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한국 여성 래퍼 베스트 트랙 20
- rhythmer | 2022-03-08 | 2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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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여성 래퍼의 증가다. 불과 수년 전까지도 윤미래가 무조건반사처럼 유일무이한 여성 래퍼로 거론되던 걸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비록 걸작이라고 부를만한 여성 래퍼의 앨범을 찾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반드시 기록해야 할 탁월한 곡은 존재한다. 그중엔 이미 유명한 명곡도 있고, 여러 이유로 간과한 곡도 있다.
여기 그동안 발표된 여성 래퍼의 결과물 중에서 의미가 남다르고 완성도가 높았던 20곡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순서는 발매 연도순이다.
선정 및 글: 김효진, 남성훈, 황두하, 이진석, 장준영, 강일권
윤미래(t) - 삶의 향기 (Soul Flower) (2001)
“삶의 향기 (Soul Flower)”는 알앤비/소울에 기반을 둔 윤미래의 첫 솔로 앨범 [As Time Goes By]에서 유일하게 전형적인 힙합 트랙이다. 그는 시원시원한 발성과 타이트한 플로우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최상의 랩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비록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불확실한 삶 속에서 음악과 사랑을 따라 흘러가는 과정을 시적으로 풀어낸 가사와 1980년대 영국 팝 그룹 스팬도 발레(Spandau Ballet)의 히트곡 “True”를 샘플링한 서정적인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프로듀싱을 맡은 건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윤미래가 한국 최고의 여성 래퍼로 손꼽혔던 오랜 시간의 초석을 다져준 트랙이다.
윤미래(t) - Wonder Woman (2002)
흑인 혼혈 여성의 자전적 서사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검은 행복"이 나오기 5년 전, 이미 윤미래는 "Wonder Woman"에서 같은 이야기를 강렬한 에너지로 풀어냈었다. ‘반 먹통 Korean 혈통, 난 Nappy headed Tasha illgal rasta’라며 인종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낸 도입부는 대체 불가능의 짜릿함을 준다. 궁금증을 표하는 'Wonder'로 그간의 외로움과 아픔을 소환 후 이를 극복하고 'Wonder Woman'이 되었음을 선포하듯 뱉는 마지막 랩은 짜릿함 이상의 전율을 선사한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들려주며 성장한 랩/힙합 장르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힙합 트랙이다.
윤미래(t) - 검은 행복 (2007)“검은 행복”은 윤미래의 가장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트랙이다. 그는 남들과 다른 피부색 탓에 차별받았던 과거, 그로 인해 들었던 자책감, 데뷔 초 소속사로부터 당했던 부당한 대우를 차례로 풀어낸다. 오랜 차별과 핍박으로 상처입은 그를 구원해준 건 바로 음악이었다. 과거를 회고하는 흠잡을 데 없는 랩 퍼포먼스에 이어, 후렴에선 유려한 보컬을 선보이며 양면으로 탁월한 역량을 선보였다. 후반부에 이르러 다정한 어투로 딸에게 해주고픈 말을 전하는 아버지의 내레이션은 더없이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연출한다.
리미(rimi) - I’m Hot (2009)“I’m Hot”의 목적은 단 하나다. 리미라는 래퍼를 알리는 것. 그는 무려 다섯 개의 벌스 동안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래퍼로서의 TMI를 요목조목 펼쳐놓는다. 끊김 없이 라임을 이어가며 워드 플레이를 늘어놓는 재치도 탁월하다. 무엇보다 여성 래퍼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고 오로지 랩과 펀치라인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태도가 돋보였다. 위협적인 신시사이저와 빠르게 내달리는 리듬 파트가 어우러진 델리 보이(Delly Boi)의 프로덕션이 이처럼 타이트한 랩을 탄탄하게 뒷받침해 준다. 이 곡을 통해 리미는 경쟁자가 없다시피 했던 윤미래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여성 래퍼로 급부상했다.
씨엘(CL) - 나쁜 기집애 (2013)“나쁜 기집애”는 2010년대 테디(Teddy)로 대표되는 YG 스타일의 프로덕션이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진 트랙 중 하나다. 당시 유행하던 덥스텝(Dubstep) 사운드를 차용해 극적인 연출을 도모한 프로덕션과 동요의 음가를 절묘하게 차용한 센스가 돋보이는 후렴구, 그리고 ‘기집애’, ‘언니’ 등, 한국어의 맛을 살린 가사까지. 미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준수한 완성도로 구현한 동시에 개성까지 챙겼다. 짧지만 포인트를 잘 살려 쾌감을 더한 씨엘의 벌스도 인상적이다. ‘배드 비치(Bad Bitch)’ 컨셉을 ‘나쁜 기집애’라는 말로 치환하고, 이질적인 단어들을 조합한 가사로 솔로 아티스트 씨엘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한 트랙이다.
케이온(Kayon) – Respect (2014)케이온(Kayon)은 별다른 싱글이나 믹스테입(Mixtape) 없이 준수한 정규 앨범으로 데뷔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Respect”는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트랙이다. 그는 한국 힙합을 도마 위로 올려놓은 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문제의식을 하나씩 꺼내 든다. 비판의 대상은 다양하다. 비슷한 내용의 자기과시만 가득한 천편일률적인 스타일과 인맥으로 성공을 좇는 이들을 언급하고, ‘남자들이 만든 판’에서 성공하기 위해 섹슈얼한 컨셉을 어필하는 다른 여성 뮤지션과 선을 긋는다. 빈지노(Beenzino)의 가사를 인용해 재치 있게 받아친 라인, ‘왜 여자들은 그리 명품에 환장해? / 글쎄, 랩퍼들에게 물어봐, 왜 환장해?’는 여성 래퍼의 가사 중 가장 통렬한 한 방으로 기록할만하다.
키디비(KittiB) - Nobody's Perfect (2016)[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여성 래퍼가 많이 부각됐지만, 실력과 음악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달리던 시기, 키디비가 이 곡에서 보여준 발전은 상당했다. 과거의 그뿐만 아니라 절대다수의 여성 래퍼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구사하던 과도한 혀 굴리기에서 벗어나 최대한 발음을 명확히 하여 전달력을 살리면서도 플로우는 훨씬 타이트해졌다. 특히 가사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겪고 본 일을 바탕으로,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강박적인 미의 기준을 거침없고 세련된 표현의 라인으로 비판한다. 그의 가사처럼 ‘여자로 살아가는 이 시간 지친 그녀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잘 담긴 한국 힙합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여성 찬가다.
재키와이(Jvcki Wai) – Anarchy (2017)
“Anarchy”의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반골 기질’이다. 재키와이는 법과 사회, 꼰대와 종교 등 다양한 대상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며 비장한 어조로 성공을 갈구한다. ‘난 인간 X녀도 성녀도 아니네’, ‘여왕이 되려면 깔려야 해 쟤네 밑으로’처럼 강렬한 라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멜로딕하게 짜인 후렴구는 매우 중독적이다. 특히 곡에 내재된 냉소와 저항이 재키와이의 캐릭터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 비장미를 극대화한 이안 퍼프(Ian Purp)의 프로덕션 역시 감흥을 더하는 요소다. “Anarchy”는 재키와이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동시에 리스너의 뇌리에 그의 이름을 새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슬릭(SLEEQ) - Ma Girls (2017)
미국 국무부가 매년 여권신장에 공로를 세운 여성을 선정하는 시상식 이름이 ‘국제 용기 있는 여성상’일 정도로 '용기'는 여성운동의 핵심 키워드다. 슬릭의 "Ma Girls"는 '나는 너의 용기야'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마주한 두려움, 슬픔, 불안함을 곡에서 품어낸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혐오가 덧씌워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다. 슬릭의 장기인 편지글 형식의 가사가 “Ma Girls”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공격적이거나 선동적인 구호 없이 여성운동의 핵심을 강렬하게 관통한 곡이다.
브린(Bryn) - stop talking! (Feat. Jvcki Wai) (2018)싱잉랩은 한국 힙합에서도 지겨울 정도로 귀에 밟히지만, 뭐든 잘하면 그만이다.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브린과 재키와이는 어설픈 영어 가사에 기대지 않고도 반드럽고 멜로딕한 벌스의 싱잉랩 트랙을 완성했다. 특히 두 래퍼의 각자 다른 호흡이 만들어낸 흐름이 듣는 맛을 배가한다. 브린이 여유롭게 멜로디를 형성하며 나아간다면, 재키와이는 상대적으로 짧게 구성한 라인을 빠르게 뱉으며 특유의 플로우를 만들어냈다. 유려한 신스 운용이 돋보이는 마이다스 피(Midas p)의 프로덕션도 훌륭하다. 본인을 향한 세간의 비난, 혹은 충고 따위에 엿을 날리는 랩은 많다. 그러나 이처럼 섬세한 동시에 거친 매력을 지닌 곡은 흔치 않다.
최삼(Choi Sam) - 할 만큼 했다 (2018)최삼의 랩에서 핵심은 분노다. 여성이자 래퍼로서 보고 겪는 수많은 차별, 혐오, 불평등, 위협에 반발심을 갖고 이를 적나라하게 기술한다. 그중 "할 만큼 했다"는 최삼의 여러 특징이 잘 녹아있는 트랙이다. 래퍼로서의 능력을 과시하면서도 다른 래퍼의 행태를 비판하고, 자신을 향한 비난을 공격적으로 받아내며, 부도덕한 상황과 범죄 행위를 전시한다. 중후하면서도 힘 있는 톤의 래핑도 그의 결과물 중 가장 안정되었으며, 타이트하다. 의미 없이 무분별한 여성 혐오가 난무하는 한국 힙합에서 꾸준히 정면으로 맞서온 최삼의 존재감이 제대로 폭발했다.
재키 와이(Jvcki Wai) - Enchanted Propaganda (2018)“Enchanted Propaganda”가 가진 매력 중 하나는 ‘모호한 비장함’이다. 재키 와이가 이 곡에서 저항하는 대상은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누구보다 비장한 자세로 삶과 ‘모호한 대상’을 향해 저항한다. 그러다가도 ‘숭배를 받을래 다 가진 김정은 아저씨처럼’ 같은 가사로 실소를 유발하며 적당히 긴장감을 풀어준다.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타이트한 싱잉랩 퍼포먼스가 곡의 모호한 매력에 쾌감을 더했다. 재키 와이가 지닌 강점과 개성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이다.
제이클레프(Jclef) - 프리-퀄 (2018)
제이클레프(Jclef)의 [flaw, flaw]는 자신에 대한 흠(‘flaw’)과 세상의 흠을 치열하게 고찰한 작품이다. 그 종결에 "프리-퀄"이 있다. '남들보다 몇 년씩이나 까먹'은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 있게 걸어 봤자 비포장도로'인 상황에서 남들의 기준이나 흠에 동요하지 않고자 하는 태도가 담겼다. 여유로움을 보이면서도 본인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나의 속도를 맞춰야겠어'라고 말한다. 랩과 보컬의 경계에서 펼치는 유려한 싱잉랩 퍼포먼스, 진부하지 않은 가사, 흠잡을 곳 없는 프로덕션이 한층 감흥을 배가한다. 앨범의 탁월한 마무리인 동시에 '나'를 향한 가슴 뭉클한 응원가다.
제시(Jessi) - Who Dat B (2019)오랜 기간 실력과 가능성 사이에서 표류하는 것 같았던 제시는 싱글 "Who Dat B"에서만큼은 상황을 뒤집었다. 음악보다 먼저 대중에게 각인된 '센 언니' 캐릭터에 대한 시선을 받아치는 제시의 랩은 비장함 이상의 짜릿함을 준다. 과감하고 거만하게 본인의 브랜드파워를 나열하지만, 한 구절도 허황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 와중에 '세상 어디를 가든 동양 여자로서 나는 절대 안 꿀려' 같은 구절이 내포한 메시지의 힘은 강력하다. 자신을 소개하고 과시하는 곡은 흔하지만, "Who Dat B"는 그간 한국 힙합에서 듣기 어려운 성격의 결과물이었다. 셀레브리티 래퍼가 주류 대중의 불편한 시선을 랩 음악으로 정면 돌파해 선망과 응원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트랙이기 때문이다.
이영지 - 나는 이영지 (2020)이영지가 방송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수록 발표하는 음악은 적어지는 듯해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이유는 래퍼로서의 순간이 매번 강렬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영지"가 대표적이다. 넘치는 자부심과 실력에 대해 충만한 자신감으로 일관하며, 제목은 물론, 트랙 내내 본인의 이름을 각인한다. '난 가진 욕심이 적고 흑심 덜어낸 토지는 비옥해지는 법'과 같이 곱씹을수록 근사한 표현의 가사, 마디마다 시원하게 꽂히는 타이트한 플로우가 어우러져서 쾌감을 선사한다. 웬만한 래퍼가 뱉었다면 오글거릴 수 있는 후렴구조차 듣는 맛을 더한다. 실로 오랜만에 실력과 패기를 고루 갖춘 신예의 등장이었다.
히피쿤다(Hippie Kunda) - Hippie vs Kunda (2020)혼성 듀오 나인티나인 내스티 키즈(99' Nasty Kidz)의 반쪽 히피쿤다의 랩은 옹골지고 타이트하다. 선 얇은 톤을 바탕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서늘하게 내리꽂히며 절묘한 흐름을 형성한다. 커리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랩 실력만큼은 상위 티어다. “Hippie vs Kunda”는 이 같은 장점이 잘 드러난 곡이다. 그는 내재된 두 자아의 충돌을 컨셉 삼아 한국 힙합의 천편일률적인 트렌드와 카피캣 래퍼들에게 매서운 라인을 던진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매끄러운 랩 스타일과 전혀 상반된 단선적이고 거친 맛의 가사가 어우러져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월비(Swervy) - Mama Lisa (2020)‘우리 엄만 말해 나를 보고 뺨을 한 대 맞음 목을 뽑고 와’라는 구절은 “Mama Lisa”의 핵심이다. 10대 여성의 시선에서 모순된 사회에 위악적인 태도로 맞서며 이전 세대의 여성인 ‘엄마’와 연대하여 대를 잇는 짜릿한 여성 서사를 완성했다. 그동안 힙합에서 엄마란 존재는 주로 자수성가 서사의 당위로 쓰였다. 그러나 스월비는 엄마를 세상에 함께 맞서 싸울 존재로 소환해 클리셰를 비틀어 버렸다. 수이(SUI)가 주조한 위협적인 트랩 비트와 쉴 새 없이 내달리는 스월비(Swervy)의 놀라운 퍼포먼스가 여기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한국 힙합 역사에서 손꼽는 여성 찬가다.
씨엘(CL) - +HWA+ (2020)내면에서 발화된 분노는 양날의 검이다.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 모든 일을 망쳐버리지만, 그 불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왜 타오르기 시작했는지를 직시하는 순간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씨엘은 분노를 명확히 바라보고, 제 손에 올려 지렛대로 활용하는 듯하다. 곡이 흐르는 내내 반복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제자리에서 말 한 마디로 게임을 주도하는 술래처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제 방식대로 이끄는 그를 묘사하는 것만 같다. 노랫말을 품은 비트도 마찬가지다. 제자리를 지키며 묵직하게 진행된다. 씨엘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않을 것. 내 자리를 굳게 지킬 것.
을씨년(EXN) - EXN'S Answer (2021)이름과 톤부터 개성 있는 을씨년은 싱잉랩 포화 상태 속에서도 확실하게 이목을 잡아끈다. 그가 고등학생 때 쓴 “EXN'S Answer”는 공식 데뷔 싱글이자 데뷔 EP [QQQQQ]의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장식한 곡이 되었다. 예술과 꿈에 대한 자답이 다소 치기어리게 서술되었지만,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서 그의 답에 감화되게 한다. 무엇보다 이 곡은 현재 힙합 트렌드의 바람직한 복합체다. 싱잉랩, 하이퍼팝, 딥하우스, 힙합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짜릿한 감흥을 선하한다.
신스(SINCE) - 봄비 (Feat. Rakon) (2021)
신스는 간결하면서도 추적추적한 멜로디 위에 서서 노랫말을 무심히 던진다. 그렇게 내뱉어진 낱말들이 날카롭게 내리 꽂힌다. 후렴구에 반복되는 ‘봄비’는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의 리듬을 그리며 쓸쓸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미니멀한 기타 사운드가 곡의 분위기를 더 깊게 조성한다. 이 곡을 듣는 내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비가 끝도 모른 채 내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비는 땅으로 도달하는 동안 스치는 모든 것의 오물을 씻는다. 젊은 날의 불안, 실패, 걱정들까지 싹 씻겨 주길 비는 듯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다. 이 곡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는 건, 마음 한 켠에 씻기길 바라는 괴로움 한 자락 정도는 누구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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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harapapa (2022-07-04 05:34:50, 39.7.230.***)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윤미래 세 곡은 압도적이네요. ㅎㅎ 눈여겨 보는 래퍼들이 정규 앨범 하나 정도는 발매한데 비해서 영지는 음악적 결과물이 너무 적어서 아쉽네요.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 생각했는데, 모르는 친구들도 보이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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