼가 아파트 현장 등의 사운드 소스를 활용하여 분위기를 뒷받침했다면, 이번엔 아예 범죄 영화들, 이를테면, 뉴욕의 악명 높았던 마피아 보스 존 가티(John Gotti)의 이야기를 그린 [Gotti]라든지, 조직 범죄에 휘말린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자메이칸 범죄 영화 [Shottas]의 대사를 직접 끌어다 쓰고 있다. 그만큼 [Marci Beaucoup]의 음악과 구성은 더욱 영화 사운드트랙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마르시아노가 만들어놓은 칙칙하고 어둡고 때로는 소울풀한 비트 위로 그와 메탈 클러지(Metal Clergy)라는 듀오를 결성하기도 한 또 한 명의 실력자 카(Ka)를 비롯하여 에비던스(Evidence), 길티 심슨(Guilty Simpson),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 알케미스트(Alchemist), 오 노(Oh No), A.G.(of D.I.T.C), 프리웨이(Freeway), 블루(Blu), 코메가(Cormega) 등의 쟁쟁한 등장인물들이 참여하여 각자 이름값에 걸맞은 랩으로 조력했다.

     

    락 마르시아노는 다시 한 번 걸출한 힙합 누아르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한동안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범죄 랩을 잘 구현했다는 것을 넘어서 그가 뉴욕 힙합 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한다. 지난 [Reloaded]에 이어 [Marci Beaucoup] 역시 뉴욕 힙합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과 동시에 탁월한 컨셉트 앨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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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아기코끼리덤보 (2014-01-03 12:13:00, 115.41.172.**)
      2. 외국포럼 보니깐 왜이리 피쳐링이 많냐고 하던데요 ;;
        분명히 프로덕션에 집중한 컴필레이션 격의 앨범이라고 말했는데도 ㅋㅋㅋ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잘 보여준 앨범인것 같아여
        다음에 나올 앨범은 알케미스트와의 1mc 1producer 프로젝트일것 같은데 완죤 기대돼요 ㅎㅎ
      1. 김선생 (2014-01-03 11:41:49, 223.33.186.***)
      2. 리드머에서 알게된 훌륭한 엠씨!
        취향좀 타는거 같은데
        전 너무 좋네요!
      1. 할로윈1031 (2014-01-03 09:45:41, 175.202.126.***)
      2. 락 마르시아노의 비트를 들으면 절로 알케미스트의 바이브가 느껴져 참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에비던스와 콜라보한 곡 진짜 죽여주네요. 쫀득하고 쿨한 매력이 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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