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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터뷰] 리짓군즈 – 자연스러운 건 좋지만, 뻔한 건 싫다
    rhythmer | 2017-12-13 | 3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인터뷰, : 황두하, 이진석

     


    몇 년 전 느긋한 한량의 기운과 함께 등장한 크루 리짓군즈(Legit Goons)는 그들의 컨셉트와는 달리 쉴 틈 없는 작품활동으로 인지도를 올려왔다. 주류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지만, 고집을 지키며 웃픈 일상을 낭만적이고 절절하게 풀어내는 리짓군즈는 언제나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들이 발표한 세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Junk Drunk Love]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적으로 더욱 견고해진 이번 작품을 위해 리짓군즈는 외부 자본의 도움 없이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어 제작비를 충당했고, 모든 뮤직비디오와 아트워크를 스스로 만들며 특유의 유쾌한 감성을 진하게 녹여냈다. 앨범에 관해, 그리고 한국에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자리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리짓군즈의 핵심 랩퍼 4인을 직접 만났다.



     

     

    리드머(이하 리): 리짓군즈의 기원부터 알아보죠. 어떻게 뭉친 거예요?             

     

    블랭타임(이하 블랭’): 위키피디아에는 저희가 음악 학원에서 만난 것처럼 되어있는데, 잘못된 정보에요. 이 기회에 제대로 말씀을 드릴게요. 저희가 되게 돈이 없을 때였는데, 아는 분이 음악 학원을 하고 있었어요. 그분에게 학생들 수업이 끝나면 밤에만 녹음실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죠. 거기서 저희 크루의 어센틱(Authentic) 형이랑 제가 작업을 하다가 뱃사공 형을 컨택하게 되었고, 다른 멤버들도 연락하게 됐어요. 그렇게 친해지게 된 거죠.

     

    뱃사공: 마치 저를 컨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웃음) 저는 처음에 친해지면서 어센틱 형의 제의를 거절했어요. 그런데 이후로도 맨날 어울리고 다니는 게 조금 이상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 처음엔 왜 거절했나요?

     

    뱃사공: 음악적으로도 부족해 보였고요. (웃음) 기본적으로 그때는 어디에 속해있고 싶지 않았어요.

     

    제이호: 저는 컨택을 당했어요.

     

    뱃사공: 얘는 컨택한 게 맞아요. 블랭이랑 둘이 친하니까 어떻게 좀 빨리 감아봐라. (웃음) 실수였죠.

     

    : 제이호 씨는 원래 게릴라즈(GUE)’의 멤버였죠?

     

    제이호: 저나 넉살, 콸라 같은 애들이 같이 있었죠. 당시에 옴니버스식 공연이 굉장히 많았는데, 거기에서 뮤지션들끼리 마주칠 기회가 많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 거였고요.

     

    블랭: 저희가 모이면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주로 술을 먹잖아요? 그렇게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친해지다가 자연스럽게 뭉친 케이스에요.

     

    : 리짓군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블랭: 제 유학생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유행어처럼 쓰는 말이었어요. 리짓(Legit)하다. 원래 사전적으로는 합법적이라는 뜻이에요. 뭔가 적당하고 옳은 것?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제이호: “That’s legit!”하면좋은 뜻이죠. 이거 쩐다. 이런 느낌이에요.

     

    블랭: 거기에 군즈는 멍청이들이란 뜻이고요. 합법적인 멍청이들이라는 의미죠.

     

    : 그럼 재달 씨는 어떤 계기로 크루에 합류하게 된 건가요? 원래 밴드 쟈코비플래닛의 멤버였잖아요.

     

    재달: 쟈코비플래닛(Jacoby Planet/*편집자 주: 재달이 활동했던 밴드)에서 나오게 된 후, 혼자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Adventure]를 완성했어요. 그게 4월 정도였죠. 이후 12월쯤 싱글을 냈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 혼자 어떤 반응을 일으키기에 무리가 있으니까, 큰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의 도움을 받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여기저기에 데모 식으로 만든 앨범을 보냈죠. 그러면서 좌절을 겪던 중에 형들이 제 음악을 좋게 들어줬어요. 그렇게 몇 번 만나다가 친해지게 돼서 함께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뱃사공: 큰 물결을 찾다가 좌절하고 개울가로 온 거죠.

     

    제이호: 작은 물결밖에 안 돼서 미안하다. (웃음)

     

    블랭: 많지는 않지만, 데모들이 종종 들어오긴 해요. 그런데 메일 제목을 (생전 모르는 애가) ‘형님, 재달이에요라고 보낸 거예요. (웃음) 어그로를 확실히 끌었죠. 그때 우연찮게 뱃사공 형이랑 같이 있었어요. 음악을 틀었는데 너무 잘하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현재 현역에 있는 사람보다 두세 배는 더 다듬어져 있고, 사운드도 잘 만들었고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불렀죠.

     

    제이호: 그 날 저희가 홈페이지 로고송 때문에 되게 바보 같은 노래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때 처음 놀러 왔는데, 바로 그 노래에 프리스타일도 하고 잘 적응하더라고요.

     

    : 재달 씨는 어때요? 리짓군즈를 선택한 것에 만족하나요? (웃음)

     

    재달: 불만족스럽죠. (웃음) 농담이고, 각 집단마다 분위기나 성향이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뭔가를 간섭하거나 요구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리짓군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뱃사공: 간섭이 없긴 한데, 재달이는 너무 과해요. (웃음) 예를 들면, 다 같이 청소를 하거나 뭔가 잡일을 하고 있으면 좀 도와주기도 해야 하는데, 얘는 그냥 가요. 저희가 피해를 보는 중이죠. (웃음)

     

    : 쟈코비 플래닛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였어요?

     

    재달: 군대에 있을 때 일병 말쯤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때부터 남들 다 하듯 공책에 가사 적고 이랬었는데, 누가 봐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제가 의장대에 있었는데, 음악을 연주하는 군악대랑 같이 행사를 해요. 거기에서 만난 사람이 쟈코비에요. 그 사람이 랩을 한다는 소문을 얼핏 들어서 다짜고짜 찾아갔죠. 가사를 좀 들어봐 달라고요. 그게 인연이 돼서 사회에 나와서도 함께 밴드를 하게 된 거예요. 순전히 그 형 덕분에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죠.

     

    제이호: 나오게 된 이유는 뭔데?

     

    재달: 제 욕심이죠. 밴드에서는 쟈코비 형이 모든 곡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는데, 머리가 커져서 내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쟈코비플래닛은 힙합 밴드인데, 곡 자체의 성향은 팝에 가까워요. 그리고 밴드다 보니까 100프로 제가 원하는 성향으로는 만들 수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죠.

     

    : 리짓군즈는 재달 씨 이후로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할 계획이 있어요?

     

    블랭: 재달이가 들어올 때도 사실 누군가가 필요해서 받은 건 아니었어요. 너무 잘하니까, 친해지고 싶은 게 먼저였죠.

     

    제이호: 저희가 회사가 아니라서 필요에 의해 멤버 영입을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람이 많아지면 행사에서 나눠야 할 것도 많아지죠. 재달이를 들여올 때도 자꾸 걸리더군요. (웃음) 밥이라도 사라 새끼야.

     

    뱃사공: 저희는 필요를 염두에 두고 영입하는 걸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다만,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함께하게 될 순 있겠죠.

     

    블랭: 친해지는 건 충동적이고, 이걸 막을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봐요.

     

    : 리짓군즈답네요. (웃음) 앨범 [Junk Drunk Love] 이야기를 해보죠. 타이틀이 담고자 한 바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한데….

     

    재달: 사실 메시지가 정확히 정해진 앨범은 아니에요. 각 단어에 대해 저희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담은 거죠. 우리가 생활 속에서 세 가지 주제들에 대해 느끼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어요.

     

    블랭: 덧붙이자면, 처음엔 정크(Junk)스러움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뱃사공 형이 배달을 하기도 했고, 정크푸드는 먹고 싶어서 먹을 때도 있지만, 돈이 없어서 먹기도 하잖아요? 이런 상징적인 부분이 우리랑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제목인 [Punch-Drunk Love](*편집자 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03년 작)에서 차용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드렁크(Drunk)와 러브(Love)에 대한 부분도 추가해서 앨범을 만든 거죠.

     

    뱃사공: 처음에는 정크푸드의 시각적인 이미지가 저희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엮어보려 했어요. 여기에 점점 살을 붙이게 된 거고요.

     

    제이호: [Camp]이후에 저희가 싱글을 하나 냈고, 다음으로 구상하던 싱글의 가제가 맥송이었어요. 햄버거를 주제로 한 곡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런데 그게 발전해서 앨범이 된 거예요.

     

    : 크루 컴필레이션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다른 크루들에 비해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꾸준히 내는 것 같아요.

     

    제이호: 저희는 앨범보다 작은 단위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냥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만, 시간을 많이 들여서 큰 단위의 작업물을 내면 확실한 피드백이 오더라고요. 저희가 추가하고 싶은 색깔도 뮤직비디오 몇 개랑 아트워크를 통해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요. 일단 반응이 훨씬 더 많으니까 앨범 단위로 만들게 되더라고요.

     

    블랭: 사실 저희는 인스턴트같이 나오는 노래들을 반대하진 않아요. 그저 앨범 단위로 작업을 했을 때 저희를 온전히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택한 거예요.

     

    제이호: 저희가 싱글만 내도 큰 이슈가 되는 레벨이었으면 앨범도 나눠서 냈겠죠.

     

    뱃사공: , 저희가 앨범을 컴필레이션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앨범을 위해 모여서 의기투합하는 게 아니라, 팀 단위로 하는 느낌이에요.

     

    블랭: 맞아요. 1집을 만들면서 동시에 크루가 만들어졌어요. 심지어 그때는 랩퍼가 두 명이었죠. 그 작업을 하다 보니 친해졌고, 다음 2, 3집을 만든 것도 굳이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작업처럼 느껴지는 거죠. 다른 크루나 레이블에서 내는 컴필레이션과는 다른 것 같아요.



     

    : 전작 [Camp]에선 어센틱(Authentic) 씨가 프로덕션 대부분을 주도했잖아요? 이번 앨범에선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진 건가요?

     

    제이호: 애초에 [Camp]를 끝내고 다음 앨범을 구상하면서 제일 처음 얘기했던 게 프로덕션 적인 측면이었어요. 좀 더 다양하고 발전된 사운드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였고요. 저희 프로듀서들이 낼 수 있는 역량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다 같이 참여하자고 기획하고 시작했죠.

     

    뱃사공: 사실 [Change the Mood][Camp]도 어센틱 형이 혼자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다 같이 하려고 했는데 다른 멤버들이 앨범에 잘 묻어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예요. 어센틱 형과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많기도 했고요. 이번에 제일 많이 참여한 사람은 아이딜(iDeal)이에요. 지금 작업실에 같이 살거든요. 자주 보니까 자연스럽게 많이 참여하게 된 거죠.

     

    블랭: 같은 크루라도 보는 시간이 많지 않은 멤버도 있으니까요. 자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같이 작업하는 양도 많아지는 거죠.

     

    뱃사공: 다음에는 코드 쿤스트(Code Kunst)를 여기서 재울 수도 있고요. 강제로 잡아놓고. (웃음)

     

    : 앨범마다 스킷(Sk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뱃사공: 요즘엔 스킷을 쓰는 앨범이 잘 없잖아요? 예전에는 씨비 매스(CB Mass)처럼 서로 얘기하는 스킷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하는 건 아니고요. 1, 2집 때는 우연찮게 넣게 된 건데 이번에 의도적으로 계속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블랭: 스킷을 쓸데없이 넣어서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니라, 곡을 더 좋게 들을 수 있다면 하는 게 좋죠.

     

    제이호: 스킷이라는 개념 자체가 중요할 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앨범을 통으로 듣다 보면 스킷에서 곡으로 넘어갈 때 오는 쾌감이 있잖아요?

     

    : 잘 만든 스킷의 미덕이죠. (웃음)

     

    블랭: 제이 프린스(Jay Prince) 같은 거. 이번에도 그 느낌을 내려고 의도한 부분도 있어요.

     

    제이호: 제 기억에 남는 스킷은 사바(Saba)[Bucket List Project] 있잖아요? 계속 전화 연결을 해서 지인들이 자기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요. 실제로 전 여친도 나오고.

     

    블랭: 티페인(T-Pain) 1집에도, 여자친구가 자기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통화로 알려줘요. 마지막에 남자가 괜찮아, 사랑해하고 다음 곡으로 에이즈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거예요. 거기서 확 올라오더라고요.

     

    뱃사공: 씨비 매스 앨범에는 노홍철이 나왔고, 더블케이(Double K) 앨범에선 류승범이 나왔잖아요? 음악할 때 말고 그냥 대화할 때의 모습이 들어가면 저희의 자연스러움이 추가되는 것 같았어요.

     

    블랭: [Camp]때 스킷도 연출이지만, 저희가 노는 상황이 우연찮게 들어간 경우고요.

     

    제이호: 처음 의도는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는 거였는데, 갑자기 실제로 들어오더라고요. 다 컨셉트인 줄 알고 하는 건데 훅 들어오니까 웃은 거죠.

     

    재달: 저희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앨범 단위의 작업을 하잖아요? 곡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보다 스킷을 이용하면 말하고자 하는 걸 표현하는데 윤활제가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스킷을 통해 [Junk Drunk Love]라는 이미지를 좀 더 또렷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 이번 스킷에 들어간 대화도 모두 연출된 상황인가요?

     

    뱃사공: 아예 연출이죠

    : [Camp] 때도 그렇고, 외부 피처링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멤버만으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건 알지만요.

     

    제이호: 저희가 4명이니까, 한 트랙에만 전부 참여해도 너무 많아요. 피처링을 쓸 여유도, 이유도 없었죠.

     

    뱃사공: 원래 “Surf Shop”이라는 노래에 진보(Jinbo) 씨를 넣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었어요. 그런데 까이겠지? 비싸겠지? 하고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넘어갔죠.

     

    제이호: 처음에 후렴구를 만들 때 너무 힘들어서 얘기했죠.

     

    뱃사공: 만약 진보 씨가 들어가면, 품질검증 마크처럼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뮤직비디오에 300을 쓸 거면, 거기에서 100을 빼서 품질마크를 사자. (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제이호가 후렴을 잘 짜서 그냥 넘어갔어요.

     

    블랭: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피처링을 쓸 수도 있어요.

     

    : 사실 리짓군즈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객원이 몇 사람 있잖아요?

     

    제이호: 그래서 넉살 같은 경우는 저희가 식상해서 배제한 거죠. (웃음)

     

    블랭: 또 이번에 넉살이 굉장히 유명해졌잖아요? 앨범을 통째로 냈는데, 넉살이 참여한 트랙만 관심이 몰릴 수 있으니까요.

     

    뱃사공: 사실 빨려면 지금 빨아먹어야 하는데. (웃음) 지금 개인 앨범을 작업 중인데, 분명 넉살이 들어가면 무조건 잘할 것 같은 트랙이 있어요. ‘이건 넉살 것이다!’ 싶은 곡이요. 하지만 안돼. 지금 공짜로 제일 비싼 몸을 쓸 수 있는데 (웃음) 너무 식상할 것 같아서 참았어요.

     

    재달: 제가 본 우리의 성향이 그래요.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지만 뻔해지는 건 싫어해요.

     

    블랭: 넉살의 랩이 식상하다는 게 아니라, 넉살과 저희가 같이 있는 그림이 너무 뻔한 거죠. 그런데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출연했어요. 연기는 확실한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웃음)

     

    뱃사공: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건 좋지만, 뻔한 건 싫거든요. 예전에 [Camp]를 작업할 때도 두 가지 제약을 걸었어요. 욕설 금지랑 힙합 씬 쉐도우 복싱 금지.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런 표현이 없으면 오히려 신선할 것 같더라고요. 정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느낌이었어요. 가사를 쓰다가 순간적으로 아 이런걸 쓰면 안되지….’ 하고…. (웃음)

     

    블랭: 그래서 사람들이 [Camp]를 더 좋아하는 걸 수도 있어요.

     

    :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따로 제약이 없었어요?

     

    뱃사공: 이번엔 없었어요.

     

    블랭: 그런데 제약이 없어도, 저런 표현이 많이 나오지 않아요. 다들 식상하다는 걸 인지하고 변한 것 같아요. “Get Fresh”에서만 그런 내용이 조금 들어갔죠.

     

    재달: 거의 모든 곡의 주제가 쉐도우 복싱이 필요 없는 내용이었어요.



     

     

    : 앨범을 들으면서 사운드가 많이 탄탄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모든 곡이 루핑을 위주로 하면서도, 세션으로 기타리스트 박종권 씨가 참여했던데,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제이호: 그 친구가 지금 군인이에요. 예전부터 저희 개인 앨범에 세션을 받으면서 인연이 됐는데, 휴가 나와서 자꾸 작업실에 오더라고요.

     

    블랭: 서울에 집이 없어서, 이 불효자식이 고향에 내려갔다가 부모님이랑만 있으면 심심하다고 자꾸 오더라고요.

     

    제이호: 자기 작업실에 있던 장비들도 갑자기 저희 쪽으로 옮겨 놨어요. (웃음) 그때 한창 저희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세션을 받고, 이런 건 어떠냐고 곡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게 “Trucker”였어요. 그걸 아이딜이 편곡했고요.

     

    재달: 개인적으로 종권이형한테는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미디로 구현하려 했던 것들을 종권이형이 세션으로 쳐주면서 사운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거든요.

    블랭: 그것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곡에 기타가 필요하면 종권이가 다 맡아주고, 자기가 멜로디를 만들기도 했어요. 휴가 나와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죠.

     

    뱃사공: 만약 이 인터뷰를 보고 있다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전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자꾸 작업실에 자기 지분 늘려가면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라고 좀… (웃음) 우리와의 관계는 기타 노예 정도까지입니다.

     

    : 아 정식 멤버는 아니고요? (웃음)

     

    뱃사공: 밥그릇 때문에… (웃음) 오히려 지금 축소해야 해요. 사람을 잘라내야 돼. (웃음)

     

    : 그러고 보면, 재달 씨 앨범도 밴드 사운드가 주가 됐었죠?

     

    재달: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밴드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 거고, 이전부터 순수 힙합 성향은 아니었거든요. 락을 더 좋아하는 부분도 있고요. 제가 영향받은 뮤지션들도 그래요. 레어 어스(Rare Earth)라는 되게 오래된 밴드나 오아시스(Oasis), 콜드플레이(Cold Play)를 굉장히 좋아해서, 개인 앨범에 제 성향이 도드라진 것 같아요.

     

    뱃사공: 평소에 힙합을 거의 안 들으시던데? 91정도로.

     

    재달: 예전엔 91이었는데, 요즘은 좀 돌아와서 64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웃음)

     

    : 영향받고 즐겨 듣는 아티스트를 보면 랩을 하게 된 것이 의외로 느껴져요.

     

    재달: 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금 말하기가 부끄러운데요. 어릴 때부터 소울컴퍼니(Soulcompany)나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를 좋아하긴 했어요. 그 사람들 음악은 주제가 신선하잖아요. 그런 걸 좋아해서 많이 들었었거든요. 하지만 제 성향과는 약간 다르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빈지노의 [24:26]을 처음 듣고 욕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방법을 정확히 그 사람이 하고 있었죠. 이런 거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했죠.

     

    블랭: 랩을 들어보면 약간 빈지노 느낌이 있어요.

     

    : 반응 중에도 포스트 빈지노라는 표현을 본 적 있어요.

     

    재달: 그렇게 말씀해주면 저야 감사하죠.

     

    블랭: 그러기엔 얼굴이 좀… (웃음)

     

    : 말이 나온 김에, 다른 분들도 랩을 시작한 계기 좀 말씀 부탁해요.

     

    뱃사공: 저는 특별한 계기는 없던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해서 시작하게 된 거죠.

     

    블랭: 뱃사공형은 보면, 언더그라운드 한국 힙합을 너무 많이 알아요. 이것까지 왜 알지? 싶을 정도로요. 한국 힙합의 열렬한 팬이죠.

     

    뱃사공: 외국 힙합 쪽은 조금 떨어지는데, 제가 한국 힙합계의 강일권 씨 정도 됩니다. (웃음) 지금은 음악을 직접 하게 되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안 듣는 편인데, 20대 초반까지는 한국 힙합을 거의 다 알았어요.

     

    : 예전에 라디오 작가로도 활동한 적 있죠?

     

    뱃사공: 원래는 락힙합(ROK Hiphop)쪽의 랩퍼로 있었어요. 사실 랩퍼로도 들어가려 한 게 아닌데, 소개를 통해서 놀러 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안 가면 왜 안 오냐고 찾더라고요. (웃음) 나중엔 거기 살게 됐죠. 거기서 믹스테입도 만들고 작업도 하고 있는데, 라디오 작가 자리에 펑크가 났어요. 사실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제가 그런 걸 또 잘 하거든요. 그래서 잠깐 맡았던 거예요.

     

    :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블랭: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는 것보다 듣는 걸 더 좋아했어요. 힙합이나 네오 소울, 레게 같은 블랙뮤직 장르를 너무 좋아했죠. 그 외에도 새로운 장르는 무한히 나오잖아요? 듣다 보면 너무 좋은 장르를 또 찾게 되고요. 그렇게 자주 듣게 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제이호: 제가 힙합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리쌍의 1집이었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그때부터 빠져서 듣게 됐죠.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나왔어요. 거기선 칸예 웨스트(Kanye West)[Graduation] 앨범이 결정적이었죠. 너무 좋으니까, 다들 그렇듯 싼 마이크를 사서 녹음을 시작하게 됐고요.

     

    뱃사공: 저는 처음 녹음할 때, 하이마트 지하에서 마이크를 샀어요. 그런데 제가 기계치거든요. 믹싱을 할 줄 몰라서 마이크랑 비트를 동시에 눌러서 녹음을 했어요. (웃음) 말이 안 되죠. 결국엔 실패했어요.

     

    제이호: 저도 옛날엔 거의 조립하듯이 녹음했었어요. 레이턴시(latency)가 너무 심해서, 한 글자씩 다시 배치하면서 녹음했죠.

     

    : 그러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할 땐 어땠나요?

     

    블랭: 지금은 믹스테입을 많이 내지 않는데, 한때 도끼(Dok2), 스윙스(Swings), 이센스(E-sens), 사이먼 도민닉(Simon Dominic)이 다 내던 믹스테입 부흥기가 있었어요. 저도 당연히 믹스테입을 내야 음악을 시작하는 거구나 싶었죠.

     

    뱃사공: 저도 믹스테입을 세 개나 내고 시작했어요.

     

    블랭: 그래서 정규 1집 제목이 [출항사]잖아요. 믹스테입이 세 개라서.

     

    뱃사공: 저는 숫자를 붙여서 출항4”라는 의미로 낸 건데,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웃음) 출항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 저희도 그 뜻(‘출항사’)인 줄 알았습니다. (웃음)

     

    뱃사공: 한글로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웃음)

     

    블랭: 어쨌든, 그렇게 믹스테입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 그럼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거네요?

     

    블랭: 각자 마음을 먹은 순간은 다르겠죠. 대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둔다거나. 저는 그렇게 액션을 취하기는 했어요.

     

    뱃사공: 사실 드라마처럼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나는 음악을 해야 해!”라고 마음을 먹는 게 아니라 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은 하는 쪽으로 가게 된 거죠.

     

    블랭: 저는 심지어 대학교를 3학년까지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술을 먹고 일어났는데, 학교에 가기가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고 음악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니까 하나는 똑바로 해야겠더군요. 그런데 공부는 너무 하기 싫으니까. 때려치우고 음악을 하게 됐어요. (웃음)

     

    : 아 이것도 리짓군즈답네요. (웃음) 이번에 MD상품 판매로 앨범 제작 비용을 충당한 걸로 알아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블랭: 처음에는 저랑 뱃사형이랑 몇 명이 뭉쳐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옷을 좋아하니까, 디자인까지 해서 시안도 만들었는데 투자를 못 받아서 떨어지게 됐죠.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다가 뭐 티셔츠 만드는 것 정도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니까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거 돈 좀 되겠다. (웃음) 저희가 이걸 만들어서 3집의 퀄리티를 더 높일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뱃사공: 저희를 돈맛을 본 장사꾼으로 보시는 경우가 있는데 (웃음), 단돈 100원도 저한테 떨어진 게 없어요. 한 푼도 빠짐없이 앨범 제작비로 쏟아부었죠.

     

    블랭: 지금은 MD가 너무 잘 팔려서 돈이 남을 정도가 됐어요. 이 돈은 또 다음 앨범이나 활동하게 될 때 쓰려고요.



     


    : 이번에 앨범 커버를 본 따 만든 셔츠도 완판이 됐죠?

     

    블랭: 딱 어제 다 팔렸어요. 티셔츠도 처음에 200~300장을 찍었는데 다 팔았고, 다시 만들어서 꾸준히 나가고 있고요.

     

    : 이런 부분을 통해서도, 주목도가 올라간 걸 실감하겠네요?

     

    뱃사공: 여러 가지로 실감하고 있어요.

     

    블랭: 저희가 [Camp] 때도, 콘서트 때도 느낀 건데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게시판을 안 본다고 하지만 사실 궁금하긴 하잖아요? 그래서 들어가보면 리짓군즈에 관한 글이 적을지언정, 악플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우리끼리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우린 언제 헤이터도 생기고, 악플러들이 등장할까? 그때부터 시작인데. 그런데 갑자기 야와라는 사람이 인스타그램에 꼴사나운 모양으로 등장했죠. (웃음) 뱃사공형은 실제로 열이 받았어요.

     

    뱃사공: 그런 걸 쿨하게 넘길 성격이 못돼요. (웃음) 길을 가다가 시비를 거는데 어떻게 괜찮다고 넘겨요.

     

    : 그렇잖아도 그 건으로 시끄러웠는데, 야와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가요?

     

    뱃사공: 아예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개그맨이 앨범도 내네.”라고 댓글을 단 순간 그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제 개그에 대해 인정을 해버린 거죠. (웃음) 사실 이 얘기가 붐업이 되는 것도 싫어요. 기사도 났던데, 쪽팔려서. 게시물을 삭제하고 싶은데, 삭제해버리면 제가 잘못한 게 되는 것 같아서 놔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안 떠나고 거기서 계속 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지워버렸죠. 그런 일로 이름이 알려지고 싶지도 않아요.

     

    :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수익적인 부분을 물어봐도 될까요? 이전에는 멤버들이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던 거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어떤지….

     

    뱃사공: 잔고 보여드릴까요? (웃음) 깜짝 놀라게 해드릴 수 있는데.

     

    재달: 변한 게 없습니다. 너무나 똑같아요.

     

    블랭: 예전처럼 아르바이트를 해서 먹고 살 정도는 아닌데요. 저 같은 경우는 영상 편집을 해서, 오히려 그쪽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끔 다른 일을 하고 있죠.

     

    제이호: 그래도 나아졌어요. [Camp] 때는 아예 정기적으로 일을 했다면 지금은 정말 돈이 없을 때만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뱃사공: [Camp] 때는 배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관뒀죠. 그때는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생활을 했고, 지금은 안 벌고 안 써요. (웃음)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들 더 가난해진 것 같아요.

     

    : 공연 섭외는 이전보다 늘지 않았나요?

     

    블랭: 많지는 않아도, 예전보다는 꽤 들어오죠.

     

    뱃사공: 그것도 다 나누면 남는 게 없더라고요. (웃음)

     

    : 앨범에 수록된 “Young Scooter”도 그런 이야기를 담은 곡이잖아요? 만든 배경이 궁금합니다.

     

    뱃사공: 처음 투잡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었고, 원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영상을 찍으려고도 했어요. 일을 조금 크게 벌여보려 했는데, 그냥 곡만 나온 거죠. , 배달하는 사람이 정크푸드 가게에서 일하니까 컨셉트랑 맞물리잖아요? 그래서 만들게 된 곡입니다.

     

    제이호: 앨범에서 제일 먼저 작업한 트랙이기도 해요.

     

    블랭: 다른 멤버들이 어떤 걸 떠올렸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런 생각이 났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이어폰을 꽂고 스쿠터로 달리는 장면 있잖아요? 정말 좋은 그림이다 싶었어요.

     

    뱃사공: 작업을 하고, 처음에 지하철을 타면서 이 곡을 들었을 땐 별 느낌이 안 왔어요.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면서 다시 들었는데, 전곡이 더 좋게 들리더라고요. 특히, “Young Scooter”에선 울컥하는 느낌이 왔어요. 이거 알바생이 들으면 울겠다. (웃음) 정적으로 들을 때랑 완전 감상이 다르더라고요.

     

    블랭: 실제로 그런 분들을 위해서 만든 노래니까, 다들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 예전에 뱃사공 씨가 에이뤠 씨와 함께했던 이라는 곡의 연장선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뱃사공: 맞아요. 그때는 제가 롯데리아 배달을 하면서 음악을 같이 할 때였죠. 랩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니까 제 인격체가 두 개가 된 것 같았어요. 그런 괴리에서 오는 내 불을 당신에게 전해주겠다는 의미로 만들었던 곡이에요.

     

    : 가사에서 인디펜던트로 살아남겠다는 고집이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어려움을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블랭: 돈이죠. 다른 것 없어요. 돈이에요.

     

    재달: 저희가 돈을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게 아니라, 돈이 많아지면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더 높을 퀄리티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우리의 욕심만큼 자원이 받쳐주지 못하니까, 아쉽고 속상하긴 하죠.

     

    블랭: 홍보할 때도 그렇고요. 앨범을 낼 때는 우릴 처음 듣는 사람들한테도 먹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 듣게 할 기회조차 없더라고요.

     

    뱃사공: 그런데 돈이 많으면 이런 음악들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떤 게 좋은지는 알 수 없죠. 다만, 생활할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만약 외부의 투자 제의가 들어오면 어떨 것 같아요?

     

    블랭: 실제로 들어왔었어요. 유통 관련해서 너무 감사하게도 두 개 정도 제의가 왔었는데, 그때 이미 MD를 제작하고 있는 단계였어요. 워낙 빚 지는 걸 싫어하기도 해서, 정중히 거절했죠. 그런데 이번에 너무 친해서 그런지 넉살형한테는 뮤직비디오를 찍을 돈의 정산이 아직 되지 않아서 300만 원만 빌려달라고 얘기했어요. (웃음) “ㅇㅇ 계좌불러라고 바로 답장이 오는데, 짜증이 확 나는 거예요.

     

    뱃사공: 바로 전화해서, 돈 좀 번다고 유세 떠느냐고 그랬죠. (웃음)

     

    재달: 사실 개인적으로는, 인디펜던트로 산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는 상반되는 답이긴 한데요. 이 분야에서 저희가 활동하면서 음악만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음악을 발표하면, 인스타그램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우리의 생활을 보고, 입는 옷과 듣는 음악, 영상을 모두 소비하니까요. 그러니까 저희가 MD를 만들어 제작비를 충당하고, 모든 것을 저희 손으로 하는 게 우리 색깔이 돼요. 그런데 이걸 우리가 다른 사람의 투자를 받아서 해버리면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요.

     

    : 각자 레이블에 들어가거나, 크루 자체를 레이블로 만들자는 생각은 없나요?

     

    블랭: 각자 다르겠지만, 저희 크루가 안정권에 들어가서 팬 층이 단단해지면 레이블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 인디펜던트와 관련된 질문의 연장선인데, [쇼미더머니]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몇몇 가사에선 비판적인 라인도 있었잖아요?

     

    블랭: 솔직히 말해서 저랑 제이호는 나가고 싶었어요. 나가서 떨어질지라도, TV에 한 번 나오는 게 목표였어요. 유통이나 홍보 과정에서 제가 조금 곪아 있었거든요. 우리가 앨범을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들어줄 사람은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이상한 꼴이 되더라도, 우리 존재를 알리고 싶었죠. 결국은 그만뒀어요. 일단 뱃사공형이 그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나중에는 제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 스스로 안타까웠죠. 그래서 “Get Fresh”에서는 신선함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거에 대비되는 가사를 쓴 거고요.

     

    뱃사공: 저는 따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예전에 노골적으로 욕하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얘(블랭)는 처음엔 왜 욕하고 감정 소비를 하느냐고 하다가, 자기가 안 나가기로 결정하자마자 욕을 하더라고요. (웃음) 저는 재미있었어요. 원래 블랭이 그런 가사를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갑자기 화가 나 있더라고요.

     

    블랭: 사실, [쇼미더머니]에 대한 악감정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에 대한 악감정에 가깝죠. 거기에 나가려고 마음을 먹었었다는

     

    : 제이호 씨 가사에도 비슷한 맥락의 라인이 있잖아요?

     

    제이호: 저도 같이 나가려 했었거든요. 당시엔 다 같이 어려운 시절이라, 프로듀서 형들이 저희가 나가길 바랐어요.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냐면서요. 그런데 애초에 그런 포맷 자체를 좋아하지 않긴 했죠. 하루 종일 줄 서 있다가 누군가가 와서 제 랩이 좋네, 좋지 않네 평가하고, 목걸이를 받고 기뻐하는 그림을 납득하기 힘든 거죠. 자기가 최고라는 식의 가사를 쓰면서, 스스로 그걸 부정해버리는 거니까요.

     

    블랭: 사실 다 다를 거예요. 음악을 열심히 하는데, TV에 나와서 자기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제이호: 그걸 감수하고 가는 건데, 그게 마음에 안 들어요. 자기가 구린 걸 감수 하면서 나가 놓고, 편집이 어떠네 하면서 왈가왈부하는 꼴은 보기 좋지 않더라고요.

     

    뱃사공: 최근에 슈퍼비(Superbee)가 쓴 가사에서 공감된 게 있어요. [쇼미더머니]에 나와놓고 안 나온 척하는 건 요즘 트렌드냐고요.

     

    제이호: 사실, [쇼미더머니]에 나와 놓고, 1차는 갔는데 탈락된 랩퍼들 합치면 한국 랩퍼의 99%는 될 거에요. 그러면서 TV엔 안 나왔으니까, 난 안 나갔다고 욕해도 되지 않나? (웃음) 사실 자기가 성공을 위해서 욕을 먹더라도, 취할 건 취하고 거기에 부정적이지도 않는 경우의 스탠스는 멋있다고 생각해요.

     

    블랭: 넉살이 그 케이스죠. 나가기 전엔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도 못 자고 그랬어요. 그래도 나간 뒤에는 그걸 감수해야 하니까, 힘든 내색을 안 하더라고요.

     

    뱃사공: 심지어 저를 집까지 데려갔어요. 술 먹고 할 얘기가 있다고. [쇼미더머니]에 나갈 건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길래, 나가서 잘 되면 좋으니 나가라고 그랬죠. 어차피 넌 친일파인데. (웃음) ‘나가는 건 좋은데 네가 구라쟁이인 건 맞지.’ 하면서 계속 장난을 쳤죠. 거기에 나가서 잘 된 랩퍼들 중에도 좋아하는 랩퍼들이 많은데, 상황은 안타까워요.

     

    제이호: [쇼미더머니]가 랩퍼로서, 음악인으로서의 성공에 대한 수단으로 비치잖아요? 아마 1년 동안 그것만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을 거예요. 앨범을 작업하듯이.

     

    : 뭔가 입시처럼 되어버렸죠.

     

    블랭: 지금 진짜 입시가 맞아요.

     

    뱃사공: 진짜 망해야 되는데. (웃음)

     

    재달: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힙합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입시 시스템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잖아요? 근데 우리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까, 힙합을 하는데도 정형화된 입시 시스템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런 큰 흐름을 거스르는 게 쉽진 않겠죠.



     

     

    : 실제로 얘기가 나왔지만, 가장 친한 사이인 넉살 씨가 나가서 좋은 성과를 거뒀잖아요? 느낌이 어땠나요?

     

    뱃사공: 너무 예상한 일이에요. 1등 아니면 2등일 줄 알고 있었어요.

     

    블랭: 예전에 돈이 너무 없을 때도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거든요. 그때 같이 술 먹던 프로듀서 형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네가 못 뜨면 이 판이 이상한 거라고. 저도 동감했어요. 이 형이 잘 안되면 이건 정말 이상한 거라, 저도 싫을 것 같았거든요. 말도 안되게 무명이 길었어요. 그런데 잘 풀리기 시작할 즈음에 넉살형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솔직히 나도 내가 잘 하는 건 알았다. 그 정도로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났었거든요.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아요.

     

    뱃사공: 너무 예정되었던 수순이라, 저는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랬어요. 이 새끼 외제차 타고 다니는 꼴을 어떻게 보지?

     

    블랭: 그렇게 바쁜 스케줄을 다니면서도 새벽 서너 시쯤 술에 취해서 전화가 와요. 아침에도 행사 나가야 하는데 짬 내서 저희를 보려고 하고요.

     

    뱃사공: 넉살은 지금 저 위에 있고, 저희는 이제 주목받기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연예인병은 제가 더 심해요. (웃음)

     

    : 최근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나요?

     

    뱃사공: 많지는 않아요. 예전보다는 늘어난 편이죠.

     

    블랭: 수치적으로 해시태그 숫자만 봐도 많이 늘어났어요. 예전 같으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많이 듣는 사람들만 저희 음악을 들었는데, 요즘은 그냥 옷이 예뻐서 굿즈를 사기도 하더라고요.

     

    뱃사공: 저는 지나가는데 누가 티셔츠를 입고 있길래, 아는 척하겠다 싶어서 신경 쓰고 있는데 스윽 지나가더라고요. (웃음) 그냥 옷을 산 사람이었어요. 오히려 기분이 좋았죠. 정말 티셔츠가 예뻐서 샀구나!

     

    : MD 상품 제작 외에도, 매번 재치 있는 뮤직비디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컨셉트 선정이나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블랭: 일단 기본적으로 리짓군즈의 영상은 다 같이 만들어요. 이번 뮤직비디오는 제가 연출을 담당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출자가 기본적으로 맡는 일들을 어설프게나마 진행했죠. 보통 술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베이스가 되는 거고요.

     

    제이호: 먼저 “Young Scooter”를 찍기로 하고 힘들게 콘티를 쌓았어요.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만뒀죠.

     

    : 그동안 만든 뮤직비디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뭐에요?

     

    블랭: 4년 전에 냈던 출항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가 있어요. 제가 구글에서 영상을 배워서 거의 처음 편집해보는 작품이었어요. 지금 보면 못 봐주겠는데, 그때 저희가 굉장히 열정적이었거든요. 날씨가 폭염이었어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차도 퍼지고, 얼굴에 화상도 입고요.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저에겐 정말 소중한 뮤직비디오로 느껴져요.

     

    제이호: 뮤직비디오를 온종일 촬영하면 되게 힘들잖아요? 그래서 출항 지수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웃음) “출항촬영을 10으로 놓고 지금 힘든 정도를 나타내는 거죠.

     

    뱃사공: 출항을 찍을 때 너무 힘들어서, 그 다음에 출항지수를 물어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23정도밖에 안 나와요.

     

    블랭: “Driver’s Film” 뮤직비디오 때가 6정도 됐던 것 같아요. 갑자기 비도 오고 모기도 많아서 죽겠더라고요. “Junk Drunk Love”는 저희가 스태프도 고용해서 촬영한 덕분에 3정도 된 것 같고요. 그런데 스태프분들께는 너무 죄송하게도, 많은 돈을 드리지는 못하면서 굉장히 많은 일을 시켰어요. 저희가 잘 모르니까, 평소 고생하는 게 원래 그런 건 줄 안 거죠.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나서 스태프분들께 연락이 왔어요. 좋다고요.

     

    : 마초맨도 굉장히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뱃사공: 인기가 제일 많았죠. 저예산이라 어설픈 부분이 많았는데, 의도는 있었어요. 형사물이든 뭐든 상관 없으니 한국영화 특유의 톤을 살리는 거였죠. 도와준 사람도 많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제이호: 기존 한국 힙합 뮤직비디오에 없었던 그림이었던 것 같아요.

     

    블랭: 트랙에 참여했던 딥플로우(Deepflow)형이나 차붐(Chaboom)형도 연기를 되게 잘해줬죠.

     

    : 그럼 이번엔 [Junk Drunk Love]에서 각자 베스트 트랙을 꼽는다면요?

     

    뱃사공: 저는 “Orange”가 제일 좋았어요.

     

    제이호: 너무나 파라다이스

     

    블랭: “Junk Drunk Love”가 여전히 제일 좋더라고요.

     

    재달: 다 좋아하는데, “Bad Thangs”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첫째는 제가 쓴 곡이고, (웃음) [Junk Drunk Love]라는 주제를 생각해봤을 때 제일 솔직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다들 착한 사람이고 싶어하고, 못된 것들을 인정하기가 힘들잖아요? 근데 형들은 다 너무 솔직해요. 싫은 건 싫다고 바로 말하고요. 그런 점들이 유쾌하게 녹아든 것 같아서 “Bad Thangs”을 제일 좋아합니다.

     

    : 각자 솔로 결과물도 꾸준히 발표하는 중인데, 다음 솔로 앨범 타자는 누구에요?

     

    제이호: 뱃사공형이 다음 타자가 될 거예요.

     

    뱃사공: 사실 다음은 저라고 정해놓은 건 없어요. 먼저 준비된 사람부터 발표하는 거죠. 지금은 제 앨범이 제일 많이 진행되어있는 상황이에요.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 이제 마지막이네요. 각자 음악을 통해 끼치고 싶은 영향들이 있을 듯한데요. 어떤가요?

     

    블랭: 아까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할 때 하고 싶던 말인데요. 저희 같은 사람, 혹은 집단이 많아져야 씬이 건강하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색깔을 갖고 주구장창 우기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남들을 까고 깔보는 게 아니라 저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고 있잖아요? 저희를 보고 이제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그런 마인드를 갖게 된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뱃사공: 저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처음엔 저도 한국적인 것들을 하고 싶어서 여기에 매달려 있었어요. 지금은 그냥 자연스러운 우리 정서를 보여주고 싶어요. 따로 영향을 끼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재달: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거든요.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 건데, 요즘은 감사하게도 몇몇 분들이 가사를 듣고 힘이 된다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음악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제 얘기를 듣고 각자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거예요.

     

    제이호: 저도 누구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던 적은 없어요. 자기계발서처럼 항상 응원해주고, 받쳐주는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이 정말 슬플 때 일부러 슬픈 영화를 찾아보면서 울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우리 현실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Young Scooter”처럼 힘내라는 음악을 만들 수도 있고, 항상 제 상황에 접해있는 곡들을 만들게 될 거예요.

     

    : 정말 끝으로 인터뷰 중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블랭: MD 많이 사주세요. 지금은 잠시 중단했는데, 다시 만들 거예요. 자체제작이기 때문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해요. 품도 많이 들고요. 그런데 이걸 저희가 돈 벌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처럼 비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뱃사공: 공연이나 라디오에도 많이 불려가고 있고, 예전보다 노출되고 있으니까요. 각자 앨범도 준비할 거고, 앞으로 나올 게 많으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재달: 우리가 매체에 많이 비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어떤 게 옳은가를 떠나서,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 주목해주시는 점에 대해 감사합니다 

     

    이 짓궂은 크루는 인터뷰용 사진을 요청하자 뮤직비디오 촬영차 갔던 양양에서 찍은 사진을 무려 130장이나 보내왔다. 단지 몇 장만 사용하고 말기엔 아까워서 그들의 소탈한 모습과 섹시한(?) 수영 패션이 담긴 사진들을 더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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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지개씨리얼 (2018-02-28 11:34:04, 182.222.252.**)
      2. 출항4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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