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다이나믹 듀오 - Luckynumbers
- rhythmer | 2013-07-16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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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다이나믹 듀오 (Dynamic Duo)
Album: Luckynumbers
Released: 2013-07-02
Label: 아메바 컬쳐
Rating:
Reviewer: 이병주
장르 씬을 넘어 대중음악사적으로도 확실히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는 특별한 존재다. 씨비 매스(CB Mass)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몇 장의 명반을 선보였고, 그 사이 평단과 장르 마니아, 대중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으니 말이다. 장르의 고유한 색채를 잃지 않고 거둔 성과이기에 씬에서 바라보자면 더욱 의미 있기도 하다. 어느덧 한글 제목 옆에 빠짐없이 붙어있는 영어 제목에서는 H.O.T대신 그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게 되기도 했다. 특히, 그들이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나 가사 및 음악의 무드를 통해 드러내는 유쾌함과 친근함은 힙합이란 장르의 낯설고 강한 인상을 누그러뜨리기 시작한 이후, 점점 더 대중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는데, 이번 일곱 번째 정규앨범도 이러한 사랑을 끌고 가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타이틀곡인 “BAAAM”은 그들도 이미 예전에 충분히 표현한 바 있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와 시선이 담겨 있지만, 세련되고 감각적인 비트 위에 매력적인 후렴을 얹어 전혀 진부하지 않고 강렬한 트랙으로 완성됐다. 그 중심에서 그들의 랩핑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음은 두말할 것 없다. 맛깔스러운 보컬로서 영역을 점차 확보해나가고 있는 개코의 성취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 전체로 확대해보면, 전작에서부터 느껴지던 가사에서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미 지난 앨범에 대한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을 ‘좋은 음악’에서 ‘끝내주는 음악’으로 끌어올려 주던 핵심 동력이 바로 가사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위트 있는 표현이 적절히 등장하고 있지만, 곡 하나에 통째로 독특한 색채를 덧씌웠던 이야기와 시선이 예전만 못하다. 자신들의 속 얘기와 정서는 다른 랩퍼들도 쉽게 다리를 걸치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영역으로 한 발 들어갔고,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에 나선 “비극 pt.2(Tragedy Part 2)”와 같은 곡도 다소 쳐지는 비트와 라이밍이 한몫하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내용만이 담겨있을 뿐 생생함이나 흥미를 주는 대신 무미건조하게 다가온다.
프로덕션 적으론 산만하게 뻗어 나가며 습작에 가까운 트랙들도 일부 담겨있던 전작에 비해 한결 정리되고 다듬어져 있는데, 트랙 간 편차가 꽤 있는 건 여전하다. 전체적으로 중반부에 몰려 있는 매력적인 트랙들의 완성도를 전반부나 후반부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빈티지한 느낌을 물씬 풍기며 잘하는 것이 극대화된 “만루홈런(Lee Dae Ho)”이나 독특한 무드에 섬세하고 촘촘한 표현들이 살아있는 “Airplane Mode”와 같은 곡이 특히 귀를 잡아 끄는데, 그 사이 트랩 뮤직(Trap)과 만남이 다소 어긋난 “슛 골인(Shoot – Goal In)”과 같은 곡은 또 하나의 무르익지 못한 시도로 끝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괜찮은 앨범을 만들고도 높은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날 선 비판과 실망스러운 반응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그들이 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높은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다이나믹 듀오가 루키도 아닌 이상 단지 지난 앨범보다 낫다는 걸 앨범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비중 있는 근거로 삼기에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최고의 랩퍼이자 때로는 수준급 프로듀서로서 변함없이 굳건하게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지만, 색다른 이야기꾼의 모습이 흐릿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직은 더 크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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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gh (2013-07-17 05:03:45, 222.233.162.***)
- 한층 뒤로 물러섰던 전작에 비해 이번엔 한 발 나선 느낌이었습니다. 실력의 퇴보와 진보를 말하는 건 아니고...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갔던 다듀가 다시 씬으로 나선 듯했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씬에 위트있는 일갈을 날리는 측면이 그러했고요. 이야기의 매력이 떨어진 점은 공감합니다. '비극 Part.2'는 처진 분위기에 무미건조한 이야기라 Part.1에 비해 감흥이 적었고 '가끔씩 오래 오자'는 5집의 '청춘'과 6집의 '막잔하고 나갈게'를 적당히 혼합한 느낌이라 다른 방향으로 풀어냈더라도 좀 애매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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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옥 (2013-07-16 22:47:32, 175.114.45.***)
- 리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논지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10장의 정규 앨범과 활발한 외부활동등 CBMASS시절부터 다이나믹듀오로서 낸 결과물들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바라는 것은 조금은 과도한 집착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게는 아직까지 최고의 컨셉앨범이자 그들의 작업물중 가장 최고라고 생각되는 것은 Taxi Driver(2003)입니다. 하지만 30대가 넘어 그들이 사는 하루 하루를 부담없이 담아내는 요즈음의 그들 음악도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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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ng_A (2013-07-16 22:35:52, 14.37.148.***)
- 공감가는 글이네요.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 쩔어준다는걸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생각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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