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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라임어택 - 90년대 힙합에 바치는 한 젊은 MC의 가슴 벅찬 기록
    rhythmer | 2010-01-04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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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연인과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 동시에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위치의 랩 아티스트란 사실은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브루스 웨인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극적이다. 자신을 만든 시대의 힙합에 바치는 첫 솔로 LP앨범 [Hommage]를 발표하며, 꾸준히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라임어택을 만나봤다.

    PART1: 월급쟁이 VS 아티스트

    리드머(이하 ‘리’): 가사에도 언급되었듯이 '직장인MC'잖아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라임어택: 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던데요. CJ인터넷 넷마블 서비스 운영팀에서 게임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영자'에요. 게임운영자. 고객들하고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을 하는 셈이죠.

    리: 그렇군요. 그러면 운영하면서 혹시 라임어택 씨를 알아보는 분을 만난 적은 없어요?

    라임어택: 아니요, 전혀요. 메일 주소만 라임어택이라…. (웃음) 회사 내에서는 알아보는 분들이 좀 있었어요.

    리: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어때요? 두 일에 다 이상향이 있나요? 아니면 하나의 이상을 이루기 위한 방편의 역할이 큰가요?

    라임어택: 대답하기 전에… 일단은 병행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직장 다니기 전에는 ‘전 부지런하니까’ 충분히 둘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다녀보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직장 일도 중요하고 음악도 중요하고…. 두 가지 일에 전력을 쏟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도 평소 음악 외 일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멀쩡히 대학 나왔으니까 음악 말고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죠. 가장 큰 이유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고요. 적금도 하고 고정 수입이 있어야겠더라고요. 

    리: 결혼을 생각하고 있으니 다른 몇몇 아티스트들처럼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다시 음악만 할 확률은 낮겠네요?

    라임어택: 하하 그러겠네요. 일단 고정수익으로 적금통장을 채워야 하니까, 직장 열심히 다녀야죠 (웃음) 빠르면, 내년에 결혼하고 싶거든요. 연애도 5년째라 오래 했고… 빨리 결혼 해야죠.

    리: 게임회사에 다닌다고 했는데, 게임을 원래부터 좀 좋아했어요?

    라임어택: 어렸을 때부터 오락실 죽돌이었어요. 방학 때 오락실 오픈 30분 전에 쭈그리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이 와서 문 열 때 ‘예뻐라’ 하면서 동전도 주고는 했죠. (리드머: “엄마지갑”이란 노래에서 눈치챘습니다.) 하하. 네, 맞아요. 게임도 워낙 좋아했고,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을 반 폐인처럼 좋아했었는데, 제가 직접 운영해보고 싶단 생각이 있어서 회사에 지원했었어요. 근데 운이 좋아서 들어가게 됐네요.

    리: 직장 생활하면서 음악 하는데 아이디어 같은 것을 얻거나 하는 것은 없나요? 아직 그런 경험이 반영된 곡은 안 보이는 것 같은데요.

    라임어택: 네, 아직 직장생활이 반영된 곡은 없었는데요, 직장생활이 처음이니까 깨우침을 많이 얻고 있어요. 입대하면 군대 생리를 파악하는 것처럼, 이런 저런 부분에서 많이 배우고 살아가는데 도움도 되고 있고…. 하지만, 사람이 좀 계산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리드머: 꼰대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거죠.) 네, 맞아요. 기업체라는게 정치적인 것이 많아서, 배우는 게 많아요.

    리: 참, 소울 컴퍼니에 합류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라임어택: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그 친구들을 오랫동안 봐와서 자연스럽게 합류했던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서면으로 계약을 하지는 않았어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거나 하는 과정이 없었죠.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당시에 ‘신의 의지’와 앨범 계약이 끝나서 이후 활동을 도모해야 할 시기였어요. 키비나 콰이엇과는 오랫동안 같이 공연이나 작업을 하게 될 기회가 많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흡수되듯 들어갔죠.

    리: 씬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자생하고 있는 레이블에 들어가보니 어떻던가요? 소울 컴퍼니의 시스템이 궁금해요.

    라임어택: 그 당시만해도 완전히 조직적이지는 않았어요. 그나마 키비가 우리 중에서 대표의 역할을 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작년하고 올해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요. 계약에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수익분배나 업무의 분담 등 대부분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키비는 CEO의 역할을 하고 있고 메익센스는 음반기획 팀장, DC는 공연기획 팀장, 이런 식으로 업무가 분담되고 있어요. 음악 창작 활동 외의 업무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서 보다 체계적으로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보다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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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2: [HOMMAGE]

    리: 그럼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보죠. [MFU2006] 앨범에서도, 또 “Words On The 90’S”라는 곡에서도 그렇고, 아티스트라면 모든 곡에서 느껴지는 방향성이 있는데, 라임어택이라는 랩퍼는 90년대에 대한 애정, 그리고 힙합문화 안에서의 원초적인 경쟁을 통한 실력우위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의 컨셉트를 봐도 그렇고요.

    라임어택: 저는 항상 여러 가지 방법론에 대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제 이름을 단독으로 걸고 발표하는 데뷔 앨범이라서… 말로 하기가 좀 답답한데요, ‘오마주’라는 컨셉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를테면, 가슴이 너무 벅차서 말로 꺼내는 것도 힘든, 그런 거에요. 벙어리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여자한테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첫 앨범을 내야 하는데, 이것 말고 다른 것을 할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MFU2006]가 나온 이후로도 비슷한 컨셉트를 가진 싱글을 몇 곡 생각했었거든요. 이번 앨범은 제가 동경하는 대상을 소재로 하는 곡들을 생각하다가 볼륨이 커져서 앨범으로 나온 거예요.

    리: 그렇게 원하던 컨셉트의 앨범을 냈기 때문에 홀가분한 느낌이 들 것도 같은데,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도 가보고 싶단 생각은 안 들어요? 아니면, 이런 것들이 컨셉트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는 자아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라임어택: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열려 있어요. 그래도 90년대를 향한 향수는 항상 제 안에 깔려있을 거에요. 하지만, 아마도 다음 앨범을 같은 컨셉트로 가긴 힘들 것 같아요. 프리마 비스타(Prima Vista)라는 친구와 녹음실에서 같이 있었던 시간이 많았는데, 90년대 한번만 더 하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만큼 좀 힘들었어요.

    리: 다음엔 온전히 트렌디한 비트 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씀이네요?

    라임어택: 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죠. 차기작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싱글을 내면서 예고할 수도 있겠죠.

    리: 이번 앨범은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는 사람은 재미를 느끼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지나가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 재미있었어요. 수록곡들의 베이스가 된 명곡들을 선정한 것이 지금까지 가장 영향을 받은 트랙들인지, 아니면,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 중 하나인 “K-bonics”처럼 특별히 우리 랩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곡들을 회의를 통해 선정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라임어택: 음…. 아무래도 제게 영향을 준 곡들 위주로 골랐죠. “Alphabet aerobics” 같은 곡은 처음 들었을 때 충격적이었던 곡이고요. 특히, “E-bonics”나 “Represent”같은 곡은 제가 음악을 들으면서 아직도 놓지 못하는 곡들이에요. 얼핏 들으면, 이 두 곡이 사실 별거 없다고 느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랩이 정말 미친 곡들이잖아요. 랩이나 비트나 뭔가 원초적인 것들이 저랑 맞는 것 같아요. 사실 “K-bonics”는 작업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거 그냥 한글로 바꾼 거네?’라는 반응이 있을 것도 같아서. 그냥 쉽게 말해서 전부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에요. 그렇다 보니 이번 앨범은 좀 많이 이기적이에요. 주변의 소리는 최대한 배제하고 제 확신대로 간 앨범이죠. 제가 좋아하는 노래에 바치는 제가 하고 싶은 컨셉트로 간 앨범.

    리: 그만큼 의미도 남다르겠군요.

    라임어택: [HOMMAGE]는 저에게 앨범 이상의 의미에요. 그 시대에 수년간 계속되었던 힙합에 대해 제가 기억하고 있는, 제가 정말 사랑했던 음악들에 대한 존경이죠. 나도 음악을 하면 이런 것을 하고 싶다. 이렇게 만들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존경, 그것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재미가 없는 앨범일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다음 달, 아니면, 몇 년 후에 제가 앨범에서 기록해 놓은 그 시대를 다시 들어보신다면 새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음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리: “K-bonics”는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역사의 비공식적인 기록이라고 바라봤을 때 수십 년 뒤에 한국힙합을 듣는 이들이 이 노래를 통해 없어진 말들을 들었을 때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라임어택: 아, 정말 그렇다면 좋겠네요.

    리: “Represent”라는 곡도 흥미로웠습니다. 실화라고 하던데, 얽힌 이야기가 듣고 싶네요.

    라임어택: 사실 그 곡은 제 이야기가 아니에요. 아니, 제 이야기이긴 한데, 정확히 주인공은 제가 아니에요. 전 그 친구의 패밀리 중 하나였고, 며칠 동안 함께 겪었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으로 푼 거에요. 친한 친구 중에 싸움을 정말 잘하고 착한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는 다른 반에서 좀 논다는 녀석이 저희 반에 와서 좀 설레발을 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 친구랑 시비가 붙어서 그 녀석이 맞았는데, 자기가 아는 다른 학교 짱을 데려 오더라고요. 둘이 싸우는 장소에 저도 같이 갔는데, ‘나 OO학교 짱 OO데.’하면서 엄청 폼을 잡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데, 그때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꼭 그러는 애들이 있었어요. (웃음) 여하튼 근데, 제 친구는 권투를 좀 했거든요. 진짜 그 짱이라는 녀석은 피떡이 될 정도로 맞았어요. 그리고 다음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교문 앞에 인천 내 고등학교 짱 연합 애들이 쫙 깔려 있더라고요. 정신이 아찔해져서 제가 친구한테 그 사실을 알렸죠. 아무리 제 친구라도 그 많은 애들을 상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교실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이후로는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어요. 바로 이 이야기를 소재로 쓴 곡이에요. 당시 인천에는 이른바 ‘일진문화’가 엄청났거든요. 싸움에 엮이는 일도 많았고요. (웃음)

    리: 그 곡은 랩 하는 사람은 심각한데, 듣는 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뒤통수 맞은 듯 웃을 수 있는 흑인들 특유의 ‘허풍화법’이 돋보였던 곡이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걸 공감하지 못하는 리스너들 중에는 ‘대체 이걸 왜 썼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들도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었던 건지요?

    라임어택: 일단 그 곡은 전혀 심각하게 쓰진 않았어요. 다시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내가 친구들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어떻게 이야기하면 더 실감날까?’라는 생각을 하며 가사를 적었죠. 1절이 끝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일부러 멋있게 꾸미고 싶지 않았고요. ‘허풍화법’이라는 말씀을 했는데,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막 이야기해줄 때는 많이 생각을 하지 않잖아요.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뭐야, 이게’, ‘가사가 유치한데?’, ‘싸움 자랑하나?’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근데 제 의도는 그게 아니에요. (웃음) 반면에 “추격자” 같은 곡은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고 적은 곡이에요. 동명의 영화도 무척 좋아했고요.

    리: 베이식 씨와 함께한 계기가 있었는지?

    라임어택: 베이식이 처음 작업물을 가지고 씬에 등장했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이 녀석 완전 내 스타일이다.’라는 느낌이 와서 ‘야 너 나랑 진짜 힙합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먼저 연락했었어요. 이번 곡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베이식은 스토리텔링에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건 인과관계나 스토리보다, 쫓고 쫓기는 그 자체에 집중하자. 청자에게 불친절하게 접근해보자, 우리는 무조건 쫓고 쫓기는 거다.’라는 식으로 가자고 설득해서 곡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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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사실 우리나라의 힙합 씬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다른 나라도 활발하지만,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현재 한국힙합을 듣는 이들의 기대치와 방향성은 뭐라고 딱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앨범의 방향성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라임어택 씨의 생각은 어떤지….

    라임어택: 동감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맞춘 결과물을 내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무언가를 냈는데, 그 시대가 원하는 것과 맞는 경우는 있겠지만, 어떤 이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서 작업 컨셉트를 잡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적 퀄리티 이외에 음악으로서 다른 것을 이루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방송을 타고 큰 돈을 만지고 싶은 욕심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가 있죠.

    리: 만약, ‘있는 그대로 한번 메이저에서 멋지게 해보자.’라는 제의를 해도 마찬가지인가요?

    라임어택: 솔직히 말하면, 객관적으로 정말 좋은 기회가 와도 전 안 할 것 같아요.

    리: 그럼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소울 컴퍼니 안에서의 반응은 어땠나요?

    라임어택: 많이들 걱정했죠. 9월에 발매를 잡았는데, 레이블 내에서 피드백 때문에 몇몇 작업물이 엎어지기도 했으니까요. 이건 좀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소울 컴퍼니 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그룹이다 보니 동생들이 저를 좀 어려워하고 피드백에 적극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어요. “Brown Skin Lady”는 가사를 다 다시 쓴 경우였어요. 저도 가사가 좀 아쉬웠는데, 9월에 낸다고 이야기한 부분도 있고 해서, 그냥 가기로 했죠. 그런데 동생들이 어렵게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전 그런 것에 기분 나빠하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웃음) 결국, 동생들의 피드백을 참고해서 다시 작업을 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어요.

    리: 앨범의 랩 피처링 진을 보니 소울 컴퍼니 멤버가 없더군요. 그건 자신의 신념에 의한 선택인가요?

    라임어택: 예, 제 선택이었죠. 물론, 소울 컴퍼니 멤버들 전부 리스펙하지만, ‘제 앨범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멤버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생각해봤는데, 이번 앨범 컨셉트에 맞는 멤버는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베이식과 졸리브이(Jolly.V)만 피처링 진으로 정하고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몇 분 더 참여하게 된 것이고요.

    리: “World Wide Word”는 처음에 skit만 듣고 외국인이 참여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 한국말로 랩을 하더라고요. 졸리브이 씨가 그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임어택: 네, “W.W.W”는 서로 다른 언어로 랩을 하다가 그것이 섞이고 공존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곡이에요. 졸리브이는 디제이 주스(DJ Juice) 쇼케이스에서 처음 봤는데, 랩을 잘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은 경험이 많이 없어서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아 아쉬운 경우였어요. 그래서 제가 뭐든 녹음 하면 무조건 보내라고 했죠. 이후에 정말 녹음만 하면 무조건 보내줘서 꾸준히 피드백을 해줬고요. 실력이 정말 빨리 늘더라고요. 그래서 앨범을 구상하면서 이제는 그 친구에게 피처링을 제안해도 되겠다 싶은 순간이 와서 참여해달라고 했어요. 졸리브이가 스튜디오 녹음이 처음이어서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녹음부스 안에 들어가 랩을 하기 시작하니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잘하더라고요. 아직은 한글 랩이 서툴지만, 큰 가능성이 보여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끌고 가야 할 친구입니다.

    리: 그럼, 프로 아티스트로 계속 활동을 기대해도 되나요?

    라임어택: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은 일단 20살 대학생 새내기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알바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리: 최근 한국힙합 씬에 외국 아티스트의 참여가 눈에 띄고 있어요. 혹시 라임어택 씨도 외국 아티스트와 커넥션이나 작업 계획이 있나요?

    라임어택: 일단 저는 커넥션은 없어요. 몇몇 프랑스 디제이들만 알고 있고…. 사실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번 앨범 작업 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스케쥴이었어요. 퇴근하면 녹음실로 달려가서 막차시간까지 녹음하고 집에 오면 새벽1시 정도에요. 그러면 또 믹스 하는 친구랑 메신저로 피드백 주고 받고 상의하다 2~3시간 정도 자고 다시 출근하고요. 주말엔 자고 싶지만, 또 토요일 아침에 녹음하러 가는 생활이 반복되었으니까요. 외국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게 되면 거기에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이 생기고 누구랑 하게 되든 다르게 접근하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쉽지만, 시도를 못했죠. 물론, 앞으로 외국 아티스트와 콜라보 기회가 오면 해보고 싶어요.

    리: “The Best of Two”에서 데드피(Dead’P)와 작업은 단순 피처링을 떠나 한국힙합 씬의 새로운 듀오의 출현을 알리는 출사표 같은 느낌이 듭니다. 둘이 실제 듀오로서 앨범을 낼 생각은 없나요?

    라임어택: 데드피 형의 랩을 워낙 좋아해서 해보고 싶긴 한데 아직 계획은 없어요.

    리: 하긴 직장인 MC 라임어택과 심사숙고해서 작사하기로 유명한 데드피가 만나면 최소한 2년 안에는 앨범이 나오기 힘들겠군요. (웃음)

    라임어택: 네!! 맞아요!! 이번에 정말 데드피 형이 그렇게 가사를 늦게 쓰는지 처음 알았어요. 몇 주 동안 안 쓰다가 결국, 녹음 전날에 쓰더라고요. 근데, 가사를 어젯밤에 썼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랩도 대충하더라고요. ‘이 곡은 랩을 대충해야 간지야.’라고 말하는데, 또 들어보면 좋고…. 하하. 작업 스타일이 좀 달라서 아마 앨범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리: 그럼 다른 차기 프로젝트는 없나요?

    라임어택: 네, 지금 개인적인 차기 프로젝트는 구상해 놓은 것이 없어요. 활동하면서 여유가 생기면 좀 쉬고 싶고요. 다만, 팀으로 앨범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비공식적인 팀으로 공연에서 몇 번 선보이고 있는, B.O.D 라는 팀이 있어요. ‘Break of Dawn’이라고 ‘밤새 놀아보자.’는 의미에요. 메익센스, DC와 함께하는 팀이고요. 팀명 그대로 밤새 놀아보자는 컨셉트의 팀입니다. 워낙 무대 위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 2009년에 결과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제 앨범에 집중하다 보니 미뤄졌어요. 아마 2010년에는 앨범형식으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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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3: 여담

    리: 이제 앨범 이야기에서 약간 벗어나서 질문드릴께요. 라임어택이라는 랩퍼가 담는 가사는 초반에 언급했듯이 힙합문화 안에서 그 문화를 즐기면서 실력으로 우위를 점하는 원초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결과물을 봤을 때, 라임어택 씨가 이런 랩 스타일로 직접적인 정치적 견해나 사회 전복적인 가사를 쓰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 문화 자체에서 벗어나 사회에 직접적인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공격적인 트랙을 만들 용의가 있나요? 언더 힙합에서 가장 취약하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아티스트 중 가장 먼저 그런 일을 할 사람들은 바로 언더 힙합하는 사람들이 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라임어택: 음, 결국, 빠지긴 했지만, 사실 이번에 그런 곡을 만들었었어요. 더 콰이엇 비트의 “무서워”라는 곡이었는데,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거리를 가득 매운 촛불 등 살아가는 것이 무섭다.’라는 식으로 가사를 쓴 곡이었는데,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어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음악인시국선언’ 등을 보면서 저도 굉장히 많이 생각을 했거든요. 음악인이라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음악을 통해 반추해보고, 만약,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면,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준비가 되면,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할겁니다. 저는 ‘쓸데없이 그런 건 안 한다.’라든지 ‘괜히 불이익을 보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절대 가지고 있진 않아요.

    리: 2009년에도 역시 표절 이슈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표절여부를 떠나 사회가 반응하는 모습이 불과 10년 사이에 굉장히 바뀌었다는 것에 놀랐어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당사자들이 침묵을 하면, 팬들이 어디서 주워들은 ‘샘플링’이나 ‘오마주’라는 말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모양새가 가관입니다. 자연스레 노래가 발표되면, 그것에 반응하는 아티스트들은 굉장히 기민하고 얄팍해졌죠. 몇 시간 만에 비슷한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올리는 세상인데도 말이에요. 그럴 때 항상 등장하는 말이 ‘오마주’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라임어택: 저도 표절을 해놓고 오마주라고 하는 걸 볼 때마다 참 아니다 싶어요. 오마주는 영화나 음악에서 그걸 숨겨놓던 드러내던 존경을 담은 것인데, 표절의혹을 오마주라는 용어로 덮으려고 하는 건 정말 똥 같은 일이죠. 올해 들어 표절시비가 빵빵 터졌는데, 네티즌들이 파파라치처럼 정보력을 통해 검색해서 증거를 올리기도 하고, 그것에 반하는 세력이 또 등장하고, 당사자는 침묵하고 그게 오히려 마케팅이 되고…. 얄팍한 상술에 의해 탄생한 표절시비를 두고 오마주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웃기고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샘플링’이니 ‘오마주’란 말을 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저는 정말 힙합을 사랑하고, 그것을 담아 오마주라는 큰 컨셉트로 앨범을 냈기 때문에 이런 말들에 당당할 수 있습니다.

    리: 우리나라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잘하는’ 랩에 대한 담론이 정말 끝나지 않는 것 같아요. 온갖 이론이 다 등장하다가 또 잠잠해졌다가 다시 시작되곤 하죠. 사실 이렇게 랩 자체에 대한 담론이 끊이지 않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데, 라임어택 씨 생각은 어떤가요?

    라임어택: 뭐랄까, 밑도 끝도 없이 “누구누구의 랩이 발전했네요.”내지는 “누구누구의 랩이 퇴보했네요.” 라는 말이 전 가장 당황스러워요. ‘라임어택이 이런 것을 하려고 했구나, 그러다 보니 이런 스타일이 나왔구나. 그런데 어떻구나.’라고 생각할 순 있는데, 아티스트가 어떤 것을 어떻게 담으려고 했는가에는 포커싱하지 않고 ‘랩이 발전했네요, 퇴보했네요.’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대체 내가 뭘 하면 발전했다는 소리를 듣는 거지? 지금 90년대를 이야기하면, 랩이 퇴보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해요.

    리: 그럼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비현실 적일수록 좋아요. (웃음)

    라임어택: 일단 전 무조건 가리온 형들하고 음악 하는 동안에는 반드시 곡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 꿈이기도 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주석 형 하고도 꼭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가 가사를 쓰게 된 동기가 된 형들이니까요. 작업을 떠나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항상 있어요. 좀 현실을 떠나서 국외를 생각해보면, 전 보컬리스트들을 좋아하는데 케이씨 앤 조조(K-Ci & Jo Jo)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나스(Nas) 형이랑도 작업해야죠. 장문의 영문편지라도 써야겠어요. (웃음)

    리: 진짜 여담으로 아이폰 구입할 생각은 있나요?

    라임어택: 사실 제가 은근히 기계치라, 아이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고… 사실 기대는 많이 했죠. 계속되는 출시 떡밥에 지쳤다가 회사 동료 분이 구입한 것을 직접 만져보니, 이거 악마의 유혹이더라고요! 아직 지금 쓰는 핸드폰 약정이 남았는데, 아마 내년쯤 약정이 풀리면 어떻게 될지는… 하하.

    리: 평소 가지고 다니는 음악 기기는 뭐에요?

    라임어택: MP3 기기는 아이팟을 쓰고 있고요. 지금 사용하는 헤드폰은 [Story at Night]의 첫 수익으로 구입했던 것 중 하나입니다. MC라 그런지 기기 욕심은 많이 없어요. (웃음)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 퇴근 후, 리드머 사무실로 달려와 긴 인터뷰를 마친 라임어택은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다음 날 출근이 부담되지만, 공연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소울 컴퍼니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힘차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는 시간과 맞서 자신의 역사를 멋지게 써가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많은 부분 한국 언더그라운드힙합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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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이레전드 (2011-12-11 14:34:52, 112.152.129.**)
      2. 멋잇다...
      1. 정책 (2010-04-30 19:16:11, 125.39.160.***) 삭제하기
      2. 굿잡 .. 라임어택
      1. jihoon (2010-02-17 15:16:53, 119.149.133.***) 삭제하기
      2. respect
      1. 치세 (2010-01-12 20:07:40, 116.120.193.***) 삭제하기
      2.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ㅋㅋ
      1. Popeye (2010-01-09 15:30:22, 124.157.176.**) 삭제하기
      2. 재밌게 잘읽었습니다ㅎㅎ
        이번 인터뷰에서 깨달은게 많네요~
        멋있어요 뢈형사!
      1. 송석근 (2010-01-08 09:11:30, 210.20.105.***) 삭제하기
      2. 인터뷰 잘 봤습니다
        오마쥬가 좋다 싫다를 떠나서
        직장과 병행하며 열심히 공들인앨범이라는것만큼은
        부정할수없음
      1. urbanarchy (2010-01-07 18:03:22, 221.146.203.*) 삭제하기
      2. 역시 리드머 인터뷰의 디테일함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렵네요.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1. S@iNT (2010-01-07 14:13:22, 211.226.152.**) 삭제하기
      2. 아 멋지다 정말 ㅜㅜ
      1. SoundC (2010-01-07 11:09:43, 116.127.243.**) 삭제하기
      2. http://club.cyworld.com/scoffice 에 인터뷰를 게재하겠습니다!
      1. Abrasax_ (2010-01-07 10:31:03, 180.71.227.***) 삭제하기
      2. 멋집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정말 '공들여서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1. ㅅㅅㅅㅅ (2010-01-06 11:34:43, 220.127.75.***) 삭제하기
      2. 멋있어요 ^^
      1. 요츠바랑 (2010-01-05 17:05:40, 180.66.117.**) 삭제하기
      2. 뢈어택은 같은 남자인 내가봐도 여러모로 매력적인 사람~


        인터뷰 잘읽었습니다 :D
      1. miny5584 (2010-01-05 11:26:00, 203.248.67.**) 삭제하기
      2. 잘봤습니다. 엄청 오래 기다렸던 인터뷰인데, 역시~. 매일같이 리드머 출첵한 보람이 있네요. ^^
        뭐랄까 힙플인터뷰랑 대조되는 디테일한 고품질의 질문과 솔직담백한 답변이 아주 좋네요~
      1. binmin (2010-01-05 09:58:46, 112.151.6.***) 삭제하기
      2. 라어택님은 볼때마다
        이소룡이 생각나요...
        암튼 잘 보고 갑니다!!
      1. 실명 (2010-01-05 06:14:14, 210.217.81.**) 삭제하기
      2. ㅋㅋ 재밋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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