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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Diggin' In Ma Mind Vol.3: 이 밤의 끝을 잡고
    rhythmer | 2011-04-24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노래가 무척 많다. 하지만, 가끔 좋은 노래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정말 대답하기가 어렵다. 절대적으로 좋은 노래라는 게 있을 리도 없고, 취향에 따라, 기분에 따라, 나이에 따라 혹은 국적, 장소, 날씨에 따라, 음악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국회에 앉은 의원들 마냥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Diggin' In Ma Mind'. 이 시리즈에서는 매번 새로운 주제와 조건을 가지고 10곡짜리 트랙리스트를 만들어 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선곡이고, 여러분은 자신의 트랙리스트를 가질 수 있다.

    인정받진 못했지만,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음악의 기원을 '성적충동설(性的衝動說)'로 설명했다. 그는 새가 진화하는 과정을 살피면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성적 충동의 일종으로 발성하고 여기서 음악이 시작되었다는 재미있는 가설을 세웠는데, 설득력이 없다고는 해도 제법 그럴싸한 설명이다. 아무튼, 음악은 이성을 유혹하는 도구로 흔히 사용되어왔고, 지금도 노래방에서 철없는 한 남자는 마음에 드는 이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 열심히 7. 0. 3. 3(임재범 "고해")을 누르고 있을 거다.

    오늘은 여기서 진도를 조금 더 빼 보자. 누구라도 반해서 자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버릴 만한 그런 섹시한 트랙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꾸미면 어떻게 될까? 듣고 있으면 갱년기에 접어든 부부도 신혼으로 돌아갈 것 같은 그런 음악 10곡을 추렸다. 단, 실수로 부모님의 플레이어에 CD를 넣어 두었다간 늦둥이 동생이 생길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라.

    Track 01. D'angelo - Untitled(How Does It Feel)
    섹시한 곡들로 플레이리스트를 짜보려고 마음먹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이 곡의 뮤직비디오였다. 나신의 디엔젤로(D'angelo)를 롱테이크로 구석구석 촬영한 영상은 같은 남자가 봐도 '섹시하다.'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음악? 이쪽도 당연히 섹시하다. 아니었으면, 이 뮤직비디오는 그냥 음란물이었겠지.

    Track 02. Marvin Gaye - Let's Get It On
    발밑을 간지럽게 하는 것 같이 섹시한 이 곡을 들으면, 나는 난감하게도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의 잭 블랙(Jack Black)이 열창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곡을 듣고 있자면, 바라보는 모든 것이 섹시해보일 지경이다. 이미 많은 이들의 베드타임 테마가 되었을 곡. 꼭 "Sexual Healing"을 이어서 듣자.

    Track 03. R. Kelly - Ignition
    섹스어필한 뮤지션을 떠올리자 딱 두 명이 생각났다. 다음에 얘기할 프린스(Prince)와 이 곡의 주인공 알 켈리(R. Kelly)가 바로 그들. 물론, 좀 노골적이긴 하지만, 노래를 듣고도 그의 매력을 부정할 수 있을까? 알 켈리의 곡은 그렇지 않은 곡보다 섹시한 곡이 훨씬 많아서 한 곡을 고르기 어려웠지만, 결론은 이거다. 'Girl, please let me stick my key in your ignition, babe'라는 가사가 뭔 소린지 모르겠다만.

    Track 04. Prince - Cream
    알 켈리와 마찬가지로 프린스의 곡 중에 가장 섹시한 하나의 곡을 고른다는 것은 공무원시험 만점 받기보다 어렵다. 그건 답이라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감으로 찍었다. 도입부의 야한 음성 때문은 아니다. 프린스의 섹시한 보컬파트와 농염한 기타 리프, 그리고 흥겨운 리듬이 뒤섞여 나오면 아무리 몸치라도 섹시댄스 한판 추지 않고는 못 배긴다. 물론, 좀 변태스럽게.

    Track 05. Cassie - Me & You
    노랫말에서 분명하게 뭘 하겠다는 건지 말해주진 않지만, 그녀가 잘하고, 소문까지 났다는 '그것'은 인터넷회선 개통한 청소년만 돼도 알 것이다. 미니멀하게 만들어진 사운드와 속삭이듯 부르는 노랫소리는 준 비아그라급. 그런데 이 노래 듣고 있으면 괜히 디디(Diddy)와 라이언 레슬리(Ryan Leslie)가 의심스럽다. 지금 캐시가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때는 최고로 섹시한 여자였다.

    Track 06. 50 Cent feat. Olivia - Candy Shop
    피프티 센트(50 Cent)가 80년대 대한민국에서 활동했다면 100% 삼청교육대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그는 조금 늦게 미국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노골적인 비유로 가득한 이런 곡을 발표하고도, 오히려 섹시한 남자로 인정받았다. 그 외모(?)에 말이다. 물론, 그의 캔디샵에 있는 막대사탕이 츄파춥스는 아니라는 전제하에.

    Track 07. Ray J feat. Yung Berg - Sexy Can I
    그의 누나인 브랜디(Brandy)도 섹시한 트랙을 여럿 가지고 있지만, 레이 제이(Ray J)와 영 버그(Yung Berg)가 친절하게 '섹시해도 되냐?'라고 묻는 이 트랙은 더욱 뛰어나다. 특히, 생생한 묘사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남자가 영 버그처럼 루이뷔통 가방에 구찌 구두를 신고 나타나도 사진은 찍히지 말자.

    Track 08. LL Cool J - Doin' It
    내게 가장 섹시한 래퍼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고민할 새도 없이 엘엘 쿨 제이(LL Cool J)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곡은 바로 이거다. 골드 레코드를 기록한 이 싱글은 다른 래퍼들이 허세와 음탕함에 허우적거릴 때 진정 세련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단, 부모님이나 각별하지 않은 이성 친구와 있을 때는 함께 듣지 말 것. 함께 극장 갔다 살구색 잔뜩 펼쳐지는 화면을 볼 때만큼이나 민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Track 09. Juvenile feat. Soulja Slim - Slow Motion
    대체로 섹시하다는 것은 속전속결이 아니라 느림의 미학이라는 것을 쥬브나일(Juvenile)은 간파했다. 끊임없이 천천히 움직이라고 재촉하는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끝내고 나면 목과 등이 아프단다. 이 트랙은 루이지애나의 정 많은 남자가 가장 섹시했던 순간을 기록했다.

    Track 10. Sylvia - Pillow Talk
    이유는 모르겠지만, 실비아(Sylvia)라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섹시한 기운이 잔뜩 올라온다. 하지만, 실비아 로빈슨은 힙합 음악의 역사에서 우선순위로 언급되는 제작자이자 뮤지션으로, 슈거 힐 레코드사(Sugar Hill Records)를 설립하는 등의 업적을 세운 인물이다. 사실 이 싱글은 알 그린(Al Green)이 불러주길 원했던 곡인데,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당하고 그녀가 직접 불렀다고 한다. 결과는? 매우 멋지고 섹시해서 소개하는 중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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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쏘니 (2011-05-02 16:32:59, 116.39.194.***)
      2. biggie f^$@$ you tonight 은 어디로갓나염??
      1. 외계소년 (2011-05-01 16:39:15, 175.197.17.***)
      2. 순옥님 문장에서 위트가 철철 넘치내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삶의 한조각들이 뭍어나오는 어휘에 공감하고 또 공감하내요. 임재범 노래방 번호라던지.. 실비아...재밌습니다. 트위터나 블로그는 없으신지 궁금하내요.
      1. 뮤직쿤 (2011-04-27 18:41:51, 220.122.244.***)
      2. 헉!!! 투명인간님 선수치셨네요. ㅋㅋㅋ

        저도 맥스웰 생각했는데... 쩝~ ㅋㅋㅋ
      1. ATP (2011-04-26 23:57:11, 219.250.24.**)
      2. 실비아세인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다 들어봐야겠군여!!
      1. 투명인간 (2011-04-25 23:56:31, 116.47.153.**)
      2. 멕스웰이 빠져선 안되죠...
        til the cops come knockin'
      1. l'equip (2011-04-25 22:23:53, 58.225.100.***)
      2. 요런 기획기사 너무 좋아요. 무려 절반이 못 들어본 곡이라 더 좋음 !
      1. Tabula Rasa (2011-04-25 14:52:01, 121.155.97.**)
      2. 디안젤로 트랙 제목 Untitled로 수정해주세요 ~ ㅎ
      1. killakim (2011-04-25 13:48:03, 219.252.185.**)
      2. Joe - All The Things(your man won't do)
        Usher - Nice & Slow
        추가요~~
      1. 이룬다 (2011-04-25 12:22:54, 114.206.49.***)
      2. 조금 이질적인 곡들이 있어서 아쉽지만
        대체로 곡선정에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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