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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Kid Tsunami - The Chase
    rhythmer | 2013-08-02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Kid Tsunami
    Album: The Chase
    Released: 2013-06-18
    Rating:
    Reviewer: 강일권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프로듀서 키드 쓰나미(Kid Tsunami)의 이 앨범은 그 이름처럼 갑작스레 씬을 강타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의 그가 발표한 앨범 속에는 마스타 에이스(Masta Ace), 쿨 쥐 랩(Kool G Rap), O.C., 케이알에스-(KRS-One), 바하마디아(Bahamadia) 등등, 이름만 들어도 ‘Wack MC’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랩 거성들이 즐비하고, 단 한 곡도 허투루 넘길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붐 뱁(Boom Bap) 사운드가 그득하다. 별다른 정보나 기대 없이 보러 갔다가 만족감에 웃으며 나오는 영화, 본작은 딱 그런 경우다.

     

    MPC2000xl, 프로툴즈(pro tools), 테크닉스(technics 1200s) 등을 주력 무기로 삼는 키드 쓰나미의 프로덕션은 가공되지 않은 듯한 질감의 드럼을 기반으로 펑키하고 나른한 기타 리프, 재지한 호른, 건반, 비브라폰 등의 악기 샘플과 리릭(Lyric) 샘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있다. 특히, 그의 드럼은 붐 뱁 류 드럼의 최강자들인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나 피트 락(Pete Rock)이 아니라 또 다른 베테랑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에 가까운데, 몇몇 지점에서는 그보다 더욱 차지고 역동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어 놀라움을 안기기도 한다.  

     

    참여한 랩 베테랑들과 궁합도 매우 좋다. 랩퍼들은 흔한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필자 주: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허풍을 가미한 과시를 일컫는다)에서 벗어나 힙합이 음악과 문화로서 가지고 있는 멋을 역설하는데 집중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옛날이 진짜고 좋았지.’식이 아니라 힙합이 지닌 가치와 멋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현재 힙합이 잃은 것과 잃을 수도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살짝 곁들이는 식이라 전혀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감흥을 선사한다. 

     

    도톰한 드럼과 미려하게 흘러가는 비브라폰 샘플 위로 O.C.가 궁극의 플로우를 얹은 “Catch Wreck“, 여유롭고 나긋한 피아노 루핑, 그 사이를 짧고 굵게 비집고 들어오는 호른, 그리고 마스타 에이스의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이 만나 감탄을 자아내는 “Twothousand40”, 진취적인 비트와 힙합이라는 예술의 기본적인 유형을 해치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제이 라이브(J-Live)의 가사가 인상적인 “What It Was”, 재지한 비트와 힙합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하는 엘 다 센세이(El Da Sensei)의 라이밍이 빛을 발한 “Take It Back”, 역시 재지한 호른과 베이스를 타고 흐르는 바하마디아 특유의 타이트한 읊조림이 반가운 “Authentic”, 벌떼 같은 비트 위에서 힙합과 힙합 문화의 정수를 웅변하는 케이알에스-원의 랩핑이 심장을 울리는 “These Are The Facts“ 등은 키드 쓰나미와 랩퍼들의 합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특히, “Catch Wreck“이나 “Twothousand40” 같은 트랙은 O.C.와 마스타 에이스의 옛 걸작에서 하이라이트 한 부분을 뚝 떼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감동적이다.

     

    [The Chase] 90년대 힙합 씬을 풍미했던 뮤지션들과 그 시대를 함께 겪어온 힙합팬들을 위해 키드 쓰나미가 준비한 성대한 잔치와도 같다. 90년대 붐 뱁 힙합을 동경해오며 그에 영향받았던 젊은 프로듀서가 자신만의 질감으로 완성한 힙합 사운드의 성찬을 준비한 다음 당대의 거성들을 초대했고, 그 베테랑들은 저마다 초대된 이유를 정확히 간파하여 명성에 걸맞은 랩으로 화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때때로 90년대 힙합 스타일의 음악을 두고 그저 낡은 것이라 치부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90년대 힙합이 최고지!’라는 의견과 함께 편협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미 힙합 씬에서 나오는 앨범 중 차트와 대중을 겨냥한 싱글이 아닌, 수록곡들의 비중을 살펴봤을 때, 당대의 작법과 사운드에 기반을 두거나 영향받은 음악이 여전히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고장 난 게 아니라면,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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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할로윈1031 (2013-09-05 11:03:27, 175.202.126.***)
      2. 다른것 보다 Large P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프로듀서라 굉장히 반갑고 맘에듭니다 ㅎㅎ
      1. Fukka (2013-08-21 00:09:07, 39.7.20.**)
      2. 이거 리뷰보고 들어봤는데 최고였습니다.
      1. 박영재 (2013-08-09 01:35:23, 59.24.127.**)
      2. 무슨 괴물 앨범입니까...
      1. 김선생 (2013-08-06 09:35:57, 175.214.138.***)
      2. 이 앨범 듣고픈데 정보도 없고
        아우 궁금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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