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24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
- rhythmer | 2024-12-23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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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4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202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Brittany Howard - What Now
Britti - Hello, I'm Britti
FLO - Access All Areas
LOONY - Loony
October London - October Nights
Raveena - Where the Butterflies Go in the Rain
Ravyn Lenae - Bird's Eye
Terrace Martin - Nintendo Soul
Thee Heart Tones - Forever & Ever
USHER - COMING HOME
10. Kehlani - While We Wait 2
Released: 2024-08-1810주년 기념의 [Crash](2024)로 준 아쉬움을 달래고자 했던 것일까? 정규가 발매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While We Wait 2]가 빠르게 발매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작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장점을 믹스테입을 통해 완전히 채웠다는 점이다.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틀에서 명징한 멜로디와 마치 비트와 한 몸이 된 듯한 그루브를 느낄 수 있는 켈라니의 퍼포먼스가 일관되게 이어진다.
동시에 힙합 소울의 특징을 살린 "S.I.N.G.L.E."과 "Know Better", 강점인 수려한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First Life", 딕슨(DIXSON)과 함께 끈적한 무드를 이끈 "Slow Dance", 플로(FLO)와 루드밀라(LUDMILLA)를 초대해 [Crash]의 두 곡을 다시 부른 선택까지. 모든 곡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적재적소에 참여시킨 피처링까지 효과적으로 동작하도록 했다. 켈라니를 향한 기대감을 채워주면서, [Crash]를 월등히 능가하는 완성도로 올해 한자리를 또 한 번 빛낸다.
9. Hiatus Kaiyote - Love Heart Cheat Code
Released: 2024-06-28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가 네 번째 정규 앨범 [Love Heart Cheat Code]에서 함께 한 인물은 브라질 출신의 전설적인 뮤지션 마리오 칼다토 주니어(Mario Caldota Jr.)다. 밴드는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마리오의 조력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독특한 소스들을 조합해 사이키델릭한 기운을 강화했고, 겹겹이 쌓아올린 풍성한 코러스와 멜로디의 결이 느껴지는 극적인 어레인지, 네이 팜(Nei Palm)의 능숙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우주를 유영하듯 부드럽고 따스하다. “Telescope”, “Everything’s Beautiful”, “Love Heart Cheat Code”는 농익은 밴드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들이다.
밴드는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꾀했다. 일렁이는 피아노와 뭉근하게 깔리는 드럼으로 재즈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How To Meet Yourself”와 내달리는 드럼과 강렬한 일렉 기타 사운드로 록 사운드를 껴안은 “Cinnamon Temple”은 대표적. 두 곡 다 다른 곡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서 이러한 변화가 기존 밴드 색깔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을 대표하는 밴드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가 1967년 발표한 동명의 곡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White Rabbit”도 마찬가지다.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두 밴드의 사운드가 하나가 되는 순간은 경이롭기까지하다.
이번 앨범에서 밴드는 ‘삶의 긍정’을 노래한다. 각 멤버의 생일에 맞는 별을 열거하는 “Telescope”,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Everything’s Beautiful”,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을 찾아가는 “How To Meet Yourself” 등등, 긍정적이고 희망찬 가사들로 가득 채워졌다. 어떠한 상황에도 결국 ‘사랑’이 열쇠라는 진리를 설파하는 “Love Heart Cheat Code”는 앨범을 꿰뚫는 메시지다. [Love Heart Cheat Code]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하고 괴로운 순간도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샘솟는다.
8. SiR - HEAVY
Released: 2024-03-22
썰(SiR)은 팬데믹 당시 지독한 우울증과 약물 및 알콜 중독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그로 인해 소원해진 아내와의 관계와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재활원에 들어가고 종교의 힘을 빌리는 등의 노력을 했고, 현재는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라고 한다. 지난 이야기들은 [Heavy]의 골자가 되었다. 그간 발표한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이고, 동시에 종교적인 색채도 강해졌다. “You”, “Only Human”, “Nothing Even Matters” 같은 곡에서는 아내를 향해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건 음악적 완성도다. 썰은 나긋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보컬과 차분하게 침잠된 사운드를 주로 선보여왔다. 이번에도 지난 기조를 유지하면서 탄탄한 사운드로 색깔을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느릿한 리듬 파트와 은은하게 깔리는 신시사이저, 전형을 조금씩 비껴나가는 진행이 매력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Heavy”, “Whole Six Days”, “Satisfaction” 등은 썰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그런가 하면 “No Evil”, “You”, “Tryin’ My Hardest” 같은 곡에서는 목소리 톤을 바꾸거나 디지털 가공을 더하는 등 곡 분위기에 맞는 연출로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한다. 아이재야 라샤드(Isaiah Rashad), 앤더슨 팩(Anderson.Paak), 앱 소울(Ab-Soul) 등 조력자들의 참여도 만족스럽다. [Heavy]에는 썰의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무거운 시기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며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Tryin’ My Hardest”와 “Brighter”까지 듣고나면,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 Thee Sacred Souls - Got a Story To Tell
Released: 2024-10-04
디 새크레드 소울즈(Thee Sacred Souls)는 과거의 사운드를 현재로 재현하는 데에 있어 탁월한 그룹이다. 지난 2022년 발표했던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유행하던 소울 사운드를 재해석하여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바 있다. 소포모어 앨범 [Got a Story to Tell]도 마찬가지다. 소울의 향은 더욱 짙어졌고, 소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느긋하게 흘러가는 드럼, 베이스, 기타 사운드 위로 세월을 머금었다 뱉어내는 듯한 조쉬 레인(Josh Lane)의 보컬이 얹어지며 공간을 채우는 첫 곡 “Lucid Girl”은 대표적. 시카고 소울, 두왑(Doo-wop), 펑크(Funk), 가스펠(Gospel) 등 다양한 하위 장르를 아우르는 사운드는 흑인 음악의 풍성한 뿌리를 체감하게 한다. “Somebody Knew”의 오르간이나 “Stuck in the Mud”의 관악기처럼 여러 악기를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연출을 가미한 것도 인상적이다.
밴드는 이번 앨범에서 사랑의 다양한 면을 노래한다. 직설적이고 투박한 노랫말은 음악과 맞물려 자연스럽고 따스하다. 뿐만 아니라 “One and the Same”에서는 분열된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설파하기도 한다. 민중들의 삶을 대변하는 도구이기도 했었던 그 시절 소울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현대 미국의 사회상과도 맞닿아 있어 시의성 또한 갖추고 있다. 이는 [Got a Story to Tell]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를 빌려와 현재로 나아간다. 디 새크레드 소울즈의 음악이 가진 힘이다.
6. Kyle Dion - If MY Jeans Could Talk
Released: 2024-01-19
카일 디온(Kyle Dion)은 이전부터 네오 소울과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중심에 두었다. 신보에서도 기존의 스타일은 포용하면서, 정규에 버금가는 프로덕션을 압축적으로 구축했다. 앨범을 여는 "Gimmie"부터 그렇다. 펑키한 베이스 연주와 디스토션 걸린 묵직한 기타가 곡을 빈틈없이 채우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후렴구('Give me')에 어울리는 끈적한 보컬로 일관한다. "No Rules", "Spend It", "Placebo" 등등, 기존에 들려준 강한 쾌감을 전달하는 곡과 맥을 같이한 점도 흥미롭다.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곡은 마지막을 장식한 "XYXY"다. 가사의 한 구절에도 있듯이, 여름이 느껴지는 싱그러운 분위기로 그득하다. 마치 또 하나의 악기처럼 카랑카랑하게 내지르는 보컬이 사이키델릭 록을 품은 시원시원한 기타 소스와 뒤섞여 묘한 감흥을 전달한다. 특히 자신의 성정체성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밝히며 'In a way, we're the same / 어찌 보면, 우린 모두 같아'라며 외치는 내용까지 여운이 상당하다.
러닝타임 내내 곡을 이루는 소리의 조합이 굉장하다. 동시에 진부하지 않으면서 선명한 멜로디, 엄청난 쾌감을 전하는 보컬까지 빼어나게 결합했다. 디온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앨범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감정에 충실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나'에게 솔직해진 만큼, 결과물은 더욱더 특출하게 완성됐다.
5. Gavin Turek - Diva of the People
Released: 2024-09-06
개빈 투렉(Gavin Turek)이 3년 만에 내놓은 [Diva of the People]은 가장 잘하는 장르에 집중해 앨범명처럼 디바로서의 이미지를 더욱더 나타낸다. 펑크, 디스코, 하우스를 원료로 한 프로덕션은 장르적으로 일관되게 움직인다. 80~90년대 디스코와 하우스를 듬뿍 쏟아내면서도, 저스티스(Justice)를 연상시키는 공격적인 기타와 베이스 연주로 앞으로 당기고("Back On The Market"), 쉭(Chic)과 시스터 슬레지(Sister Sledge),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등등, 70년대에 활동했던 여러 이름을 쉽게 떠올리도록 하는 구성과 특징을 듬뿍 살린 순간도 만족스럽다("Heaven Knows"). 장르의 묘미를 충실히 살리며 시대적인 래퍼런스도 챙긴 선택이 앨범 내내 주효하게 작용한다.
댄서블한 프로덕션이 장악하면서, 메시지 측면에선 전작보단 다소 가볍게 변모했다. 하지만 스킷(skit) 역할의 세 곡("Diva's Gotta Div", "B*tch Let Go!", "Skin Is Looking Better")을 통해 여성으로서 당당히 솔직하게 살도록 응원하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쾌락과 감정에 충실한 가사는 스킷이 등장하면서 디바로서, 여성으로 사는 삶을 긍정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결국 [Madame Gold]에서 강조한 히어로의 모습과 메시지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셈이기도 하다.
[Diva of the People]은 결국 일관된 투렉의 결과처럼 다가온다. 한결같은 프로덕션과 함께, 이전부터 강조해 온 여성에 대한 긍정을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이뤄냈다. 새로운 디바가, 모두의 여성으로서 또 다른 '마담 골드'를 선언한다.
4. Yaya Bey - Ten Fold
Released: 2024-05-10
야야 베이(Yaya Bey)의 [Remember Your North Star]는 2022년 가장 뛰어난 알앤비 앨범 중 하나였다. 여러 장르를 한데 엮어 화학적으로 결합한 프로덕션은 놀라웠고, 그 위에서 시를 읊 듯이 나지막한 톤으로 리듬을 밀고 당기는 야야의 보컬은 거친 동시에 담백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를 썼었던 경력을 증명하듯이 삶의 다양한 면을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가사는 강한 흡입력을 보여줬다.
야야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는 [Ten Fold]에서는 계속된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힙합, 일렉트로닉, 아프로비츠, 댄스홀 등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면서도 일정하게 나른하면서 몽환적인 톤을 유지한다. “chrysanthemums”, “sir princess bad bitch”, “all around los angeles”, “so fantastic”처럼 댄서블한 트랙도 앨범의 흐름 내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든다.
야야는 전보다 상대적으로 호전적인 태도로 삶을 대한다. 자부심에 대해 이야기는 “east coast mami”나 자신을 소홀히 하는 연인에게 이별을 경고하는 “chasing the bus”는 대표적.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단순히 삶이 아닌 야야가 음악 산업에 뛰어들며 겪은 일들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는 점이다. “career day”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업계가 여성 아티스트에게 요구하는 것과 자신이 추구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토로한다. 종래에는 상업적인 길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Ten Fold]를 들어보면, 이러한 결심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야야는 다시 한번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했다.
3. Kali Uchis - ORQUÍDEAS
Released: 2024-01-12
약 1년 만에 내놓은 [Orquídeas]는 [Red Moon In Venus](2023) 이후 꽤 짧은 시간에 발매된 작품이지만, 그 구성과 결과를 본다면 무척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스페인어의 비중이다. 전작에선 일부 활용했던 스페인어를, 이번엔 [Sin Miedo (del Amor y Otros Demonios) ∞](2020)에서처럼 전면으로 배치했다. 칼리는 사랑의 수많은 순간을 그리는 것이 능하다. 영어를 사용할 때도 톡톡 튀는 가사를 들려준다. 하지만 유독 스페인어를 할 땐 말맛이 더욱더 살아난다. 훨씬 직접적이고 생생하며 풍성한 비유로 이야기를 채웠기 때문이다.
빼어난 스페인어 가사에 어울리는 라틴 음악을 끌어들인 프로덕션이 앨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Muñekita"와 "No Hay Ley Parte 2"에선 레게톤(Reggaeton)의 공격적인 리듬과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였고, "Te Mata"에선 퍼커션과 기타, 특유의 박자까지 볼레로(Bolero)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물론 모든 곡을 라틴 음악으로 꾸린 것은 아니다. 소울. 알앤비, 팝, 일렉트로닉 등등, 다양한 소리를 조합하고 장르를 결합하여 재밌는 순간을 연출한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일으키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Young Rich & In Love"에선 영어 비중을 높이며 속삭이는 듯 농염한 보컬로 일관하며, 리드미컬한 비트와 묵직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가득 찬 "Perdiste"에선 칼리의 매력적인 가성이 부각되는 사운드 구성과 곡 전개가 인상적이다.
[Orquídeas]엔 그가 잘하는 것이 즐비한 동시에, 칼리이기에 할 수 있는 음악이 담겼다. 수많은 난초 사이에 고유한 빛과 향을 내며 칼리는 또 한번 아름답게 존재감을 발휘했다.
2. Fantastic Negrito - Son of a Broken Man
Released: 2024-10-18
장르의 구분이 더욱더 무의미해지는 현시점에서 판타스틱 니그리토(Fantastic Negrito)의 존재감은 그만큼 커져가는 모양새다. 이번 역시 블루스와 록을 필두로 소울, 가스펠을 융합하여 본인만의 진득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초반부터 응집력이 굉장하다. 오케스트레이션, 신스, 드럼 등등, 모든 악기가 포효하는 보컬과 함께 쏟아지는 듯한 "Runaway from You", 감미롭게 시작해 절절하게 이어지는 소울풀한 넘버 "I hope Somebody's Loving You", 중독적인 리프와 강렬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Goddamn Biscuit"까지, 강하게 몰아친다.
끓어오르는 에너지는 후반부도 이어진다. 그중 마지막 곡 "Son of a Broken Man"이 참으로 굉장하다. 은유로 점철된 가사에 소울의 흥취를 꽉 채운 보컬, 아름답게 깔리는 오르간과 피아노에 환상적인 기타 솔로가 모이면서 앨범이 끝나고도 여운이 끝나지 않도록 한다. 매번 기본 이상을 해내는 아티스트임에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른다.
1. KAYTRANADA - TIMELESS
Released: 2024-06-07
케이트라나다(KAYTRANADA)는 ‘장인’이라는 수식이 어울릴 정도로 본인만의 확실한 스타일을 갖춘 프로듀서다. 힙합, 알앤비 등 블랙 뮤직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조합한 프로덕션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특히, 특유의 넘실거리는 신시사이저 운용과 리듬 파트는 그의 손길이 닿았음을 단번에 알게 하는 인장과도 같다. 세 번째 정규 앨범 [TIMELESS]는 카이트라나다 표 댄스 음악의 진수가 담긴 작품이다.
1980년대 풍의 뉴웨이브 사운드부터 댄스홀, 아프로 비츠처럼 근래에 유행하는 장르까지 끌어안아 복고와 현재가 동시에 느껴진다. 21곡, 약 1시간 3분의 재생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댄서블한 비트가 이어지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템포를 조절하고 리듬의 패턴을 바꾸며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중독적인 베이스라인과 간결한 일렉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Weird”, 신스를 여러 층으로 겹겹이 쌓아 황홀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Dance Dance Dance”와 “Steppen On”, 혼 악기가 곡을 주도하는 “Do 2 Me” 등, 곡마다 상이한 디테일이 숨어있어 이를 찾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스트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2곡이나 참여해 앨범의 분위기를 주도한 로첼 조던(Rochelle Jordan), “Still”에 풍성한 보컬로 감성을 더한 샬럿 데이 윌슨(Charlotte Day Willson), “Witchy”에서 호소력 짙은 퍼포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차일디쉬 갬비노 (Childish Gambino)는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이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 속에서 자신만의 것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케이트라나다는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색깔을 지켜왔고, 이를 바탕으로 스펙트럼을 조금씩 확장하고 깊이를 더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TIMELESS]다. 가볍게 몸을 흔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악이지만, 그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말 그대로 세월이 지나도 작품이 주는 감흥은 그대로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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