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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kyzoo - A Dream Deferred
    rhythmer | 2012-10-29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kyzoo
    Album: A Dream Deferred
    Released: 2012-10-02
    Rating:
    Reviewer: 강일권









    앨범의 주인공이 생소하더라도 참여 프로덕션 진의 이름을 보고 해당 음반을 감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티스트에겐 미안한 얘길지도 모르지만, 부족한 이름값 때문에 묻힐 수도 있을 결과물이 어쨌든 리스너의 가시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프로듀서와 작업은 중요한 게 사실이다. 뉴욕 출신의 랩퍼 스카이주(Skyzoo)가 처음 힙합팬들로부터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도 베테랑 프로듀서 나인스 원더와 작업 덕분이었다.

    그는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인스 원더(9th Wonder)와 함께 만든 12곡을 담은 앨범 [Cloud 9: The 3 Day High]를 발표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 제대로 된 실력이나 확실한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하면, 완성도의 공을 쟁취하긴 불가능하기 마련인데, 스카이주의 경우가 딱 그랬다. 스카이주는 그저 ‘나인스 원더가 밀어줬으나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랩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이건 본작을 내기 전까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유서 깊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덕 다운 레코즈(Duck Down Records)에서 발표하는 이번 두 번째 정규작에서 스카이주는 온전히 자신만의 이름으로 서기에 의심할 여지 없는 랩을 들려준다. 3년 전 발표했던 첫 정규작 [The Salvation]에서 이전보다 탄탄한 랩핑과 리리시즘(Lyricism)을 바탕으로 스스로 걷는 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유혹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 꿈에 대해 역설하며 존재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그는 본작에 이르러서 드디어 만개한 실력을 과시한다. 스카이주는 마약, 여자, 클럽 같은 주제보다는 힙합 문화와 스스로 열정과 꿈, 주변의 실상에 더욱 집중한다. 특히, 군데군데 흩뿌려 놓은 메타포와 허울을 벗어 던진 담백하고 극적인 전개는 그가 어찌하여 리리시스트로서 주목받고 있는지 체감하게 한다.

    영원한 조력자 나인스 원더가 건조하게 가공한 브라스 루핑이 매력적인 비트 위에서 자신의 음악과 삶에 영향을 끼친 랩퍼 치-알리(Chi-Ali)에게 보내는 헌사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Jansport Strings (One Time for Chi-Ali)”, 질 스캇(Jill Scott)의 매혹적인 보컬이 함께 하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의 삶을 함축적이면서 담담하게 풀어놓는 "Dreams In A Basement", 탈립 콸리(Talib Kweli)와 함께 거장 감독 중 한 명인 스파이크 리(Spike Lee)가 왜 존경받은 인물인지를 역설한 "Spike Lee Was My Hero" 등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반면, 나인스 원더를 비롯한 일마인드(Illmind), 디제이 칼릴(DJ Khalil), 포커스(Focus), 베스트 켑트시크릿(Best Kept Secret), 에릭 쥐(Eric G.), 자힐 비츠(Jahlil Beats), 블랙 밀크(Black Milk) 등등, 인디, 언더 힙합계의 쟁쟁한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덕션은 다소 아쉽다. 전반적으로 소울풀하고 둔탁한 붐 뱁 힙합 사운드가 포진하고 있는데, 완성도는 특별히 나무랄 데 없지만, 그 이름값에 비하면, 중독적인 루핑이나 구성 면에서 평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을 빛나게 하는 건 누구보다도 스카이주다. 가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본작은 단지 ‘듣기에 괜찮은 전통적 작법 기반의 힙합 앨범’으로 들릴지도 모를 일이니, 꼭 한 곡 한 곡의 가사를 찾아서 들어보길 권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확실한 딜리버리를 간직한 매끈한 플로우, 적당한 깊이와 위트로 무장한 가사... 이제 스카이주는 전처럼 프로덕션에 묻어가는 것이 아니라 앨범의 주체로서 확고히 서 있다.


    *참고: 본작의 첫 싱글 "Jansport Strings”에서 언급한 치-알리는 90년대 초반, 불과 14살의 나이에저 유명한 지적인 힙합 집단 네이티브 텅(Native Tongue)의 지지를 받으며 데뷔했던 랩퍼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는데, 2000년 1월에는 자신이 사귀던 여자의 오빠를 총으로 쏴서 살해한 죄로 무려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스카이주는 어렸을 적 치-알리의 히트 싱글 "Age Ain't Nothing But a #"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랩퍼로서 꿈을 갖게 되었는데, 이 곡은 올해 출소한 치-알리에게 보내는 헌정 트랙이기도 하다. 리믹스에는 치-알리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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