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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24 국외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
    rhythmer | 2024-12-23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4 국외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2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Ab-Soul - Soul Burger

     

    Benny the Butcher - Everybody Can't Go

     

    Che Noir - The Lotus Child

     

    Curren$y & DJ.Fresh - The Tonite Show The Sequel

     

    Jay Worthy & DãM Funk - Magic Hour

     

    JPEGMAFIA - I LAY DOWN MY LIFE FOR YOU

     

    Killer Mike - Michael & The Mighty Midnight Revival, Songs For Sinners And Saints

     

    MIKE & Tony Seltzer - Pinball

     

    Skyzoo - Keep Me Company

     

    Vince Staples - Dark Times

     

     



    10. Doechii - Alligator Bites Never Heal

    Released: 2024-08-30  

    도이치(Doechii)는 2021년 탑 독 엔터테인먼트(Top Dawg Entertainment)와 계약한 뒤로 씬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시자(SZA) 이후로 레이블에 처음 합류한 여성 아티스트인데다가 랩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컸다. 그리고 [Alligator Bites Never Heal]는 그의 잠재력이 제대로 터진 결과물이다. 19곡 동안 그의 랩은 쉴 틈 없이 흘러가며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GTFO”을 제외하면 모든 곡을 혼자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마치 니키 미나즈(Nicki Minaj)처럼 한 곡 안에서도 자유자재로 톤을 바꾸는 랩과 랩만큼 뛰어난 보컬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세간의 편견과 간섭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Danial Is a River”는 도이치의 장점이 극대화된 곡이다. 또한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의 “Woo Hah!! Got You All In Check”(2016)에서 플로우를 차용한 “Catfish”처럼 곡마다 캐치한 구성으로 귀를 잡아끈다. 특히, “Boom Bap”과 “Nissan Altima”의 폭발적인 랩을 들으면 그가 왜 주목을 받고 있는지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앨범에는 “Boiled Peanuts” 같은 1990년대 스타일의 붐뱁부터 “Beverly Hills”처럼 가벼운 팝 알앤비 사운드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곡이 수록되어있다. 도이치는 이를 모두 찰떡 같이 소화해내며 다재다능함을 증명해낸다. 섹슈얼한 이미지를 내세운 메인스트림 여성 래퍼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도이치는 그 사이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그 증거로 [Alligator Bites Never Heal]를 들어보라. 어쩌면 새로운 슈퍼스타 탄생을 목도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9. Chief Keef - Almghty So 2

    Released: 2024-05-10

     

    치프 키프(Chief Keef)는 의외로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인물이다. 2012년 발표한 “Love Sosa”와 “Don’t Like”로 시카고 드릴(Chicago Drill)을 세상에 알리며 컬트적 인기를 구가한 이후 최근까지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물론 등장 때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진 못했다. 그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래퍼도 아니고, 걸출한 완성도의 앨범을 발표하지도 못한 탓이다.

     

    그런데 다섯 번째 정규 앨범 [Almighty So 2]는 다르다. 웅장한 신시사이저와 파괴력 강한 808 드럼이 어우러진 시카고 드릴 사운드로 기세를 확 올리는 첫 곡 “Almighty (Intro)”부터 단숨에 사로잡는다. 다음 곡 “Neph Nem”까지 맹렬한 기세가 이어지고, “Treat Myself”에서 잠시 템포를 낮춰 강약을 조절하는 흐름도 인상적이다. 기술적으로 탁월하진 않지만, 충실히 리듬을 밟아나가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래핑도 비트에 잘 어우러진다. 흥미로운 점은 치프 키프가 모든 곡에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시카고 드릴, 트랩 등등, 잘하는 장르에 집중하면서 중독적인 루프와 감각적인 리듬 파트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Almighty So 2]는 여태까지 치프 키프가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뛰어나다. 그가 전곡의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씬에 등장했고, 아직도 28살의 젊은 나이다. 긴 시간 동안 그는 꾸준히 음악에 매진해 왔다. 그 꾸준함이 [Almighty So 2]를 통해 빛을 발했다.

     


     

    8. Yeat - 2093

    Released: 2024-02-16

     

    래퍼이자 프로듀서 이트(Yeat)의 [2093]은 디스토피아 사회를 주제 삼아 힙합의 경계를 확장하고 시험하는 앨범이다. 음악은 레이지(Rage), 트랩(Trap), 인더스트리얼 힙합, 일렉트로-인더스트리얼을 넘나든다. 공기를 찢고 지나가듯 현란한 리듬과 일그러진 사운드가 신경을 옭아매고, 랩은 지배계층의 비밀암호처럼 은밀하게 퍼져나간다.

     

    이트가 인도하는 새로운 차원을 뒤덮은 곡들에선 아티스트의 초현실주의적 성향이 짙게 묻어난다. 수록곡 대부분은 혁신적이고 급진적이며 도발적이다. “Power Trip”을 들어보자. 이 곡에선 총 세 번의 비트 변주가 발생한다. 산성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속 미래도시의 밤거리를 연상케 하는 초반부에 이어 인더스트리얼 힙합 사운드가 스모그처럼 깔리더니 목가적인 음악으로 마무리된다. 

     

    미래지향적 컨셉을 대변하는 두 개의 장엄한 스코어 “If We Being Rëal”에서 “1093”으로 이어지는 마무리도 더할 나위 없다. 특히 “1093”은 거칠고 지저분한 사운드와 서정적 무드를 병치하여 주조한 프로덕션이 미묘한 감흥을 끌어낸다. [2093]은 이트의 미지를 향한 탐구 정신과 다재다능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더불어 이트의 독특한 스타일과 음악적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랩 음악의 또 다른 미래를 연 이트의 음악은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을 들려주었다.

     


     

    7. Common & Pete Rock - The Auditorium, Vol. 1

    Released: 2024-07-12

     

    커먼(Common)이 사실상 카리엠 리긴스 (Karriem Riggins)와의 합작앨범이나 다름없었던 [A Beautiful Revolution Pt.1]과 [A Beautiful Revolution Pt.2] 이후 선택한 파트너는 전설적인 힙합 프로듀서인 피트 록(Pete Rock)이다. 피트 록은 경력을 씨엘 스무스(CL Smooth)와의 듀오로 시작했고, 수많은 래퍼와의 합작앨범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이력이 있다. 그 결과물인 [The Auditorium, Vol. 1]은 2024년 가장 고급스럽게 마감된 힙합 앨범임이 분명하다.

     

    소울풀한 연주가 가미된 붐뱁 비트는 시종일관 서정적인 무드로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지만, 타격감 있는 드럼 루프가 만들어내는 그루브에 힙합 음악 고유의 매력이 응집되어 있기도 하다. 커먼은 이번에도 흑인 역사를 기반으로 한 따스한 시선에 활동가로서 진보적 의제들을 섞은 놀라운 가사를 써 내려갔다. ‘운이 좋다’라는 구절을 반복하며, 삶의 고통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Fortunate”가 대표적이다. 50살이 넘은 뉴욕과 시카고의 두 거장은 이제 막 탄생 50주년이 지난 힙합 장르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Vol. 2가 기대된다.

     


     

    6. Roc Marciano - Marciology

    Released: 2024-03-29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와의 합작 [The Elephant Man's Bones](2022) 이후,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마르시아노는 다시 한번 프로듀서로서의 감각적인 비트를 펼친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보컬 샘플, 비정형적인 변주와 악기 소스 간에 충돌하는 음계로 부조화를 유도한다. 거세에 가까운 드럼에 불편하고 예측 불가의 소리가 이어지면서, 느와르 무비를 떠올리게 하는 거칠고 음습한 분위기를 구현했다. 단순히 프로덕션만으로도 굉장한 쾌감을 주는 마르시아노는, 마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듯 생생한 이야기를 펼친다. 건조할 정도로 차분한 톤으로 유려히, 또는 치열하게 랩을 꽂는다. 소상히 나열되는 순간과 사건의 연속에 여느 영화 또는 사건에 못지않은 생생한 가사도 빼어나다.

     

    물론 여태 락 마르시아노가 발매했던 작품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새롭고 신선한 작품은 아니다. 그가 잘해왔고, 잘하는 것을 이번 역시 해냈을 뿐이다. 그렇지만 숙성되어 굉장한 향과 맛을 품게 되는 고급 와인처럼, 나날이 마르시아노의 범죄 랩 세계는 진해지고 매력적으로 변모한다. 학문과 이론을 뜻하는 접미사 '-logy'를 붙인 마르시아노의 자신감이 [Marciology]에 담겼다.

     


     

    5. Kendrick - Lamar - GNX

    Released: 2024-11-22

     

    TDE(Top Dawg Entertainment)의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heart pt. 6", 시자(SZA)와 함께 작업한 서정적인 곡 "luther", "gloria" 정도를 제외하곤, [GNX]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이 근래의 일과 꽤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작업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Not Like Us"와 함께 올해 최고의 뱅어가 돼버린 "squabble up"에선 자신의 부와 위치에 대해 과시한다. 켄드릭의 자랑이 시의성을 만나면서 드레이크(Drake)를 비롯한 이들에게 다시 한 방을 날리는 것처럼 읽히는 부분이 꽤 흥미롭다.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와 사운웨이브(Sounwave)가 주도한 사운드엔 쥐펑크(G-Funk)와 래칫(Ratchet)의 특징을 적절히 살린 간결한 프로덕션이 빛난다.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신예의 대거 기용이다. 사운드웨이브와 잭 안토노프, 머스타드(Mustard), 샘 듀(Sam Dew), 시자 등 기존에 함께 작업하던 이들 외에도 덜 알려진 아티스트와 여럿 함께 했다. "gnx"가 대표적이다. 컴튼(Compton) 출신인 히타 제이쓰리(Hitta J3), 영 쓰렛(YoungThreat), 페이소(Peysoh)와 함께 랩 게임의 승리와 영광을 함께 나눈다. 특히 '누가 서부를 맨 앞으로 두었나, Who put the West back in front of shit?'라며 자신과 신예들, 그리고 서부를 치켜올리는 후렴구가 몹시 인상적이다. 다만, 켄드릭의 이전 앨범에 비해선 꽤 난잡한 느낌도 강하다. 3분 내외의 짧은 구성과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향수를 일관되게 풍기고 있지만, 곡 간에 단절되고 끊기는 모양새가 자주 일어난다.

     

    어떤 이들은 갑작스레 나온 [GNX]마저 걸작이며, 클래식이 되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GNX]는 전작들과는 다르다. 더구나 풍부하고 치밀하게 꾸린 프로덕션으로 매 순간 일관했기에, 뱅어 중심의 짧은 신보가 자칫 평범하고 허술하게 느낄 여지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장 뜨거운 시점에, 당면한 이야기를, 잘하는 방식으로 쏟아내면서 그간의 무게와 중압감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론 그간 행보가 맥락이 되며, [GNX]가 전작과는 상이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GNX]는 걸작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어떤 발매작보다도 즐겁고 짜릿한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들끓었던 2024년을 용암 같은 [GNX]로 다시 한번 선언한다. 올해는 여지없는 켄드릭의 해였다고.

     


     

    4. Mach-Hommy - #RICHAXXHAITIAN

    Released: 2024-05-17

     

    아이티계 미국인인 래퍼 마크 호미(Mach-Hommy)에게 아이티를 뺴놓고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대표적인 국가인 아이티에 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끊임없이 랩에 녹여낸다. 특히 2021년 최고작 중 하나인 [Pray for Haiti](2021), 같은 해에 발매한 [Balen Cho (Hot Candles)](2021)에선 아이티에 대한 관심과 애정, 걱정을 진득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2024년에 들어서 마크 호미는 다시 한번 아이티 국기를 복면으로 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아이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이티가 처한 경제적, 정치적 상황을 나열하며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가 하면, 자전적인 이야기를 뒤섞어 묘한 정서를 공유하기도 한다. "Sur Le Pont d’Avignon (Reparation #1)"에선 프랑스어와 함께 크레올어를 의도적으로 섞어 아이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 점도 특별하다. 아울러 앨범 내내 은유와 상징, 레퍼런스를 듬뿍 활용한 영리한 표현이 타이트한 랩과 함께 연결된다. 사두골드(SadhuGold)가 주도한 프로덕션은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샘플링과 빈티지한 질감의 비트로 진지하고 장엄한 무드를 일관되게 이끈다. 물론 "Copy Cold"에선 둔탁한 비트와 재지한 건반 루프로 퀠리 크리스(Quelle Chris)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또 다른 아이티 출신인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주조한 "#Richaxxhaitian"에선 특유의 리드미컬한 프로덕션이 틈입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분명한 컨셉과 한 나라에 대한 이토록 진실한 순애보가 만나, 다시 한번 걸출한 작품이 완성됐다.

     


     

    3. Rapsody - Please Don't Cry

    Released: 2024-05-17

     

    랩소디(Rapsody)의 [Please Don’t Cry]는 자아 성찰에 대한 이야기다. 첫 곡 “She’s Expecting You”에서 배우 필리샤 라샤드(Phylicia Rashad)가 상담사로 분해 랩소디에게 ‘Do you even know who you are? /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고 있기는 해요?’라고 묻는 순간부터 앨범의 방향성이 추측된다. 그는 ‘여성 래퍼’로서 겪는 부침,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의 괴리감, 세상에 대한 분노 등을 두서없이 풀어간다. 특히, “Raw”와 “Lonely Girl”에 이르러서는 채워지지 않는 성적인 갈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그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되찾는 “Faith”까지 들으면 자연스레 감동이 밀려온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구체적인 심리 묘사로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또다른 힘은 바로 음악이다. 블랙 오디세이(BLK ODSSY)와 에스원(S1)이 주로 참여한 프로덕션은 샘플링 작업을 기반으로 하여 소울풀하면서 강렬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더 루츠(The Roots)의 “You Got Me”를 샘플링한 “Look What You’ve Done”과 모니카(Monica)의 “Don’t Take It Personal (Just One of Dem Days)”을 샘플링한 “DND (It’s Not Personal)”는 앨범의 색깔을 대표한다. 감정선에 따라 톤을 바꾸면서도 기술적으로 충만함을 놓치지 않는 랩소디의 래핑도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Please Don’t Cry]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Mr. Morale & the Big Stepper]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성적 정체성과 구체적 내용 덕분에 전혀 다른 양상의 작품이 되었다. 랩소디는 또다시 뛰어난 완성도의 앨범을 발표하며 대체할 수 없는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2. ScHoolboy Q - Blue Lips

    Released: 2024-03-01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삶은 전과 많이 달라졌다. 골프를 즐기고, 축구를 하는 자식을 응원하는 여유로운 삶을 보내는 한편, 절친한 친구 맥 밀러(Mac Miller)를 마약으로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겪은 5년의 세월은 [Blue Lips]에 고스란히 담겼다. 인트로성 트랙인 “Funny Guy”를 지나면 우악스럽게 자기를 과시하며 여전히 갱스터다운 태도를 유지하는 “Pop”, 현재의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하는 “Thank God 4 Me”, 맥 밀러를 직접 언급하며 인생의 복잡함과 쓸쓸함을 토로하는 “Blueslides”까지 이어지며 앨범을 꿰뚫는 주제 의식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차분하게 흐르다가 강력한 뱅어가 중간마다 치고 나와 분위기를 반전한다. 느릿한 붐뱁 비트가 이어지다가 묵직한 808 베이스로 속도감을 끌어올리고, 후반부에 재즈풍의 피아노 연주로 다시 한번 변주되며 역동적인 전개가 펼쳐지는 “oHio”는 [Blue Lips]의 사운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자극과 우울 속에서 스쿨보이 큐가 찾은 해답은 ‘사랑’이다. 마지막 트랙 “Smile”에 이르면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Blue Lips]는 스쿨보이 큐의 앨범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전과 같은 폭력성을 상당히 거세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카리스마 있게 다가온다. 프로덕션과 래핑이 감정선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고, 큐가 내린 사랑이란 결론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수긍하게 된다. 강력한 페르소나를 앞세워 갱스터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던 [Blank Face LP]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또 하나의 역작이다. 

     


     

    1. Tyler, The Creator - Chromakopia

    Released: 2024-10-28

     

    [Chromakopia]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가 발표했던 그 어떤 앨범과도 다르다. 우선 2년이라는 앨범 발매 주기와 두 곡을 잇는 10번 트랙의 규칙을 어겼다. 무엇보다 페르소나와 가상의 이야기를 앞세웠던 전과 달리 직접적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30대 중반이 되어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현재의 자유로운 삶 속에서 고민하고, 세월이 흘러감을 한탄하기도 한다. “Hey Jane”이나 “Take Your Mask Off”의 스토리텔링은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리리시스트 타일러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Like Him”은 타일러의 음악에서 느낄 수 없었던 깊은 페이소스를 불러 일으킨다.

     

    타일러는 상이한 장르와 사운드를 해체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데에 능한 프로듀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운드가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시도’ 자체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훨씬 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Thought I Was Dead”, “Like Him”, “Ballon”이 연이어 이어짐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개별 곡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앨범 전체로 들었을 때 더욱 감흥이 살아난다. 게다가 올해의 뱅어라고 해도 손색 없을 “Sticky”가 앨범의 중앙에서 분위기를 확실하게 환기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게 되는 부분 없이 한 번에 듣게 된다는 점도 앨범이 가진 미덕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타일러는 이번에도 가면을 썼다. 그러나 이번 가면은 바로 그의 얼굴이다. 헤어스타일 또한 르완다인들의 정통 헤어스타일인 ‘Amasunzu’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뿌리를 찾은 순간, [Chromakopia]라는 또다른 걸작이 탄생했다. 타일러의 말처럼 ‘33살이 됐다고 징징대는 앨범’이 이토록 근사할 줄은 몰랐다. 2024년이 아니라, 현재까지 2020년대 최고의 힙합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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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f_ovo (2024-12-24 14:56:36, 103.36.24.**)
      2. Welcom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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