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Kendrick Lamar - Good Kid, m.A.A.d City
- rhythmer | 2012-10-24 | 3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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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endrick Lamar
Album: Good Kid, m.A.A.d City
Released: 2012-10-22
Rating:
Reviewer: 예동현
당신이 힙합의 오랜 팬이라면, 기뻐하라. 왜냐하면, 올해가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음악적으로 가장 풍성한 한 해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이미 킬러 마이크(Killer Mike), 빅 크릿(Big K.R.I.T.), 치노 엑셀(Chino XL), 엘-피(El-P), 나스(Nas), 릭 로스(Rick Ross) 등등,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고, 손에 꼽기에도 어려운 수많은 수작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올해 이 리스트의 최상위에 놓을만한 앨범이 여기 또 하나 등장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는 올해 발매된 그 어떤 앨범보다 강렬한 개성과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앨범이며, 그의 새 앨범이 발매되기 전까지는 당신의 아이팟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중독적이다.우선 프로덕션을 보자. 이 앨범의 정식 수록곡 12곡 가운데 테라스 마틴(Terrace Martin)과 사운웨이브(Sounwave)가 추가 프로듀스로 참여한 두 곡을 제외하면, 모든 트랙이 각각 다른 프로듀서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 집중력 있고 일관성 있는 분위기로 끌고 가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경우다. 전반적으로 다운된 템포에 공간감과 감정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멜랑꼴리한 톤으로 흘러가는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앨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반부의 두 트랙 “Good Kid”와 “m.A.A.d City”에서 드라마틱하게 폭발했다가 “Swimming Pools(Drank)”의 묘한 환각작용부터 다시금 알 듯 말듯 미묘한 켄드릭의 스타일로 돌아간다. 특히, 애프터매스(Aftermath)를 통해 발매되는 메인스트림을 겨냥한 앨범임에도 드레이크(Drake)와 함께한 나쁘지 않은(하지만
확실히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아닌) “Poetic Justice”를 제외한다면, 라디오 프렌들리 싱글로 꼽을만한 곡이 전혀 없어서 앨범은 확실히 켄드릭의 의도와 컨트롤대로 흘러간다.앨범의 백미는 중반부의 세미-타이틀 트랙 “m.A.A.d City”와 “Swimming Pools(Drank)”, 그리고 정식 트랙리스트의 끝자리에 있는 “Compton”에서 디럭스 에디션의 보너스 트랙인 “The Recipe”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6트랙 동안 축 늘어진 레이드-백 트랙이 이어지며 청자를 어떤 미지의 공간 속에 가둬두고는 “Good Kid”에 이르러 터질 듯 말 듯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나서 바로 이어지는 “m.A.A.d City”는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이다. 하이라이트는 2분 40초경 비트가 변주되면서 흘러나오는,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향 가득한 선동적인 베이스 라인 위로 날카로운 스트링과 대마초 연기 자욱한 기타 리프가 흘러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이다. 특히, 곡의 막바지에 이르러 쥐-훵크(g-Funk) 특유의 신시사이저 음이 울려 퍼지는 찰나의 전율은 힙합 팬들에게만 허용된 특권일 것이다. 온전히 장르 팬을 위한 그 환상적인 순간은 극히 짧은 시간에 갈무리되며 더 큰 여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여운은 곧바로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울림을 가진 “Swimming Pools(Drank)”로 흡수되며 청자를 완전하게 앨범 안으로 흡수한다. 이쯤 되면 이 앨범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한편,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특유의 박력 있는 스네어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결합한 “Compton”과 미드 템포 버전의 “California Love”처럼 들리는 “The Recipe”에서 켄드릭은 자신의 우상인 닥터 드레(Dr. Dre)와 함께 그의 ‘미친 도시’를 향한 독특한 찬가를 완성한다.
물론, 이 모든 프로덕션은 켄드릭의 랩 퍼포먼스와 가사가 아니었다면 훨씬 그 감흥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켄드릭은 시종일관 다채로운 플로우로 이 특별한 앨범에 쉴 새 없이 특유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무엇보다 전반부 비슷한 레이드-백 트랙들이 이어질 때 켄드릭의 플로우 디자인이 일관적이었다면, 자칫 지루하게 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때로는 속사포처럼 몰아치는 특유의 플로우를 선보이다가도 때로는 느긋하게 의자 속에 몸을 파묻게 하기도 하고, 타이트하게 곡의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비트를 압도하면서 랩으로 앨범의 디테일한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그 안의 가사들은 퍽 인상적이다.
컴튼을 무대로 성장한 자신의 성장기를 그린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허세와 갱스터멘탈리즘, 그리고 과거의 향수를 그대로 끌고 와 자신의 캐릭터에 적용했던 게임(The Game)과는 매우 다른 방식이다. 마치 영화 [대부 3]의 마이클 콜리오네처럼 그는 컴튼의 악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끊임없이 그 광기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때로는 그를 둘러싼 광기에 분노하고 그 영향력에 저항하다가도(“m.A.A.d City”, “Bitch Don’t Kill My Vibe”) 그것에 잠식되어 한없는 욕망을 갈구하기도 하고(“money Tree”, “Swimming Pools(Drank)”), 끝내는 컴튼이라는 공간과 그 생활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력을 인정하고 진실한 한 인간으로 거듭나며(“Real”), 컴튼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The Recipe”, “Compton”) 구조다. 앨범의 모든 곡은 컴튼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특별한 환경과 그 환경에서 자라나며 영향받았고 현재에도 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켄드릭 라마의 내면과 그에 따른 여러 상황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게임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이 현실에 적당한 판타지를 섞으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 켄드릭은 철저히 현실 세계와 그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다. 실존하는 세계의 직접적인 위험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에서 비롯된 내적인 갈등과 위협, 외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상황의 인과 관계는 청자들로 하여금 더 큰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 때문에 특히, “m.A.A.d City”에서 그가 도시에 대해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에 대한 묘사는 대단히 인상적이며, 아마 힙합 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가운데 하나일 ‘Real’이 이 곡에서 더욱 진실하게 들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는 담백하게 표현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만들어내는 가사를 쓴다는 점에서 마치 투팍(2pac)을 연상케 하지만, 동시에 독특한 구조의 예상치 못한 라임을 짜내는 점은 마치 10여 년 전의 모스 데프(Mos Def)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굳이 자신의 지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현명한 인물처럼 보이고, 그럼에도 어떤 유약함이나 지적 과잉의식과는 거리가 먼, 비범하지만, 평범한 인물처럼 자신을 묘사한다. 이런 그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현세대에서 거의 비슷한 인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Good Kid, m.A.A.d City]를 감상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여러 가지 복잡하고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앨범은 지향하는 방향과 표현의 톤 앤 매너에서 마치 나스의 [Illmatic]과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Midnight Marauders]가 결합한 뒤, 그의 전작인 독립앨범 [Section.80]가 만나서 완성된 앨범처럼 들린다. 컴튼 출신의 랩퍼가 애프터매스를 통해 내놓은 앨범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펼쳐지는데, 그 기대를 배반하는 과정이 아주 끝내주게 매력적이라 배반감이나 실망 대신에 놀라움과 만족으로 가득하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서 앨범을 들었는데, 혹시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유감이다. 하지만 그냥 말해야겠다. 이 앨범은 힙합 클래식이다.
※최초 R 4.5에서 5로 조정되었습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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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amboyant (2017-03-04 09:19:37, 211.195.152.***)
- 어느새 별 5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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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rnel (2014-07-08 17:42:58, 222.108.159.**)
- 첨언하자면, 사운웨이브는 Sounwave입니다. Soundwave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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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3-03-25 20:39:06, 211.108.46.***)
- 2010년 칸예의 MBDTF 이후로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도 끊임 없이 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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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knownn (2012-11-15 16:33:45, 125.129.203.***)
- 올해의 앨범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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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wic (2012-11-02 09:31:30, 210.106.208.**)
- ab-soul과 schoolboy q의 앨범도 굉장히 평가가 좋았는데, 정점 찍네요.
black hippy와 Top dawg의 시대가 오나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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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준 (2012-10-29 19:56:42, 122.34.149.***)
- good kid , m.A.A.d city , Swimming Pools
로 이어지는 라인은 정말 소름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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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븐시나 (2012-10-29 09:56:46, 110.70.31.***)
- 나스는 스물한살에 Illmatic을
켄드릭은 스물다섯에 Good Kid, m.A.A.d City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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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ossa (2012-10-27 13:26:57, 121.64.212.***)
- 보너스트랙까지 진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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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q (2012-10-25 11:03:22, 124.49.242.**)
- 계속 돌리고있습니다.. 정말 힙합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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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기 (2012-10-25 01:58:09, 211.247.93.***)
- 제 생각에도 후에 재평가가 이루어질 소중한 앨범처럼 보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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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일 (2012-10-25 00:22:31, 221.142.41.**)
- 역시 켄드릭은 진짜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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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DAY (2012-10-24 23:51:58, 221.155.155.**)
- 나머지 별 반개는 세월이 채워주겠지요~
각종 디럭스반의 보너스트랙을 모두 모아 정렬시킨후 듣고 있습니다
블랙히피가 모두 뭉친 곡은 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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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팬 (2012-10-24 23:42:59, 124.146.18.***)
- 이거 좀 궁금하긴 하네요.
클래식!인데 네개 반인 건
결혼했지만 쌩얼은 공개하지 않겠다거나
너랑 할 건데 키스는 안 할 거야라는 심리같은 건가요?
아님 켄드릭 라마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지금은 클래식이 아니야, 10년 후라면 모를까"했으므로
10년 후 리콜 리뷰에서 알 다섯개를 선사하려는 예동현님의 센스돋는 배려?
농담입니다ㅋㅋㅋㅋㅋ 앨범 잘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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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nNY (2012-10-24 20:42:44, 14.52.230.***)
- 그냥 R 5개 다 줘버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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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기 (2012-10-24 19:38:12, 121.64.143.***)
- 개인적으로 올해의 엘범을 뽑고싶네요 진짜 수작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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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2-10-24 19:27:10, 66.253.140.***)
- 빠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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