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int Condition - Music @ The Speed Of Life
- rhythmer | 2012-10-08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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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int Condition
Album: Music @ The Speed Of Life
Released: 2012-09-11
Rating:
Reviewer: 정휴(객원필자)
‘90년대 이후 등장한 알엔비 그룹의 상황을 보자면, 각 세션을 구성원으로 둔 밴드의 형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물론, 과거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오하이오 플레이어스(The Ohio Players)처럼 이름만 들어도 탄성이 나올 법한 훌륭한 밴드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던 때가 있었으나, 음악 환경의 진화, 시장의 변화로 말미암아 관련 소비 매체가 변화하듯 실연자의 구성도 변화를 보였다. 그래도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공존하는 요즘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주의가 상당수 있지만, 옛 영광을 오롯이 되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런 환경에서 1991년 데뷔 이래로 지금까지 한결같은 행보를 보이는 밴드가 있었다. 마치 중추절 밤하늘 보름달의 광휘처럼, 시기 적절하게 양질의 음반을 발표해 어김없이 우리의 이목을 끌었던 민트 컨디션(Mint Condition)을 말한다.민트 컨디션이 늘 주목받았던 건 '밴드'라는 구성적인 특징을 떠나서,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대단했던 “Breakin’ My Heart (Pretty Brown Eyes)”나 “If You Love Me”와 같은 대표적인 킬링 트랙과 색이 뚜렷한 음악을 고르게 담은 양질의 앨범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기에 음악인으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 할 수 있겠다. 맞수로 늘 거론됐던 토니 토니 토니(Tony Toni Tone)의 활동 중지가 그들을 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들도 점차 불안한 요소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과거 뛰어났던 음악은 그들을 향한 대중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 올렸고 [Livin' The Luxury Brown] 이후, 킬링 트랙의 부재로 그 굴레의 실체를 확인하고 말았다. 그리고 성공적인 데뷔에 일조한 프로듀서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Jammy Jam & Terry Lewis)의 도움 없이도 견고했던 그들의 음악이 레이블 이적 후 균열을 드러냈다. 실제 인과 여부를 차치하고 그룹을 떠난 키보디스트 케리 루이스(Keri Lewis)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7] 이후, 일 년 만에 발표한 여덟 번째 정규 앨범 [Music @ The Speed Of Life]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균열이 보이는 민트 컨디션이 과거 부족함이 없던 모습으로 얼마나 회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우선 반가운 소식부터 전하자. 트랙 “Believe In Us”, “Never Hurt Again”을 살펴보면, '왕년의 스타' 바비 로스아빌라(Bobby Ross Avila)의 토크박스(Talkbox) 참여가 과거의 감성을 아련하게 전한다. 심지어 “What I Gotta Do”는 '90년대 초반 민트 컨디션이 들려주던 감성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미니애폴리스 형식(Minneapolis Style)'으로 불리는 민트 컨디션 고유의 색을 갖추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In The Moment”와 “Blessed”에서 들려준 묵직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 곡의 후렴구를 감싸고 있는 전자음은 지난 음반에서 보인 음악적 변화를 소급하는 듯하다. 재치 있는 라임으로 가사의 재미를 덧댄 “Nothin”은 깔끔한 브라스 세션과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협연으로 이루어진 반전 트랙들이 있는데, 전후 분위기의 형세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Girl Of My Life”와 “SixFortyNine/Change”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곡은 협연과 반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곡의 흐름과 협연자의 역할이 매우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Girl Of My Life”는 디제이 재지 제프(DJ Jazzy Jeff)의 턴테이블이 간결한 기타 루프와 깔끔한 조화를 이루다가 조금씩 틈을 메우던 브라스가 날카로운 스트링 연주와 함께 웅장하게 끝을 맺는다. 그에 비해 “SixFortyNine/Change”는 마치 물과 기름을 의도적으로 섞어 놓은 듯하다. 첫째로, 일정한 틀 위에 반전이라는 묘미를 준 “Girl Of My Life”와는 다르게 앞뒤 조성의 명암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점. 둘째는, 에릭 리즈(Eric Leeds)의 플루트와 브라더 알리(Brother Ali)의 랩이 마치 잼을 하듯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Girl Of My Life”에서 성실하게 곡을 받쳐주었던 디제이 재지제프의 턴테이블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민트 컨디션이 작년 샤나히(Shanachie)로 레이블 이적 후, 7집 [7]을 발표하면서 생경한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는 [Music @ The Speed Of Life]를 통해 앞서 보였던 새로운 모습과 그들 고유의 색을 조화롭게 융화시켜 안정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앨범의 첫 싱글 “Believe In Us”가 현재 상태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이쯤이면 향후 페이스를 되찾는 민트 컨디션을 기대해 봄 직하다. 킬링 트랙으로 귀결될 만한 새 작품이 벌써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되돌릴 수도 머물 수도 없는 한겨울 솟아난 뜻밖의 봄풀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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