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지드래곤 - One Of a Kind
- rhythmer | 2012-10-09 | 1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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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지드래곤(G-Dragon)
Album: One Of a Kind
Released: 2012-09-15
Label: YG엔터테인먼트
Rating:
Reviewer: 강일권
그룹 빅뱅(Big Bang)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G-드래곤(이하 ‘GD’)이 힙합 뮤지션으로 데뷔한 건 꽤 오래전이다. 더불어 아이돌을 표방하긴 했지만, 빅뱅의 음악이 탄탄한 힙합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했었음을, 게다가 활동한 지 벌써 6년여나 되었음을 고려하면, GD의 음악적 역량을 이야기하는데 ‘아이돌치고는’이라든지 ‘아이돌임에도’라는 제한을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름값에 걸 맞는가 아닌가 라면 몰라도….한동안 논란이 됐던 작곡 방식에 대한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이른바 ‘귀에 꽂히는 라인’을 잡아내고 랩과 보컬, 장르를 넘나들며 곡을 감각적으로 소화하는 GD의 재능은 인상적이다. 십 대 아이돌 팬들뿐만 아니라 장르 팬들까지도 앨범을 기대하게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그의 현재 위치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현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한 동명의 트랙 “One Of a Kind”를 앞세운 이번 새 앨범에서 GD는 테디(Teddy), 초이스37(Choice37) 등, 명 파트너의 조력 속에서 힙합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장르를 껴안는다. 이 자체론 이전 그의 솔로 커리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구성의 치밀함과 사운드의 구현, 그리고 GD식 스웩(Swag) 연출이 일정 경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과욕이 균형을 무너트렸던 첫 정규작 [Heartbreaker]와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모든 장점, 혹은 본작의 최고 미덕이 집대성된 트랙이 바로 “One Of a Kind”다.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 Screwed *필자 주: 보컬이나 비트의 템포를 느리게 하고 늘여서 연출하는 리믹싱 기법), 오토튠, 다채로운 리듬 파트 등등, 현 메인스트림 힙합음악의 주 소스들이 한데 모여 질서정연하게 어우러지며 프로덕션의 장관을 연출하고, 그 위에서 GD는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스웩을 작렬시킨다. 종종 GD에게 ‘똘끼’, ‘건방진’ 등의 수식어가 동반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사실 그의 자기과시 태도가 다소 튀어 보이는 건 일종의 겸손강박증이 만연한 국내이기 때문이지, 힙합음악 속에서 매우 익숙하게 봐오던 수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행위 자체보다는 그 행위의 표현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GD는 이번에 자신이 이룬 부와 명예를 직접적으로 과시하며 짜릿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데, 실력과 진실이 만나 그 짜릿함은 배가 된다. ‘내 노랜 건물을 올리지’ 같은 라인을 보시라. 과연, 국내에서 (특히, 메이저에서 더더욱) 누가 이런 라인을 거침없이 뱉을 수 있을까? 오히려 허풍이 아니어서 재미가 반감될 정도다.
어쿠스틱 연주와 소박한 구성으로 완성한 “그XX”도 GD의 역량이 드러나는 앨범의 백미다. 흐름상 튀어버릴 수도 있었을 음악적 이질감의 가능성은 루핑에 충실한 보컬 형식 덕에 희석되고, 진부할 수 있었던 가사는 GD의 보컬을 타고 흐르는 ‘새끼’라는 두 글자를 통해 새로운 감흥으로 재탄생한다. 비록, 첫 번째 타자로 나온 타블로가 곡을 압도해버리는 주인공이 됐지만, 준수한 랩 레이스를 펼치는 “불붙여봐라”, 김윤아와 협연보다는 “그XX”와 마찬가지로 GD의 센스있는 보컬 진행이 곡을 돋보이게 한 “Missing You” 등도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그러나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아쉬운 지점도 있다. 타이틀곡 “크레용(Crayon)”은 힙-하우스(Hip-House) 스타일로 벌스를 이끌다가 후렴구에서 일렉트로니카 댄스로 본격 변환되는 등, 구성미에 신경 쓴 점이 엿보이지만, 몇몇 부분에서 레퍼런스가 느껴지는 플로우와 “One Of a Kind”와는 달리 특별한 쾌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가사 탓에 감흥이 반감된다. 또한, “결국”이나 “Today” 등은 평범한 가사와 프로덕션 모두 다른 곡들에 비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GD의 과감성에 대한 봉인이 좀 더 해제됐다면 –그것이 가사적 측면이든 음악적 측면이든-, 본작이 주는 감흥은 배가 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은 타이틀 그대로 GD가 현 한국대중음악 씬의 ‘One Of a Kind’임을 증명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들으면서 무엇보다 놀란 건 수록곡들 간 주력 장르와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고, 앞서 언급한 아쉬운 점들이 있음에도 앨범으로 엮이면서 GD라는 이름 아래 묘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앨범을 장악하는 능력을 지닌 뮤지션이 드문 국내 씬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본작은 탈 장르를 추구하지만, 뮤지션의 존재감이 흔들리지 않음으로써 그러한 시도가 설득력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장르적 성취까지 일부 획득하는 바람직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과연 앞으로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가….
덧붙임.
본작에 대한 평은 “불붙여봐라”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CD 버전을 기반으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이 한 곡이 앨범에 대한 평을 크게 좌지우지하진 않지만, 이 곡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앨범의 구성적 측면에서 감흥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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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성 (2012-10-12 15:06:08, 110.70.31.***)
- 앨범 전체를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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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일 (2012-10-09 16:50:47, 211.227.118.***)
- 그러고보니 권지용군은 진짜 벤틀리를 몰고다니네요. 레알 'Beamer, Benz or Bently'네요. 어쨌거나 앞으로도 그 스웨그 잘발전시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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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wic (2012-10-09 14:47:12, 210.106.208.**)
- 아 저도 '내노랜 건물을 올리지' 들으며 딱 그 생각했어요. 소위 '미는 노래'로 이렇게 대놓고 힙합인 트랙을 발표하면서 저런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은 정말 이 친구가 1 of a kind구나 라고. 아이돌 일색의 바닥에서 불가침영역의 존재가 되어가는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스타일에의 호불호를 떠나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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