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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블랙뮤직 영화로서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rhythmer | 2018-12-24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김정용 풋볼리스트 기자(Contributor)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스파이더맨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과 소니의 첫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Spiderman : into the Spider-verse]의 음악은 비슷한 목표를 완전히 다르게 달성한다. 둘 다 히어로물과 청춘영화의 조합이지만, 한쪽은 로큰롤, 한쪽은 블랙뮤직을 택했다. 두 장르는 곧 영화의 톤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홈커밍]의 삽입곡 중 귀를 잡아끄는 건 전설적인 로큰롤 밴드 라몬즈(Ramones),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노래, 즉 오래된 록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청춘영화의 장르적 문법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도가 음악에도 반영돼 있다. 반면 [뉴 유니버스]의 음악은 가장 최신 문법으로 만들어진 블랙뮤직이다. 요즘 들어 청춘의 혼란을 잘 반영하기 시작한 블랙뮤직의 새로운 흐름이 [뉴 유니버스]의 근간을 이룬다.

     

    [뉴 유니버스]는 거의 음악영화다. 이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된 노래 13곡은 [블랙 팬서]처럼 영화 바깥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삽입곡으로서 여러 신에 적극적으로 쓰였다. 주인공 마일스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등장하는 건 앞으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하게 쓰일지 선언하는 장면과도 같다. 마일스는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그래피티를 한다는 점에서 엄연한 힙합 아티스트다. 애런 삼촌이 등장할 때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의 랩을 통해 그가 ‘OG’라는 걸 보여준다. 이는 마일스의 터전이 브루클린이라는 걸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
    스포일러 문단)
    힙합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의 플롯을 보면, 전형적인 후드(hood)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 소년은 모범생의 삶을 바라는 아버지에게 괴리감을 느끼며 거리 문화를 이해하는 삼촌에게 의지했으나, 범죄자 삼촌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만다. 소년은 삼촌의 죽음을 딛고 일어나 거리의 방식으로 영웅이 된 뒤 아버지와 화해한다. 그리고 브루클린은 평화를 되찾는다. 이 스토리는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랩과 마약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2018년의 블랙뮤직이 방황하는 청소년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걸 [뉴 유니버스]는 선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5년 전의 블랙뮤직이었다면 청춘영화의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중음악이 위대해지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는, 미성숙한 영혼의 불완전함을 섬세하게 잡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업적은 주로 힙합이 아닌 록에서 일어났다.

     

    1970년대 펑크(Punk)가 그랬고, 록이 이 정서를 잃어가던 1991년 커트 코베인이 등장해 새로운 문법으로예술적인 찌질함을 되살려냈다. 재즈에서도, 일렉트로닉에서도 인간의 영혼의 연약한 부분은 가장 중요한 소재였다. 반면 힙합과 알앤비에 이런 찌질함이 침투할 자리는 한동안 없었다. 힙합과 알앤비는 좀 더 센 척 하는 남자들의 쿨한 장르로 남아 있었다.



     


    2010
    년 이후, 블랙뮤직은 아티스트 내면의 연약함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르로 변해가고 있다. 싱어들은 PBRNB를 통해, 래퍼들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릴 웨인(Lil Wayne)을 비롯한 몇몇 주류 아티스트들의 좀 더 섬세한 감수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예전에는 랩 네임에(Big)’을 붙이던 래퍼들이 요즘엔 경쟁적으로(Lil)’을 붙인다. 키드 커디(Kid Cudi)를 필두로 자신의 나약함과 우울증을 더 이상 감추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현했다. 섬세함을 넘어 자기파괴에 이르는 아티스트들이 연달아 나올 정도로 블랙뮤직의 감수성이 예민해졌다.

     

    장르적으로도 과거 록이 차지하던 지위를 블랙뮤직이 상당 부분 잠식한 상태다. [뉴 유니버스]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포스트 말론(Post Malone)과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을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록과 힙합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들의 음악은 트랩 비트만 빼고 보면 감성적인 이모코어나 브릿 팝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일단 힙합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런 정서가 [뉴 유니버스]에 적극 차용되면서, 주인공 마일스의 심리 묘사에 탄력이 붙었다. 사운드트랙 중에서도 싱글로 발매된 “Sunflower”는 스웨이 리(Swae Lee)와 포스트 말론의 섬세한 감수성이 잘 드러나 있다. ‘네가 모르는 사람들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 네가 혼자 남겨지기 싫어한다는 걸 알아라는 가사와 두 싱어의 처연한 음색은 마일스의 갈팡질팡하는 영혼과 잘 어울린다.




     

    (스포일러 문단) 마일스는 애런 삼촌의 죽음 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기분을 느낀다. 예술영화였다면 여기서 더 깊숙하게 들어가겠지만, 히어로 영화인 [뉴 유니버스]에는 다행히 다른 차원에서 온 비슷한 운명의 친구 4(정확하게는 3명과 1대와 1마리)이 그를 이해해준다. 마일스는 모든 사건을 해결한 뒤 다시 자신의 차원에 홀로 비밀을 간직한 채 남겨지지만, 다른 차원의 친구들에게서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며, 속편에서 다시 그들을 만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일스의 슬픔과 혼란을 전달하는 것이 블랙뮤직의 역할이다.

     

    물론, 모든 계산을 집어치우더라도 2018년의 청춘영화에는 블랙뮤직이 등장해야 자연스럽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듣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브루클린 출신의 흑인 마일스뿐 아니라 그의 룸메이트(원작의 한국계 캐릭터인 강캐 리로 추정된다) 역시 비슷한 음악을 즐겨들으며, 그들의 기숙사 방에는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Coloring Book] 앨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청춘영화의 고전 [멍하고 혼란스러운, Dazed and Confused] 1976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의 록 음악이 잔뜩 흘러나오는 영화였다. 만약 이 영화를 2018년 배경으로 다시 만든다면 음악은 온통 블랙뮤직이어야 할 것이고, 얼굴에 문신을 한 채 음울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청년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게 지금 미국 젊은이들이 스스로 그리는 청춘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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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Barkin'dogg (2018-12-25 10:45:04, 182.220.40.**)
      2. 오 Chance The Rapper였군요 낯익긴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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