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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인디언 팜 - Indian Palm
    rhythmer | 2009-11-26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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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인디언 팜(Indian Palm)
    Album: Indian Palm
    Released : 2009-11-10
    Rating : +
    Reviewer : 이병주







    상당한 네임 밸류를 지닌 국내의 힙합 뮤지션들이 그 이름값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가 특히 근래에 많았던 것 같다. 물론, 그건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앨범 자체가 별로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럴 때마다 가장 간절하게 바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 뉴 페이스의 등장, 다시 말해 신선한 자극일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인디언 팜(Indian Palm)은 비록 신인은 아니지만, 구성 멤버들이 씬에서 빈번하게 얘기되거나 큰 조명을 받아오지는 못했던 이들이기에 ‘신선한 등장’이란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기에 크게 무리가 없다. 인디언팜은 한 명의 프로듀서와 두 명의 랩퍼로 이루어져 있는데, 팀의 프로듀서 김박첼라는 리드머에서 개최한 ‘가리온 리믹스 컴피티션’에서 "무투 Remix"로 우승을 하며 이름을 알린 뒤, BRS 레코드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06년 아실바니안 코끼리의 멤버로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 후, 그는 레이블에서 발표되는 앨범의 작업을 맡아했다. 랩퍼인 아날로그 소년은 07년과 08년에 솔로 EP 앨범을 발표하며 BRS 레코드의 메인 MC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 왔던 이고, 또 다른 랩퍼 루피(Lupi)는 킹더형(King The 兄) 레코드 소속 그룹 영 보이즈(Young Boyz)의 멤버로 활동해오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이들이 뭉친 본 앨범의 음악들은 그야말로 담백하고 깔끔하다. 화려하고 트렌디한 자극보다는 잔잔하고 감성적인 트랙들이 가득 차 있다. 그것의 좋은 점이라면, 듣기에 편하면서 어떤 음악의 팬이라도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겠고, 안 좋은 점이라면, 전반적으로 앨범이나 곡들에 뚜렷한 임팩트가 없다보니 자칫 지루하거나 밋밋하게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 부분에서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해보자. 앞서 언급한 스타일 안에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클래식한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면, 구성의 묘를 살리거나 타이트한 랩을 선보이는 것인데, 이 앨범에서는 그런 면들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곡들은 대부분 비슷한 성향의 보컬 후렴구를 가지며, 아날로그 소년과 루피가 같은 차례로 벌스를 담당하는 고정된 형식을 취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루피의 랩은 스타일의 확립 면에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만약 두 명의 랩퍼가 짧게 주고받거나 서사적인 가사에서 역할을 나누어 가는 정도의 구성이라도 조금 활용해봤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보컬 멜로디의 상당 경우는 충분히 트렌디하고 도회적인 감각을 뽐내는 순차 진행 형태로 짜여 있는데, 여러 보컬리스트를 활용해 일관된 분위기 안에서 더 다양한 가락을 짜냈다면 앨범에 보다 큰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앨범의 평점이 말해주듯 [Indian Palm]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욱 많은 앨범이다. 곡들은 대부분 드럼이나 베이스 라인 등 리듬 파트보다는 기타가 전면에 나서서 이끌어 가고 있는데, 두터운 신스음으로 도배된 음악들로부터 혹사당하던 귀에 잠시 동안 기분 좋은 휴식을 안겨줄 만한 청량감을 제공한다. 사실 특정 악기의 연주자가 비트를 많이 짜던 시절에는 하나의 메인 악기가 곡을 이끌며 어쿠스틱한 느낌의 비트를 들려주는 경우가 상당했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흔치 않기에 도리어 특이하게 다가온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앨범의 가장 큰 강점은 가사에서 나타난다. 모든 가사가 제목과 주제를 향해 일관된 접근과 집중력을 보이고 있는데, 표현 방식과 내용 자체가 담아내는 매력들도 상당하다. "Bye"나 "벗"과 같은 곡들에서 잘 나타나듯, 감성적인 힙합이란 게 결코 보도 자료 속 그럴싸한 소개 문구나 비트의 분위기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타이틀 곡인 "바람이 되어(Fly High)"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미소 짓게 만드는 따뜻한 묘사에 마치 청자가 함께 직접 바람이 되어 광경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끔 한다. 근래 국내에서 들었던 힙합 중 가장 서정적이고 순수한 느낌의 곡이 아닐까 싶다.

    이 앨범을 통해 멋진 데뷔를 치러낸 그들이 장차 외연을 더 확대하고 많은 지원을 받아 다음 앨범을 기획하고 작업해 발표하게 된다면, 더욱 좋은 음악을 들려주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사실 앞에서 지적했던 다소 밋밋한 부분이라던지 하는 것은 프로덕션 자체나 구성의 아쉬움에서만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소스나 앨범의 믹싱만 하더라도 보다 표현력 있고 고급스럽게 맺음 되었다면, 앨범의 인상 자체가 다르게 다가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약간의 아쉬움과 모자람이 데뷔 음반이란 것이 갖는 나름의 매력이자 미덕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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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ack Cream (2009-12-02 00:42:44, 115.22.16.**) 삭제하기
      2. 랩과 어쿠스틱한 리듬의 조화가 신선하면서도
        편안함을 안겨주었던 앨범이였어요
        리뷰어님 말씀대로 노래 파트구성면에선 조금 많이 아쉬웠다는~
        앞으로가 정말 기대가 되는 팀 !
      1. 귤까요 (2009-12-01 14:30:18, 61.255.178.***) 삭제하기
      2. 와우! 리뷰 잘보고 갑니다~
        계속계속 기대되는 그룹입니다~ㅎㅎ
      1. 김형주 (2009-11-29 16:53:58, 125.180.213.***) 삭제하기
      2. 전 이앨범 괜찮게 들어서 별4개 이상 기대했는데 3개반 주셔서 어라
        왜지 하면서 글 읽어봤는데
        읽고보니 리뷰어님이 말씀하신거 수긍하는 부분 참 많군요 ㅎㅎ

        좋은 거 잘 얻고 갑니다~
      1. 그림자 (2009-11-27 03:01:10, 121.162.180.***) 삭제하기
      2. 포인트를 잘 집어준 리뷰 같네요 =)
        최근 기사를 보고 궁금해서 들어봤는데 괜찮더군요.
        이들이 보이고픈 음악색을 잘 보여준 듯 합니다.
      1. Popeye (2009-11-26 20:48:46, 112.142.143.***) 삭제하기
      2. 이분들 잘 모르는데
        꼭 들어봐야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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