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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Robert Glasper - Black Radio Recovered: The Remix EP
    rhythmer | 2012-11-21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Robert Glasper
    Album: Black Radio Recovered: The Remix EP
    Released: 2012-10-09
    Rating:
    Reviewer: 강일권









    블루 노트 소속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인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는 지난 2003년부터 자신의 앨범 발표를 비롯하여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 세션과 작곡자로 참여하며 인상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무엇보다 눈 여겨 볼 건 그가 힙합, 알앤비/소울 뮤지션과 교류 및 협업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글래스퍼의 음악 세계에서 힙합과 알앤비/소울은 재즈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음악적 성향은 지난 2월 말에 발표된 새 앨범 [Black Radio]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가 결성한 연주 그룹인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Black Radio]는 그야말로 소울풀함의 극치였다. 블루 노트 소속의 이 재능 넘치는 뮤지션이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루페 피애스코(Lupe Fiasco), 빌랄(Bilal), 레디시(Ledisi), 뮤직 소울차일드(Music Soulchild), 스톡클리(Stokley), 크리셋 미첼(Chrisette Michele) 등등, 자신의 영적 음악 친구들을 대거 대동하고 만들었던 이 작품은 글래스퍼의 음악 세계에서 재즈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힙합과 알앤비/소울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앨범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8개월만에 공개된 본작은 타이틀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Black Radio]의 수록곡 중 일부를 리믹스하여 재구성한 또 한 장의 마감된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리믹스 방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원곡을 장르와 분위기 면에서 아예 뒤틀어서 전혀 다른 곡으로 탄생시키거나 약간의 변형, 혹은 첨가를 통해 원곡의 분위기를 이어가거나. 물론, 만족도는 그때그때 다른데, 본작은 따지자면, 후자의 리믹스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전작의 소울풀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힙합 비트를 좀 더 가미하거나 연주의 구성을 살짝 바꾸는 방식이다.

    가히 전설 속 사이렌에 비견할만한 에리카 바두의 음색을 타고 흐르던 재즈 스탠더드 “Afro Blue”는 샘플링 작법의 장인 나인스 원더(9th Wonder)의 차지게 달라붙는 둔중한 드럼과 폰테(Phonte)의 매력적인 라임이 보태지면서 멋진 힙합 소울의 기운이 더해졌고, 모스 데프(Mos Def)가 랩핑과 즉흥적 보컬을 얹었던 타이틀곡 “Black Radio”는 힙합계의 거장 피트 락(Pete Rock) 특유의 맛깔스러운 스네어와 편곡을 통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루브를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고(故) 제이 딜라에 대한 헌정이 담긴 “Dillaude #2”에서 벅차오르는 감동은 그를 기억하는 흑인음악 팬만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리라.

    그야말로 [Black Radio Recovered: The Remix EP]는 EP의 특성과 가치를 한껏 살린 작품이라 할만하다. 더불어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네오 소울 음악을 그리워하던 이들이라면, 본작을 통해 당시의 소울풀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차분한 트랙들의 진행은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음악으로써도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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