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Joe - Double Back: Evolution of R&B
- rhythmer | 2013-07-26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Joe
Album: Double Back: Evolution of R&B
Released: 2013-07-02
Rating:
Reviewer: 강일권
2003년 작 [And Then…]이후, 조(Joe)의 커리어에서 [Signature]를 제외하곤 모두 헛스윙에 가까웠다. 그렇게 ‘조’라는 이름이 담보하던 모든 음악적 장점들과 함께 그마저도 서서히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현존하는 가장 달콤한 알앤비 뮤지션 중 한 명, 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 미려한 흐름 속에서 강렬하게 살아나는 멜로디, 미끈하면서도 극적으로 파고드는 보컬… 그만큼 이 앨범 속 멜로디와 보컬 사이의 정분은 매우 두텁다.앨범 제목 ‘Double Back: Evolution of R&B’는 본작의 음악을 논하는데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상반된 의미의 단어가 포진한 탓에 음악적 방향성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헷갈릴 수도 있지만, 앨범 속 음악들은 핵심 키워드가 ‘Double Back(오던 길로 되돌아가다)’임을 말해준다. 조는 본작에서 초기적의 강력한 알앤비 발라디어로 돌아가 있으며, 이제는 올드 스쿨이라 부르게 된 90년대 알앤비 팬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제인 ‘Evolution of R&B’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현 메인스트림 히트곡의 형태가 아닌 모습으로서 ‘알앤비의 진화’를 바라는 조의 바람이 그 하나, 전통적인 알앤비의 특성이 많이 사라진 작금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음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알앤비의 진화‘라는 역설이 다른 하나다.
앞서 언급했던 멜로디, 보컬의 힘과 더불어 본작의 탁월한 점은 바로 언제 마지막 곡이 끝난 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유기적인 전개다. 마치 잔잔하게 진행되면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잘 만든 로맨스 영화와도 같다. 아스라한 로즈 피아노(Rhodes Piano) 연주와 후렴구에 어우러지는 혼 섹션이 멋들어진 미디엄 템포 트랙 "Something For You", 도회적인 신스와 그루브, 그리고 그 속에 살짝 녹아든 필리 소울 풍의 관악 세션이 아름다운 “Easy”,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I Got the Feelin'”을 샘플링하여 달콤한 소울에 포개놓은 “Baby”, 어반 컨템포러리 트랙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I’d Rather Have a Love",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나 메리 제인 걸스(Mary Jane Girls) 등의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80년대의 여유롭고 나른한 그루브가 살아있는 “Mary Jane”, 가사에서 ‘you’를 ‘R&B’로 바꾸어보면, 본작의 제목이 지닌 의미와 상통하는 마지막 곡 “Double Back” 등은 그 안에서도 인상적인 씬들이다. 가사적으로도 투 숏(Too Short)과 함께한 “1 To 1 Ratio”가 다소 튀긴 하지만, 여러 곡에 걸쳐 플레이보이 기질을 배제한 로맨틱한 감성과 삶의 철학을 무겁지 않게 녹여내며, 음악의 감흥을 더한다.
어느덧 조가 데뷔한 지도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본작은 예전의 조를 그리워했던 이들은 물론, 그동안 조를 몰랐던 이들에게도 알앤비 음악의 가장 달콤하고 포근한 면을 선사할 것이다.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주류에 편승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 팬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지만,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앨범을 들고 여전히 알앤비 음악의 세계 안에 우뚝 서 있다. 그래, 우리가 조에게 원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원할 앨범은 바로 이런 거였다….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