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DJ Quik - The Midnight Life
- rhythmer | 2014-10-21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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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J Quik
Album: The Midnight Life
Released: 2014-10-14
Rating:
Reviewer: 강일권
비록, 상업성을 보증하는 면에서 전성기는 한참 전에 지났지만, 순수하게 음악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디제이 퀵(DJ Quik)은 여전히 한창이다. 특히, 힙합 역사 속에서 그처럼 고유한 그루브를 창조해낸 프로듀서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무려 25년에 이르는 커리어에서 몇몇 작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결과물의 수준은 훌륭했고, 가장 최근작들이었던 커럽(Kurupt)과의 듀엣 앨범 [Blaqkout]과 여덟 번째 앨범 [The Book of David]는 베테랑 프로듀서이자 랩퍼로서 그의 역량이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는 새 앨범 [The Midnight Life]에서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다.이번에도 역시 퀵이 전곡을 프로듀싱했다. 그 특유의 그루브가 살아 있고 몇몇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악기 소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사운드가 뒤를 받친다. 구성이 참 탄탄하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적재적소에서 대단한 감흥을 안기는 트랙들이 눈에 띈다. 주로 민속음악이나 옛 컨트리 음악에 쓰이는 발현악기 밴조(Banjo)를 이용하여 매우 중독적이고 멜로디컬한 루프를 만들어낸 "That Nigga'z Crazy"가 시작부터 귀를 즐겁게 하고, 기세 좋게 뻗어나가는 비트와 건반의 무게감이 멋들어진 "Puffin' the Dragon"은 중반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귀를 압도한다. 또한, 묵직하게 꽂히는 건반과 80년대 풍의 신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Broken Down"이 다소 누그러진 무드의 후반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세 곡은 본작의 완벽한 수문장들이다.
보코더의 아련한 맛과 살가운 알앤비 보컬 후렴구가 함께하는 "Life Jacket"이나 디제이 퀵 특유의 소울풀한 구성이 돋보이는 "Pet Semetery" 등등, 미끈한 웨스트코스트 힙합 사운드의 곡들도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다. 그중에서도 "Pet Semetery"는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이다.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의 명곡 "Ecstasy"를 샘플링하여 원곡이나 기존에 이 곡을 샘플링한 힙합 트랙들과는 전혀 다른 무드로 재창조해낸 프로덕션과 '알앤비와 갱스터 랩의 죽음'을 얘기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살벌한 메시지가 담긴 가사 등, 모든 부분에서 인상적이다.
다만, 그의 아들 데이비드 블레이크 2세(David Blake II)가 랩을 보태고 트랩 뮤직(Trap) 스타일의 도입을 시도한 두 곡, "That Getter"와 "Shine"은 다소 진부한 구성과 진행 탓에 앨범의 후반부가 늘어지는 데 주범이 되었다. 최근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자신의 주무기가 아님에도 트랩을 시도하거나 기존 스타일에 버무리려다가 앨범의 좋던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트렌드에 대한 일종의 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블레이크의 랩도 개성이나 실력 면에서 아직은 부족함이 느껴진다.
한편, 디제이 퀵이 프로듀서로 더 유명해서 그렇지, 랩퍼로서의 재능 또한, 좋은 편이다. 통통 튀는 비트 위에서 날렵하게 움직이며 그루브를 형성하는 플로우는 일품. 무엇보다 퀵이 만든 비트에는 그보다 잘 어울리는 랩퍼를 찾기 어렵다. 더불어 가사적으로도 그가 뛰어난 리리시스트(Lyricist)는 아니지만, 갱스터 랩 콘텐츠에 충실한 가운데, 때때로 웃음을 유발하거나 현재 점하고 있는 위치를 바탕으로 스웩을 시전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Pet Semetery"와 "Life Jacket" 등은 그 좋은 예다. 초기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을 수놓았던 랩퍼 중 한 명 트위드 캐딜락(Tweed Cadillac)과 함께 랩을 뱉는 모습도 반갑다.
[The Midnight Life]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오랜 세월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만들어온 베테랑의 능수능란함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앞서 시도의 실패로 언급한 두 곡과 다소 힘이 달리는 듯한 후반부는 아쉽지만, 현 힙합 팬들의 시야에서 한동안 멀어져 있던 명장, 디제이 퀵의 건재를 알리기엔 충분하다. 그는 이렇게 잘만든 앨범을 통해 갱스터 랩을 쉬이 저버릴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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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q (2014-10-22 22:56:14, 114.206.197.***)
- 이형님 정말 음악에대한 열정이 대단하신듯..
이렇게 또 좋은앨범을 내주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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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uce Mighdy (2014-10-21 23:54:28, 58.123.207.**)
- 연륜이 묻어난 작품만큼임은 틀림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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