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기리보이 - 육감적인 앨범
- rhythmer | 2014-02-04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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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기리보이(Giriboy)
Album: 육감적인 앨범
Released: 2014-01-20
Rating:
Rating (2020) :
Label: Justmusic Ent.
Reviewer: 오이
스윙스(Swings)를 주축으로 한 저스트 뮤직 소속의 기리보이(Giriboy)는 개성과 대중적 기호를 파고들 수 있는 잠재된 가능성을 지닌 뮤지션이다. 기리보이의 강점은 솔직하고 일부에선 다소 유치하다 느낄 수도 있을 가사와 그에 어울리는 어눌한 듯한 보컬과 랩의 조화다. 그리고 이렇게 그를 대변하는 몇 가지 특징은 단점이 되기보다는 장점으로 치환된다. 가사에 담긴 가벼운 말장난과 감정 기복은 동시대 또래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충분히 즐길 요소를 줬다. 물론, 이런 동시대적 공감이 기리보이만이 주는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음악적 완성도도 함께 이끌어냈다는 게 중요하겠다.이전에 발표한 EP [치명적인 앨범]과 마찬가지로 본작 [육감적인 앨범]은 솔직한 연애담을 기반으로 담백한 멜로디와 느릿한 비트가 일정한 호흡을 맞춘 앨범이다. 신발을 질질 끌 듯 느릿한 비트와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어눌한듯한 랩과 보컬은 기리보이라는 상징처럼 그의 음악을 관통하며, 이번 앨범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앨범 제목에서 감지되듯이 가사 면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대체적인 작법과 흐름은 전작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
일단 싱글로 먼저 발표했던 “Skit”과 “Wake Up”만으로도 컨셉트의 방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늘 해오던 스타일의 답습과도 같이 느껴지는 이 싱글들이 앨범의 다른 곡들과 또 다른 자아처럼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앨범 전반으로 본다면, 그는 이전처럼 멜로디를 강조한 보컬과 보컬을 뒷받침하는 비트를 팝적인 감성으로 풀어냈으며, 랩 역시도 보컬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여 곡의 마디마디를 연결했다. 일정한 BPM의 비트와 랩은 그의 확실한 자기 표식처럼 되었고, 이는 기리보이의 음악색깔을 한층 더 뚜렷하게 한다.
대표적으로 멜로디를 강조한 비트와 '우리는 불장난을 해/우린 춤을 춰야 해/고기를 구워야 해/불씨가 끊기지 않게'(Camp)처럼 직접적인 화법으로 연결한 메타포는 특정한 이야기의 흐름을 지녔다기보다 기리보이만의 메시지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유치할 만큼 솔직한 연애담인 “쌩얼”과 “숨” 등에선 매끄럽고 담백하게 이어지는 비트와 유연한 멜로디가 돋보이는데, 그가 탄탄한 음악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굳이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수록한 이유가 납득되는 부분이다. 비록, 다소 동떨어진 듯한 “Skit”과 “Wake Up”으로 인해 '육감적'이란 단어를 갸웃하게 하기도 하지만, 곡 전반에 적절히 버무려진 추상적인 감성은 '치명'과 '육감'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한때 무조건 사회 비판적이고 공격적이라 여겨졌던 랩/힙합 음악은 그 초점이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 '나'에게 옮겨오면서 가사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은 그릇에도 상당한 변화가 왔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그 과정이 다소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며, 비난과 환영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어쩜 기리보이가 구사하는 다정다감하고 달콤한 멜로디와 가사의 음악을 현재 비판받는 많은 메이저 랩 곡들과 비슷한 부류로 느낄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동안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랩과 보컬, 힙합과 팝의 경계를 뚜렷이 긋지 않은 결과물을 통해 그가 어필해온 정체성은 굳이 장르적 전통성이나 깊이를 따지지 않고 편히 즐길 수 있게 할만한 설득력이 있게 됐다. 비록, 변화라는 단어를 쓸 만큼 이전 작과 차별성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같은 자리에서 비슷하게 흘러나온 음악이 아닌 각각을 어떻게 다르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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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2014-04-19 00:03:39, 117.123.97.***)
- 5월18일 아산갤러리아 기리보이 온답니다!!!!!!핫!초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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