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DJ Khaled - Kiss The Ring
- rhythmer | 2012-08-24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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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J Khaled
Album: Kiss The Ring
Released: 2012-08-21
Rating:
Reviewer: 예동현
2006년 이후로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앨범을 찍어내고 있는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의 새 앨범이 올해도 어김없이 발매되었다. 사실 팬들은 이런 호스트 DJ의 앨범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많은데 이런 비호감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간판대로라면, ‘디제이의 앨범’임에도 앨범에서 하는 게 없다는 비난은 ‘호스트’의 역할에 대한 오해, 혹은 폄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건 백화점식 컴필레이션으로 구성되는 이런 앨범의 주인은 게스트들을 불러모으고, 그 게스트들이 좋은 화학작용을 일으킬만한 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행시키는 호스트의 역할을 한다. 여기서 보통 이 역할을 잘하더라도 그 공은 뮤지션에게 돌아가고, 결과물이 나쁘면 디제이의 탓이 된다. 그런데 경험상 대개 그저 그렇거나, 좋지 않았고 - 그 때문에 이런 식의 기획 앨범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트랙리스트는 압도적인데, 결과물은 CD 뒷면의 텍스트가 부풀려준 기대치를 채워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어쨌든 부지런하게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인지도도 생겼고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쌓이는 노하우와 기획력이 받쳐주는 탓인지 칼리드의 앨범은 안 나와도 크게 아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면 한 번쯤은 들어보게 되고 그 가운데 몇몇 좋은 트랙을 수확할 기분으로 찾는 팬들이 많아진 것 같다. 확실히 여러 명의 래퍼와 당대를 대표하는 훅 퍼포머들이 일대 난장판을 펼치는 칼리드표 싱글들은 지저분하지만, 흥미로운 질감과 약간은 천박하지만, 화려하고 화끈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앨범의 음악은 제법 장중하거나 진지하고, 자못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Victory]에서 어설프게 시도했지만, 성급한 마감처리 때문에 별 볼일 없는 결과를 낳았고, 지난 앨범에서는 그럭저럭 성과를 거두었지만, [Kiss The Ring]에서는 확실히 앨범 전반에 걸쳐 안정감 있고 세련된 모양새로 흘러간다.
확실히 트랙리스트는 거의 압도적이다. 공격적이고 사나우면서도 지저분한 특유의 서던 하드코어 랩 송들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가운데에 눈에 띄게 앨범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방점을 찍는 몇 개의 트랙들이 제구실을 잘하는 덕분에 [Kiss The Ring]은 전에 없던 ‘집합체’로서 의미를 획득한다. “They Ready”에서는 동서남의 미래를 책임질 간판 유망주 3인방(Kendrick Lamar, J. Cole, Big K.R.I.T.)을 모아놓고 은근한 경쟁의 장을 마련한다. 은근히 서로 의식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세 엠씨 모두 굉장한 수준의 라이밍을 뽐내면서 귀를 즐겁게 한다. 타이틀 곡인 “Take It To The Head” 역시 메인스트림을 이끌어가는 뮤지션들이 이전 싱글 컷 트랙들에 비해 레이드백하지만, 더 세련된 곡을 만들어냈다.
그중 특히, 앨범의 가운데에 자리 잡은 “Hip Hop”은 본작에 특별한 가치를 마련해준다.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의 아름다운 비트에 스카페이스(Scarface)의 절절한 가사가 특유의 묵직하게 꾸물대는 플로우로 얹혀졌을 때만 해도 스카페이스를 위한 무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어 흐르는 나스(Nas)의 2분짜리 벌스(Verse)는 최근 몇 년간 내가 들어본 최고의 플로우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련한 멜로디를 단단하게 받치는 베이스와 로우 템포의 둔탁한 스네어 위로 쏟아낸 나스의 화려한 라임은 압도적이라기보다 차라리 순수하게 경이롭다. 그리고 약간의 빈자리를 프리모(DJ Premier)의 스크래칭이 채우고 있다. 힙합 장르의 팬으로서 이토록 대단한 순간을 맞이한 것이 얼마만인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이런 경험을 칼리드의 앨범에서 겪게 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들어볼 만하다. 물론,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이상한 불협화음을 내기도 하고, 게스트가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도 여전히 존재하며, 백화점식 트랙리스트답게 불균형으로 삐걱대는 순간들이 있다. 아마 메인스트림에서 발매된 거의 모든 디제이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 앨범은 그중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앨범’으로써 구실하는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한 장이다. 디제이 클루(DJ Clue)의 [The Professional] 시리즈, 디제이 케이 슬레이(DJ Kay Slay)의 [The Street Sweeper]시리즈, 디제이 드라마(DJ Drama)의 [Gangsta Grillz] 등등, 가장 유명하지만, 실속 없었던 작품들과 비교해볼 때 분명한 차이이자 인정해야 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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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iejones (2012-08-28 00:59:45, 124.199.179.*)
- 부담보이님 / They Ready 프로듀서는 J. Cole 입니다.
개인적으론 전작에 비해 많이 실망스러운 앨범이였지만
Hip Hop 이 곡의 존재만으로도 들을만한 가치가 있었던 앨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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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보이 (2012-08-24 23:41:27, 118.33.85.**)
- 개인적으로 they ready 정말 좋더군요
빅크릿트 비트 같은데 그 위에 제이콜 랩 정말 듣기 좋았습니다. 이 조합 은근 괜찮은듯
라마는 언제나 처럼 잘했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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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231 (2012-08-24 21:44:00, 61.252.216.**)
- 특유의 귀를 자극하는 b급 비트에 화려한 게스트는 여전하지만 곳곳에 배치한 큰맘먹고 배치한 a급 싱글들.. 이정도의 칼리드 컴필레이션이라면 불만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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