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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랩 가요의 제왕, 드디어 한국 힙합 씬에 왕림하다
    rhythmer | 2015-03-26 | 6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MC
    '언프리티 랩스타' 마지막 프로듀서로 확정

     

    그야말로 회심의 한 방이다. 그동안 음악적인 부분이 아닌 '여자들의 기싸움', '졸리 브이와 타이미 사이의 (급조된) 디스전' 등을 내세워 대중과 언론을 자극하던 [언프리티 랩스타] 제작진은 엠씨몽이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강수를 두며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엠씨몽이 누구인가? 이른바 '랩 발라드와 랩 가요의 제왕'이라 칭할만한 랩퍼이자 그렇기에 힙합 씬에서는 철저하게 무시당해온 랩퍼다. '힙합'을 표방한 프로에서 그를 섭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힙합 팬들은 저마다 조롱, 혹은 비통함을 표하며 충격을 완화하는 분위기다. 막장의 화룡점정이자 제대로 된 뒤통수 한 방이다.

     

    많은 이가 '아무리 그래도 엠씨몽은…'이라며, 난색을 표하는데, 오늘날 한국 힙합 씬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그가 나온다고 하여 이상할 건 하나도 없다. 엠씨몽이야말로 엠넷 제작진이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해온 '한국 힙합의 대중화'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이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인 것이다. [쇼 미 더 머니]의 스핀오프로 제작된 이번 [언프리티 랩스타]가 주요 슬로건으로 앞세운 건 '여성 랩퍼의 발굴'이지만, 이 역시 '힙합 대중화 임무'의 연장선이다. 그동안 여기에 동참한 랩퍼 대부분이 한국 힙합의 대중화는커녕 본인의 대중화부터 시급했던 이들이라면, 엠씨몽은 이미 차트와 인지도 모든 면에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왔던 모든 랩퍼들보다 위에 있는 것은 물론, 상업적 측면에서 일가를 이룬, 본인의 대중화 과정 없이 바로 힙합 대중화 미션에 투입될 수 있는 랩퍼다. 힙합 씬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태도, '보여주고 증명하기(Show And Prove)'를 몸소 실천한 몇 안 되는 랩퍼인 셈이다.



     

    더구나 지금은 멜론 차트 1위와 '좋아요' 숫자로 커리어를 스웩하고, 심지어 그것이 한국에서 힙합 뮤지션으로 성공했다는 근거로 받아들여지는 형편이며, 무엇보다 엠씨몽은 한국 힙합 시장을 먹여 살린 랩 가요 부흥의 초석을 다졌다. '2의 랩 발라드/랩 가요 부흥기'를 이끈 브랜뉴뮤직보다 몇 년은 훨씬 앞서있다. 그렇기에 오늘날 엠씨몽이 힙합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그에게만 냉정하게 장르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불공평하다. 유일하게 태클을 걸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음악적 완성도일 텐데, 엠씨몽의 랩과 음악이 아무리 처참한 수준이라 할지언정 이미 그의 아류 격으로 음악과 행보 면에서 바닥을 치고 있는 산이가 사회를 맡은 상황에서 이 역시 조롱과 반대의 근거로 얘기하기엔 다소 민망하다. 그 외 프로듀서와 초대 손님으로 나온 몇몇 이들 역시 자격 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건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장르적으로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탓에 한때 장르 팬과 뮤지션들로부터 천대받으며, 힙합에서 완전히 뒤로 물러나 있던 이가 어느 순간 스리슬쩍 힙합 씬 안으로 들어왔지만, 그간 엠넷의 저질 기획과 발맞춰 온 힙합 뮤지션들은 이를 견제할 수도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이런 형국에서 엠씨몽 섭외에 백 번 분노하고 조롱해 마땅한 건 한국 힙합을 사랑하고 지지해온 진정한 팬들뿐이다. 결국, 1차적으로 씬을 지키고 그림을 제시해줘야 하는 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뮤지션, 제작자 등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자 랩퍼들이 등장하는 [사랑과 전쟁]으로 시작하여 '아이돌 지민(AOA)의 랩퍼 성장기'를 지나 'MC몽의 컴백 드라마'로 마무리되었다. 엠넷은 지난 [쇼미더머니]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비판 따위 아랑곳없이 힙합 씬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화제성과 시청률만 챙기면 된다는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했고 MC몽이 힙합 세계로 편입되는 역사적인 순간까지 연출했다. 특히,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언프리티 랩스타]의 모든 것이 MC몽의 컴백쇼를 위한 전초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발굴되기 위해 나온 여성 랩퍼들과 그들을 돕기 위해 나온 기성 랩퍼들은 엠씨몽 정도가 장식할 메인 스테이지를 위해 한창 분위기를 달궈 준 최고의 들러리가 된 셈이다. 하지만 여성 랩퍼들은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실력과 태도 모든 면에서 음악 사이트의 수많은 아마추어 랩퍼들처럼 그저그런 음악으로 연명하다 사라졌을 수준들이지만, 음원 차트 상위권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도 올려보고, 무려 88,000원짜리 공연에까지 서게 됐으니까. 여러모로 엠넷과 여성 랩퍼 모두 윈윈이다. 이 상황에서 정작 우스워진 건 힙합 선배, 혹은 베테랑이라며 저질 프로에 나가 쓸데없이 힙합 커뮤니티의 이목을 끌어온 기성 랩퍼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내세우던 한국 힙합뿐이다.

     

    #엠씨몽씨드디어힙합세계에온걸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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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ungchul (2021-03-02 20:24:47, 218.153.126.***)
      2. "여기에 동참한 랩퍼 대부분이 한국 힙합의 대중화는커녕 본인의 대중화부터 시급했던 이들이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펀치라인
      1. Manual (2015-03-28 14:55:41, 121.64.64.**)
      2.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평도 정말 중요하지만
        저는 특히 마지막 라인의

        '우스워진 건 힙합 선배, 혹은 베테랑이라며 저질 프로에 나가 쓸데없이 힙합 커뮤니티의 이목을 끌어온 기성 랩퍼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내세우던 한국 힙합뿐'

        이 또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싸구려 기획과 마케팅이 비판받느라, 간과된 부분이 아닌가 했는데 정확하게 언급해주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 elementary (2015-03-27 00:58:28, 121.88.163.***)
      2. 한국힙합씬에는 혁명이 필요하다.
        이전부터 꾸준히 쌓아온 계단이 버벌진트의 누명에 의해서
        1차적 결실을 맞이하고 힙합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으나

        이는 얼마 안가
        수많은 아이돌 랩퍼니 발라드 랩이니 한심한 것들과
        엠넷의 겉은 '힙합의 대중화' 지만 속은 '힙합 팔아서 돈벌어보자' 인
        자본의 암습으로 한국힙합은 지금 KO당하기 직전
      1. sodgh (2015-03-26 23:14:23, 221.139.132.***)
      2.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는데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리드머에서 시원하게 할 말을 해주네요.
      1. kadafi (2015-03-26 18:25:32, 223.62.216.**)
      2. 엠씨몽음악에 랩좀더잘하는 버젼이 딱 요즘 브랜뉴뮤직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1. nia_kez (2015-03-26 00:42:40, 117.123.37.***)
      2. 울화통이 터집니다.
      1. Fukka (2015-03-26 00:36:11, 175.223.2.***)
      2. 오늘 네이버에서 기사읽고 황당해하다가 들어왔더니 칼럼이.. 시원합니다
      1. 신대섭 (2015-03-26 00:30:09, 61.78.124.***)
      2. 대부분 공감하는 글이지만 최근 리드머의 논조가

        지나치게 냉소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최악의 결말인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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