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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차붐 - Original
    rhythmer | 2014-10-27 | 2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차붐
    Album: Original
    Released: 2014-10-07
    Rating:
    Reviewer: 남성훈









    2010
    년과 2012,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 연이은 합작 [Still Ill], [Caged Animal]로 고유한 매력을 뽐냈던 랩퍼 차붐의 첫 솔로작이다. 그동안 차붐은 총3장의 짧지 않은 앨범을 발표하며, 시종일관 실재하는 '안산'이라는 구체화된 공간을 깔고, 그 위에 '동네 양아치'임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인물을 화자로 배치하고 있다. 단지 몇 곡의 완성을 위한 설정과는 차원이 다른 공간과 인물의 일관되고 과감한 배치를 통해 특정 무드를 구현하는 차붐의 음악을 '안산 양아치 랩' 이라고 정의해도 무리 없이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서울의 인구분산과 산업단지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조성된 계획 도시 '안산'. 그 곳에 성공의 꿈을 가지고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의 욕망과 사회적 성공이 일찌감치 거세된 공단이라는 공간이 마찰하며 생겨나는 불편한 공기는 지역을 대표하는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양아치 어조의 랩을 통해 생동감 있게 드러난다. 이는 마치 미국의 갱스터 랩(Gangsta Rap) '갱 판타지'와는 별개로 지역의 불편한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유사한 감상을 전달한다.

     

    차붐은 솔로작답게 작정하고 '안산 양아치 판타지'를 펼쳐내며 [Original]을 시작한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하류 인생을 애써 '느와르'라는 틀 안에 쏟아 부어 순간적으로 손에 잡힐듯한 인물을 등장시킨 "안산 느와르"는 한국 힙합 앨범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라 할 만하다. 결정적인 한 방이라 할 수 있는 "안산 느와르"로 극을 열다 보니 [Original]의 모든 곡은 첫 트랙의 강렬한 인상에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행된다. 유머와 분노, 그리고 비극까지 앨범의 성격 자체가 견고한 트랙 하나를 기준으로 변하는 흥미로운 감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초반 "양아치 어조", "침대는 과학이다", "반도의 No.1 난봉꾼" 구간을 지나다 보면, "안산 느와르"는 양아치의 허언을 담은 냉소적 농담처럼 들리고, "빠라삐리뽕", "Golden Devil Necklace", "파블로프의 개" 구간에서는 분노의 시작점처럼 그 성격이 변한다. 후반부 "Dead Man Walking", "쌈마이", "031", "88"에 이르면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비극의 배경처럼 들리기도 한다. 성공적인 도입부가 곧 앨범 전체의 성격을 모두 담아낸 것이다. 어떻게 안산 양아치 랩이라는 고유의 화법을 유지하면서 곡 단위로 표현하고자 한 것들을 어색하지 않게 펼쳐냈는지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구성이다. 물론, [Original]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차붐의 개성 넘치고 차별화된 표현을 이용한 명확한 시각화와 이를 성공적으로 받쳐주는 둔탁한 질감의 소스 활용이 돋보이는 비트의 조합이 그럴듯했기에 가능했다.

     

    다만, 순간적 집중도로 일종의 랩 판타지에 젖어 드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 앨범이다 보니 같은 맥락에서 아쉬운 부분이 발견된다. “Dressed 2 Chill”, “침대는 과학이다는 트랙배치의 그럴듯한 당위와는 별개로 표현의 수위나 뻔뻔함의 정서 차이가 앨범 내 다른 곡들과 확연해 갸우뚱한 상태로 해당 구간을 지나가게 하는 취약점을 드러내고, “Golden Devil Necklace”에서 좀체 어우러지지 않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파트 역시 그렇다. 이전 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안산”, “욕구불만”, “경마장 가는 길수준의 킬링 트랙이 중간에 포함됐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안산 느와르이후의 하강 곡선을 꺾어 줄 트랙의 부재가 영 아쉽다.

     

    '조금 더 견고하게 마감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차붐은 [Original]을 발표하며 말 그대로 자신이 꾸준히 개척해왔던 고유한 영역을 더욱 공고히 했고 완성도 있는 작업물에 비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해 온 상황을 비웃듯 주목할 수밖에 없는 앨범으로 간단하게 화답한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이게 바로 안산 양아치 스타일인가보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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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asym (2015-04-25 14:46:11, 211.109.114.***)
      2. 오릐지놜
      1. 김선생 (2014-10-27 23:32:33, 175.112.79.***)
      2. 비프리의 코리안 드림과 함께 올해의 앨범의 당당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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