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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Miguel - Kaleidoscope Dream
    rhythmer | 2012-11-05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Miguel
    Album: Kaleidoscope Dream
    Released: 2012-09-5
    Rating: 
    Reviewer: 오이









    현재 메인스트림 알앤비에 대한 회의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 알앤비와 힙합, 일렉트로니카 팝의 경계는 모호해졌고 청각적인 감상보다는 시각적이고 특정한 후렴구의 반복이 중독성을 노리는, 다소 획일화된 사운드가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며, 잘 팔리는 앨범이 되었다. 물론, 이는 불가피한 변화였다. 음악도 결국 소비의 대상이고 주 소비층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니, 지나온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과 비교해 한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테지만, 어쨌든 가끔은 알앤비의 본질에 대한 그리움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한때 씬을 주무르던 이들이 차트에서 사라지고, 세일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좋은 앨범들은 쏟아져 나왔고, 올해 역시도 아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한 ‘물건’들이 씬의 명맥을 유지해 주었다.

    지금 소개할 [Kaleidoscope Dream]은 미겔(Miguel)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이미 데뷔 앨범으로 존재감을 알렸던 그가 깔끔하게 자신의 상업적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이다. 데뷔 전부터 힙합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이나 언더 씬에서 착실하게 쌓은 실력은 메이저로 옮겨오며 가치를 인정받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를 한층 증폭시켰다. [Kaleidoscope Dream]은 정체성을 분명하게 표출하는 아트워크와 주류를 따르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사운드 메이킹에 힘입어 ‘미겔’이라는 하나의 개체를 씬을 다채롭게 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살람 레미(Salaam Remi), 제리 원다(Jerry Wonda) 등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암시하듯이 흡사 판타지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몽환적이며, 불분명한 경계를 긋고 있는 앨범이다. 알앤비의 카테고리에 있기는 하지만,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펑크, 신스 팝 등 하이브리드하게 장르를 겹겹이 쌓아 층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특정한 장르로 규정짓기에는 좀 모호할 수도 있지만, 사운드를 관통하는 클래식한 알앤비나 록의 요소가 현대적인 세련미를 갖춘 대신 한편으로 빈티지 사운드를 동시에 누리게 한다. 특히, "Do You..."나 "The Thrill", “Don’t Look Back” 등에서 보여준 투박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녹여낸 복고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축이 된다. 그래서 얼핏 듣기에는 굉장히 트렌드를 반영한 듯하지만, 이 앨범 역시 일종의 ‘빈티지’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복고의 재현’에 가깝다.

    싱글 차트에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던 “Adron”은 사랑의 감성을 살려낸 가벼운 드럼 비트 위에 얹힌 세련된 멜로디가 제대로 된 소울 바이브를 느끼게 해주는 곡으로 그의 음악에 더 쉽게 접근하게 해 줄 수 있는 싱글이다. 미겔의 음악은 앨범 자체로 접근하는 것이 좋으므로 싱글에 대한 큰 기대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Adron”은 그중에서도 그의 음악적 성향과 상업적인 관점을 동시에 담고 있어서 편견 없이 대중에게 어필하기 가장 좋은 곡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제리 원다(Jerry Wonda)가 참여한 두 번째 싱글 "Do You..." 또한,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좀 더 대중적인 의미로 분산시킨 곡으로, 특히, 완성도 높은 사운드 메이킹이 돋보인다. ‘Do You Like A Drug?’이라는 도발적인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은 가벼운 기타 스트링과 베이스, 복고적인 드럼비트가 일렉트로닉을 표방하여 21세기 슬로우 잼 알앤비의 정도를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 곡이다.

    클래식 록이나 일렉트로닉 장르의 최소한을 가져와 알앤비에 얹은 솜씨는 “The Thrill”, “Use Me”, “Kaleidoscope Dream” 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얼핏 듣기에는 기계적인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것 같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유기적으로 구성된 사운드가 빈틈없는 층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소리들의 적절한 어레인지나 절묘한 부분에서 이뤄지는 브릿지를 조절하는 능력은 각각의 곡을 더욱 윤기 있게 해준다. 비트에 의존하여 일률적인 사운드로 무료함을 만들기보다는 퍼포머로서 보컬의 능력과 별개로 사운드가 가진 구성과 진행, 완성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빈티지한 록 사운드나 펑크, 알앤비 등등, 다양한 음악을 한데 뒤섞은 중에도 바탕을 이루는 소울 또한 소홀하지 않다는 점은, 작업과정에서 있었을 미겔의 고충과 시도들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이렇듯 작고 세세한 부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는 사실 덕에 결과물에 대해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빈틈없이 짠 스파이 소설처럼 완벽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준 [Kaleidoscope Dream]은 올해 발표된 가장 주목해야 할 알앤비 앨범 중 하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젊은 뮤지션이 만들어낸 이 앨범은 현재 얼터너티브한 알앤비의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극단적인 사운드와 비트로 무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중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Kaleidoscope Dream]은 올해 놓치면 안 될 앨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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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윤정준 (2012-11-20 20:23:17, 122.34.149.***)
      2. 너무 매료되어서 귓속에 계속 맴도는 앨범
      1. sy11987 (2012-11-08 18:10:51, 116.41.170.**)
      2. 앨범커버를 보면 몽롱해지고 내용물을 들으면 취하게 되는 앨범.
        정말좋습니다!
      1. 박상현 (2012-11-07 13:53:40, 1.247.221.**)
      2. 이렇게까지 높은 점수는 예상 못했지만 확실히 수작이었다는 것은 사실...
      1. 김태규 (2012-11-07 12:06:57, 58.148.176.**)
      2. 프랭크오션만 있었던게 아니군요
      1. l'equip (2012-11-05 16:29:51, 211.109.207.***)
      2. 너무 잘 듣고 있어요 이 앨범
        그중에서도 do you는 정말.. two thumbs up
      1. दलित (2012-11-05 04:15:14, 149.169.129.**)
      2. 역시 미겔, Sure Thing에서부터 알아봤음ㅇㅇb
      1. 버기 (2012-11-05 01:51:42, 114.203.5.***)
      2. 3곡씩 들어있던 믹스테잎 3장 다듣고 기대가 컸었는데, 이런 대박앨범을 신보로 낼줄은 몰랐었어요. 진짜... 프랭크오션만 생각하고 있다가 알앤비 쪽에서 올해 막판에 이런 수작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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