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he Game - Blood Moon: Year of the Wolf
- rhythmer | 2014-10-23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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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Game
Album: Blood Moon: Year of the Wolf
Released: 2014-10-14
Rating:Rating:
Reviewer: 강일권
웨스트코스트 갱스터 랩의 건재를 천명하며 등장했던 게임(The Game)은 마치 분노를 다스릴 줄 모르던 브루스 배너 같았다. 그만큼 그의 커리어에서 '화'라는 키워드는 빼놓을 수 없다. 그가 한 마리의 온순한 양이 되는 건 오직 닥터 드레(Dr. Dre)를 입에 담을 때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게임의 내면 깊숙이 봉인되어 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것인 피프티 센트(50 Cent)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분노는 적을 향하기도, 때로는 자신을 향하기도 했는데, 후자는 한동안 그를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로 비춰지게 했다. 심지어 유치함을 넘어서서 당황스러운 몇몇 행동들은 –이를테면, 한창 비프(Beef) 관계였던 피프티 센트의 차량에 BB탄을 쏘는 영상을 찍어 공개한다든지- 캐릭터와 랩의 절묘한 궁합에서 비롯되는 음악적 쾌감을 단번에 앗아갈 정도였다. 게다가 [LAX]를 기점으로 앨범의 완성도와 판매량은 점점 하강 곡선을 그리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아직은 절망적이지 않은 프로덕션과 그의 랩이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유효한 덕이다.현 시점에서 [Blood Moon: Year of the Wolf]는 이전보다 조용히 나왔지만, 커리어상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할 앨범이다. 유통망까지 완전히 인디 노선으로 바꾸고 발표하는 첫 앨범이며, 무엇보다 다음 단계를 위해서라도 게임은 떨어진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본작은 그의 커리어 하강 곡선 맨 끝자락에 위치할 듯하다. 최초 컴필레이션이라는 정보가 돌면서 모호해졌던 앨범의 정체성만큼이나 어정쩡한 구성과 완성도 탓이다.
이번에도 게임의 분노는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첫 곡 "Bigger Than Me"부터 전기톱을 들고 나와 포티 글락(40 Glocc), 존 코너(Jon Connor) 등등, 자신의 비프 상대를 비롯하여 실력 없는 신인들을 향해 한껏 폭언을 퍼부은 그는 앨범 내내 무자비함을 과시한다. 디럭스 버전 기준이라면, 어린 시절의 악몽 같았던 경험을 고백하는 보너스 트랙 "Bloody Moon"으로 마무리되어 여운을 남길 법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앨범의 평가 기준이 되는 스탠더드 버전에선 화난 게임만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중간에 인물들의 이름을 이용한 워드플레이(Wordplay)를 구사하며, 힙합에 대한 사랑을 표하는 "Married To The Game" 같은 트랙이 있긴 하나 어디까지나 주제적으로 핵심은 분노다. 문제는 이러한 무드가 전처럼 쾌감이나 재미를 안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정, 불특정 대상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분노를 표출하는데, '왜?'가 결여되어 있다. 물론, 이전이라고 해서 매번 까닭이 뒷받침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 번째 앨범까지는 비프를 위시로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드라마가 있었고, 그 안에서 게임은 라이밍을 통해 극적으로 화를 드러내며, 흥미를 유발하고 감흥을 안겼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가 얽힌 드라마는 꽤 설득력을 잃었고, 더 이상 흥행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본작에서 게임의 랩은 카리스마보다는 피곤함으로 다가온다.
단, 빛을 발하는 지점이 있긴 하다. "The Purge"라는 트랙에서다. 12시간 동안 살인을 포함하여 어떤 범죄도 허용되는 '퍼지 데이'를 소재로 한 제임스 드모나코 감독의 영화 [더 퍼지, The Purge]를 모티프로 한 이 곡에서 게임은 어린이 성추행범 제리 샌더스키(Jerry Sandusky),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Travon Martin)의 비극적 죽음을 부른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 로드니 킹(Rodney King)을 과잉 폭력 진압했던 백인 경찰 등을 향해 매우 차가운 분노를 작렬시킨다. 이처럼 그가 타깃으로 삼는 대상이 구체화되면서 분노는 명분을 얻고, 그럼으로써 다른 곡들과는 월등히 다른 감흥과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이 곡은 주제와 걸맞게 침잠되고 멜랑콜리한 무드가 근사하게 구현된 프로덕션까지 뒷받침되어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그룹 폴리사(Polica)의 몽환적인 트랙 "Warrior Lord"를 샘플링하여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조성한 "Bigger Than Me"와 브라스의 중후함이 살아 있는 "Cellphone" 등은 프로덕션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곡들이다.
그러나 다른 곡 대부분은 프로덕션에서도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한다. 구성과 방향 면에서 특별히 논할만한 지점이 없을 만큼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적당히 무게감 있게 연출한 비트들은 게임의 기존 앨범에서 접하던 비슷한 노선의 곡들보다 몇 수 아래이고, 래칫 뮤직과 트랩 뮤직 스타일의 곡들 역시 해당 장르의 범주 안에서 잘해야 중위권을 유지할만한 정도이다.
이로써 게임의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석 장을 기준으로 갈리게 됐다. 재미있는 건 그가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바로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한 [The Documentary]의 속편, [The Documentary 2]라는 점이다. 두 번의 트릴로지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트릴로지를 시작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래서인지 본작은 이를 위해 지나가는 식으로 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정확한 의도야 알 수 없지만, [Blood Moon: Year of the Wolf]는 공식 믹스테입 정도로 나오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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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맘바 (2014-11-29 13:59:41, 118.36.243.***)
- 게임은 이제 끝난듯.. 자룰처럼 뚜렷한 하향세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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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겟츄통 (2014-11-10 02:18:22, 211.227.119.***)
- 이제 오락형에게 스타성 말고 무엇이 남았나 궁금합니다 과거 처럼 스트리트 래퍼로서 순수한 무언가를 전해주는것도 아니고, 랩은 발전 없이 정체되있는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왜 자꾸 화만 내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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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하지않아 (2014-10-26 11:41:32, 114.204.54.***)
- 답변감사드립니다. 유지해야하는 생활이 있다보니 새 음악은 듣고싶어도 모든 신곡을 체크하는데에는 시간적,비용적인 문제가 있다보니 듣다 죽자 와 토탈크리틱에 많은 의지를 하고있습니다. 좋은 컨텐츠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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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lgang (2014-10-24 16:40:30, 175.223.32.**)
- 안녕하세요? 듣다 죽자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한 달에 최소 2회는 업데이트하려고 시작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키지를 못했네요. ^^; 이번 편은 다음주 월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이렇게 기다려주시는 분도 있으니 앞으로 더 힘내서 업데이트가 미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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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하지않아 (2014-10-24 16:14:17, 223.62.188.**)
- 듣고 죽자 시리즈는 이제 안올라오나요? 토탈크리틱도 그렇고 리드머 시리즈 기사는 기획이 참 좋은데 늘 중간에 말도 없이 중단되는거같아 아쉽네요. 제가 금전적 지원을 드리거나 하는것도 없이 이런 말씀드리기 염치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체크하는 사람으로써 아쉬워 댓글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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