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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ce Hood - Trials & Tribulations
    rhythmer | 2013-07-30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ce Hood
    Album: Trials & Tribulations
    Released: 2013-07-16
    Rating:
    Reviewer: 강일권









    혹시라도 프로덕션의 스타일만으로 에이스 후드(Ace Hood)의 음악을 단순히 트렌디한 힙합을 두둔하는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이를테면, ‘꼭 랩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니야.’내지는진중한 내용의 랩/힙합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즐기기에 좋은 힙합도 필요하다고!’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에이스 후드를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앨범을 채우고 있는 트랙들은 대부분 클럽에 어울리는 트랩 뮤직(Trap Music)을 표방하고 있지만, 에이스는 클럽을 찾은 이들과 방송국 관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랩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적으로 비슷한 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랩퍼들 사이에서 에이스를 차별화하는 요소임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발목을 잡는 요소이기도 하다.

     

    에이스 후드에게는 세 가지의 큰 아픔이 있다. 그는 딸을 잃었고,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으며, 홀어머니 밑에서 아버지의 사랑 없이 자랐다. 이 아픔들은 에이스 후드가 랩에 담고자 하는 주제의 근간을 이루는데, 주로 ‘Grindin’’이나 ‘Hustle’이란 단어로 대표할 수 있는 거리에서 고투라든지 신을 향한 자기 고백(필자 주: 에이스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혹은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통해 표현되곤 한다. 전작의 제목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의 제목(‘Trials & Tribulations’/갖가지 고난)만 봐도 그의 태도가 얼마나 의미심장한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주제들이 표면화되는 과정의 진부함과 기술적 장치의 부재다.

     

    진중한 신앙간증(“Testimony”)으로 시작하여 어머니에 대한 사랑 표현(“Mama”)으로 앨범이 마무리되는 동안, 에이스는 그동안 겪은 고통과 아픔을 얘기하고, 현재 이룬 부와 명예를 과시하며, 자신이 충분히 지금의 지위를 누릴 가치가 있음을 역설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판에 박은 듯한 묘사가 반복되는데다가 특별한 메타포나 언어적 유희마저 거의 없는 탓에 곡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분위기에 완전한 몰입이 어렵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가장 주력하여 담아내고 싶어했던 이야길 담은 트랙들과 상업성을 고려한 트랙들, , 싱글 “Bugatti” “We Outchea”, “We Them Niggas” 같은 흔한 자기 과시 트랙들이 적절히 어우러졌다기보다 어지럽게 뒤섞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꾸준히 신을 언급하며 강인한 모습과 나약한 모습을 번갈아 내비치거나 어머니를 화두로 삼는 것을 비롯하여 주제를 전개하는 데 치밀한 라임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투로 비추어보아 언뜻 투팍(2Pac)과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행히도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는 건 어느 정도 탄탄한 프로덕션과 그에 잘 맞물리는 에이스 후드의 랩핑이다.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트랩 뮤직 트랙들에서 드럼, 베이스, 신스 사이의 탁월한 공간감과 사운드는 확실히 현 메인스트림 힙합의 진가를 느끼게끔 하고, 보컬리스트와 결합을 통해 멜로디컬함을 부각하는 트랙들도 구성의 묘가 엿보이는 배치 덕에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에 전작의 많은 부분에서 감지되던 (이제는 너무나도 진부한) ‘툭 내뱉기 플로우(이번 앨범에서는 “Before The Rollie”에서처럼)’를 배제하고, 톤을 약간은 낮춘 상태에서 비트에 맞게 강약을 조절하는 랩핑도 인상적이다. 특히, 반복되는 일렉트릭 건반과 낮고 차갑게 떨어지는 808드럼이 잘 어우러진 “We Them Niggas”, 무겁고 미려한 두 가지 톤의 건반과 앤서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감성을 건드리는 “The Come Up”, 우주적 사운드 소스들과 부유하는 사운드 속에 재지한 건반을 살짝 떨어뜨려놓은 “Hope”, 소울풀한 보컬 샘플과 생생한 라이브 드럼의 매력만으로 곡을 주도하는 “My Bible”, 대선배 소울 뮤지션 베티 라이트(Betty Wright)의 진하고 아름다운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대미를 장식하는 “Mama” 등은 언급한 장점들이 잘 어울린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다만, 투 체인즈(2 Chainz) “Birthday Song”의 공동 프로듀서이자 트랩 뮤직의 기대주인 소니 디지털(Sony Digital)이나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 등은 별다른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트랙들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그 정도가 크지 않아서 그렇지, 이번 앨범은 랩적으로나 음악적으로도 전작들보다 나아졌다. 그러나 그가 정말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의 곡들 중에 단 한 곡도 청자의 가슴을 파고들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부분이다. 에이스 후드가 다소 과소평가된 랩퍼이긴 하지만, 서서히 베테랑의 경력에 접어들고 있는 이상, 확실하게 자신을 증명하는 앨범을 발표하지 못한다면, ‘과소평가라는 표현마저 무색해질 것이다. 분명히 [Trials & Tribulations]는 지금보다 더 인상 깊은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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