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라임어택 - Hommage
- rhythmer | 2009-11-2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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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라임어택(RHYME-A-)
Album: Hommage
Released : 2009-11-11
Rating : +
Reviewer : 남성훈
지난 주말 서울대 김병도 교수의 마케팅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강의는 하루, 아니 매 순간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수십 년에 걸친 고분분투를 주제로 흥미롭게 펼쳐졌는데, 4시간에 걸친 긴 강의가 끝나자, 일어나려던 사람들에게 교수는 한숨을 쉬고 뜸을 들이더니 갑자기 아이러니하게도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책 많이 읽으세요. 헌데 100권의 책을 읽느니 한 권의 클래식을 백 번 읽으세요, 그렇다면, 클래식은 무엇인가. 클래식은 오랜 시간 살아남은 것입니다. 전 아직도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어요. 230년 동안 살아남은 책이니까요. 클래식은 읽을수록 새롭고, 무엇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갖출 수 있게 해줍니다.
강의의 에필로그를 듣고 잠시 멍하니 앉아 힙합클래식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었던 이유는 며칠 전 구입한 라임어택의 앨범 [Hommage] 때문이었을 거다. 시간이 클래식을 만든다. 불과 50년도 안된 짧은 역사 때문에 생긴 콤플렉스일까. 장르의 방향 설정을 위한 이정표가 필요했던 것일까. 힙합이란 장르 안에서 그 문화를 생산해내는 종사자들이나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들은 모두 유난히 '클래식'에 집착하고 그것을 칭송한다. 라임어택은 한 장의 EP,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LP를 발표하며 클래식이란 상징적인 단어를 꽤 많이 사용했다. 그의 음악적 목표는 수십 년의 시간을 버티면서 '클래식'으로 칭송될 결과물을 남기는 것으로 짐작되며, 그런 그의 솔로 데뷔 LP의 컨셉트가 명작 앨범들이 쏟아져 나오던 90년대에 바치는 오마주인 것은 당연히 그가 거쳐야 할 관문처럼 느껴진다.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서 뱉어냈던 (공중파 방송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가장 끝내줬던) 라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운 "Lyrical Genius"를 지나고 만나는 빅 엘(Big L) "E-bonics"의 한글 버전인 "K-bonics"는 오마주라는 한계를 넘어 랩을 통한 시대의 기록이라는 거창한 의미까지 가져갈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춘 올해의 싱글감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Represent", "The Sky’s The Limit" 등 타이틀과 스타일까지 90년대 명곡들을 대담하게 차용한 곡들을 나열하며 오마주라는 컨셉트를 따른다. "Man VS Machine". "Brown Skin Lady", 그리고 "The Best Of Two"에서도 오랜 시간을 버텨온 힙합 팬들은 간접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어떤 곡들을, 그리고 힙합 역사의 한 부분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하는 경험을 어렵지 않게 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본 앨범에서 가장 HOT한 라인은 '마구마구 달려간다' 였다). 비다 로까(Vida Loca)와 프리마 비스타(Prima Vista)가 양분한 비트는 전작에서 마일드 비츠가 그랬던 것처럼 야무지며 깔끔한 라임어택 특유의 랩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조밀하게 짜여있는 라임을 바탕으로 힘있게 끊어 치는 라임어택의 스타일은 반복될수록 오히려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절한 숫자와 색이 뚜렷한 피쳐링 진의 배치와 짧게 컷 한 스킷, 아쉬운 듯한 러닝타임으로 으레 반복되는 아티스트의 과욕이 부르는 실패사례를 영리하게 피해가고 있다.
누군가가 현재 한국 언더 힙합 씬에서 가장 HOT한 MC를 한 명만 말해보라고 하면, 누구를 꼽아야 할까? (물론, 사랑을 담아 말하자면) 가리온은 이미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고, 버벌진트는 4차원의 세계로 들어섰다. 최근 몇 년간 그 수준을 달리하며 씬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몇몇 신예들은 강력한 후보로 손색없지만, 믹스테입만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메이저로 직행했다. 많은 팬들의 냉소와 걱정과는 달리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HOT한 MC는 수 없이 많아졌지만, 앨범이라는 역사에 기록되는 공식적인 결과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이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이다. 라임어택은 자신의 경력에 [Hommage]라는 또 한 장의 완성도 있는 앨범을 추가하며, 한국힙합에서 'RHYME -A-'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증명했다. 현재 한국힙합의 가장 믿을만한 영건(Young Gun)타이틀을 그에게서 뺏어오려면, 동료 랩퍼들은 적어도 자신의 이름을 건 끝내주는 앨범 하나쯤은 들고 나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앨범은 그 컨셉트 그대로 90년대에 빚을 지고 있으니, 그의 100% 오리지널리티가 담길 다음 앨범을 위해 R 하나는 아껴두었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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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지우 (2010-12-30 18:57:58, 117.123.228.**)
-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앨범이긴한데.....
무엇보다 지나치게 클래식을 리스팩했다고해야되나?
그래서 가사쪽에서는 자기 스타일 못살리신거 같아요
대표해는 진짜 쫌 아니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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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환 (2009-11-25 08:32:05, 219.241.156.***)
- 비트, 랩, 가사, 앨범의 의도 등
그 어느것도 좋았다거나 참신하다거나
의미있었다고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는,
즉 아무런 예술적 가치도 담고 있지 못한 앨범.
오마쥬를 하려면 정말 확실하게,
끝내 주는 비트와 랩으로 현재의 의의를 담아내야 할텐데.
이미 헤비베이스, 언디스퓨릿 같이
90년대 힙합의 재현으로도 확실하고,그 안의 컨텐츠 수준 또한 뛰어난 앨범들이 오래전 출시되어 인정받은 마당에,
요즘 듣기에 그다지 좋지도 않은 비트와 랩으로 클래식과 오마쥬만을, 그것도 본인 입으로 먼저 외쳐대는건 지나친 안일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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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리는데로 (2009-11-25 01:21:08, 165.246.175.***)
- 개인적이로 국내 탑5급 리릭시스트라고 생각하는 람어택이였는데, 이번 앨범은 리릭면에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선명히 기억나는 한구절도 없고.. 기대했던바가 너무 커서 였을까요. 개인적으로 람어택 최고의 곡은 L.W.T였다고 생각합니다. lupe fiasco가 kick, push곡에서 보여줬던 전혀 다른 주제의 랩이였고 그걸 참 맛깔나게 풀었으니까요. story at night에서는 리릭시스트적인 면인 빛났지만 랩핑이 맛깔나지 않았던 것에 비해, M.F.U와 기타 콜라보한 성과물들은 굉장히 맘에 들어서 이번앨범도 꽤 기대했었습니다. 특히 비트도 너무 아쉽네요. 요즘 국내 곡들 들으면서 느끼지만 새로운 비트가 전혀 나오질 안혹 있습니다. 델리보이핫츄랙~도 전 별루였구요. 구시대적인 이스트코스트 비트가 전혀 고막을 뚫지 못했고, 아쉽게도 람어택의 랩이 비트를 살리기에도 역부족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오마쥬라는 컨셉으로 본다면 충분히 납들할수 있는 부분이긴 하네요. 개인적으론 별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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