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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keme - Ingleworld
    rhythmer | 2014-01-06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keme
    Album: Ingleworld
    Released: 2013-12-17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를 포함한 블랙 히피(Black Hippy)를 위시하여 타이가(Tyga), 돔 케네디(Dom Kennedy), 닙시 허슬(Nipsey Hussle) 등의 신진 세력들을 통해 서부 힙합 씬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개성과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프로덕션의 세계에서 랩의 세계로 전환된 오늘날 힙합 씬에서 다소 뒤쳐졌던 서부 힙합계로 다시 팬들의 이목을 끌어오고 있는데, 이제 잉글우드(Inglewood) 출신의 스킴(Skeme)에게도 그 역할을 기대할만하다.

     

    그가 두 번째로 정식 발표한 앨범 [Ingleworld]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랩핑이다. 일단 음색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인데, 적당히 쉬고 거친 목소리는 같은 고향 랩퍼들인 게임(Game)과 닙시 허슬(Nipsey Hussle)을 반반씩 섞어놓은 듯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스킴은 이렇듯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음색을 기반으로 다양한 템포의 비트에 맞춰 자유자재로 플로우 스타일을 변환하며, 화려한 랩 실력을 과시한다. 미디엄 템포의 서던 힙합 비트를 차근차근 밟아갈 때도, 멜랑콜리한 비트 위에서 느긋하게 뱉을 때도, 트랩 스타일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더블 타임 플로우(Double-Time Flow)를 구사할 때도 그는 항상 빈틈없이 비트를 지배한다. 특히, 같은 더블 타임 플로우라 하더라도 레이드-(Laid-Back)한 비트(“Ain’t Perfect”)와 미니멀한 서던 힙합 비트(“Oversick”)에 따라 호흡, 억양, 빠르기 등을 능수능란하게 변환하는 모습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사실 간혹 발견되는 워드 플레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곡에서 스킴의 가사는 전형적인 갱스터 랩 클리셰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스 있는 비유를 사용하거나 한두 번 돌려 치기보다는 직선으로 뻗는 표현, 그 안에 담긴 적당한 자기 과시와 거친 거리에 대한 이야기 등등아무래도 가사적 감흥이 크지는 않은데, 그의 탁월한 랩핑이 호소력을 부여하며, 이 같은 맹점을 어느 정도 커버하는 것도 눈 여겨 볼 지점이다. 그만큼 스킴의 랩은 이번 앨범의 감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 비트메이커들의 곡으로 꾸민 프로덕션도 준수하다. 쪼개지는 808드럼과 신스를 부각한 서던 힙합 스타일이 주가 되지만, 클럽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스킴의 랩 퍼포먼스를 뒷받침하고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특히, 유명 프로듀서라고는 보이원다(Boi-1da) 단 한 명뿐이지만, "Million Dollar Meetings", "Ain't Perfect", "Different", "WhatYoLifeLike" 같은 하이라이트 트랙들은 전부 신인들의 차지다.

     

    그러나 개별 곡이 주는 감흥과 달리 흐름을 깨는 부분이 몇 군데나 존재하고 구성적 측면에서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건 아쉽다. 클럽 뱅어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는 "High Levels"는 자못 진중하게 이어져오던 초반부의 무드를 여지없이 흐트러트리며 다음 곡에까지 몰입을 방해하고, 보이원다가 만든 "Bullets"는 지루하고 특색 없는 비트로 다시 한 번 비슷한 지점에서 흐름을 무너트린다. 또한, 바로 이어지는 "CantFuckWitMe"는 프로덕션이 아닌 스킴의 랩 탓에 미운 오리가 됐다. 그는 유독 이 곡에서 "M.A.A.D City"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처럼 감정을 과하게 담으며, 톤과 플로우를 일부러 왜곡시키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된 느낌이다. 그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내뱉을 때가 가장 강렬하기 때문이다. 원체 본작엔 적잖은 양의 곡 수록되었기에 차라리 이 곡들이 없었다면, 더욱 타이트한 구성의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 아쉬움이 있긴 해도 도입부에서부터 암시했듯이 [Ingleworld]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욱 많은 앨범이다. 현 시점의 스킴이 다시 시작된 '웨스트코스트의 역습'에서 얼마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여지는 충분하다. [Ingleworld]가 이를 어느 정도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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