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Snoop Dogg - Bush
    rhythmer | 2015-05-25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noop Dogg
    Album: Bush
    Released: 2015-05-12
    Rating:Rating:
    Reviewer: 남성훈









    닥터 드레(Dr. Dre) [The Chronic]과 데뷔앨범 [Doggystyle]이라는 두 장의 위대한 힙합앨범을 통해 등장한 스눕 독(Snoop Dogg)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적 인기는 물론, 음악적인 역량까지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대중음악 역사상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비결은 경력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바로 랩퍼로서 고유함과 음악적 유연함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두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경력에서 실패라고 단정할 수 있을 만한 유일한 지점이 90년대 말의 노리밋(No Limit)표 프로덕션을 과도하게 흡수해보려다 어그러진 [Da Game Is To Be Sold Not To Be Told] 정도인 것이 이제는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러한 행보의 시작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이후 닥터 드레와 다시 협연하면서 남부 힙합을 적절하게 흡수한 두 장의 앨범으로 중심을 잡고는 여섯 번째 앨범 [Paid Da Cost To Be Da Boss]에서 본격적으로 캐릭터와 스타일을 과감하고 유연하게 확장해나가기 시작한다. 결과는 현재까지 매우 성공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프로덕션 팀 넵튠스(The Neptunes)의 퍼렐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가 있었다.

     

    퍼렐은 특유의 매끈하게 뽑은 미니멀한 비트 위에 스눕 독의 나른한 듯 날카로운 랩핑의 묘를 살리는 트랙들을 주조해 여러 차례 멋진 궁합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비트에 착 달라붙는 뛰어난 전달력의 랩을 활용한 댄스 팝 프로덕션 트랙들로 균형을 맞춰주며, 스눕의 성공적인 행보를 이끌었다. 오직 둘만의 콜라보 앨범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건 매우 당연했다. 그 와중에 2013년 스눕은 자신의 음악인생에 또 다른 전환을 시도한다. 일부 이벤트 트랙이 아닌 굉장히 과감하게 앨범 단위로 특정 장르에 자신을 스스로 투신시켰으며, 그 결과 두 장의 앨범 [Reincarnated], [7days of Funk]가 탄생했다. 스눕 라이언(Snoop Lion), 스눕질라(Snoopzilla)로 맞춤형 자아를 때마다 만들어낸 것은 앨범의 콘셉트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 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스타일에 잘 녹아든 스눕의 유연함과 함께 앨범의 목적이 뻔뻔할 정도로 뚜렷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레게 음악과 함께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고, 하나는 피-펑크(P-Funk)를 향한 두 음악인의 무한한 애정이었으니 말이다.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7days of Funk]는 걸작으로 남았다.

     

    스눕 독의 신작 [Bush]는 퍼렐과 본격적인 협연이 이루어진 2002년 이후, 그리고 힙합 랩퍼로서 치열함을 잠시 놓아둔 2013년의 전혀 다른 두 성공적 행보가 뒤섞여 있다. 그의 경력을 멋지게 연장한 파트너 퍼렐 윌리암스와 드디어 찾아온 콜라보 앨범이기도 하고, 앨범 단위로 새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이 두 방향의 행보에서 성공적이었던 것들을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고, 그래서 [Bush]에 대한 기대는 정말 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기대가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모든 트랙을 주조한 퍼렐 윌리암스의 프로덕션은 최근 그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가볍고 긍정적인 느낌을 살린 펑크(Funk)에 알앤비, 힙합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한 넘버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퍼렐의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났던 [GIRL]은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성급했다는 아쉬움이 강했다. 시대를 이끈 날카로운 감각의 프로듀서가 힘을 쫙 빼고 만들어낸 앨범엔 완성도 있는 대중 친화적 팝 트랙을 만들어낼 줄 아는 퍼렐 윌리암스가 있을 뿐, 젊은 거장의 면모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약간 톤다운 된 [Bush]의 트랙들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퍼렐의 프로덕션이 거의 전부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뜨악함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의 주인공이 스눕 독이라는 점은 치명적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파티 무드에 주안점을 둔 프로덕션을 배신하지 않고, 스눕 독은 트랙 대부분에서 굳이 랩을 하지 않는다. 노래하는 스눕은 이제 어색하지 않고, 때로는 꽤 효과적이지만, 퍼렐 프로덕션의 호스트 역할에만 충실한 그의 솔로 앨범을 듣는 경험은 그다지 짜릿하지 않다. 당연히 보컬의 수준 자체가 주는 감흥도 미미하다. 대신 비트가 만들어내는 그루브를 능글맞게 타며 센스 있는 중의적 가사로 흥을 돋우는 호스트 스눕의 존재감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마저도 감상의 중심을 스눕으로 옮겨와 집중했을 때의 이야기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음악정도로 느껴지는 앨범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하지만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를 [Bush]와 유사하게 자신의 존재감 자체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여 새로움을 추구한 두 전작 [Reincarnated], [7days of Funk]가 가졌던 뚜렷한 콘셉트와 동일 선상에 놓기엔 무리가 있다. 거장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조력한 "California Roll"을 비롯하여 괜찮은 트랙이 포진한 앨범이지만, 특별히 흥미롭게 주시할만한 트랙을 찾기 어렵고, 스눕과 퍼렐 모두 한 발씩 물러나 서로를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듯하다가 마무리되어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Bush]가 스눕 독의 공식적인 13번째 솔로작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이는 앨범을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기제라기보다 [Bush]의 밋밋한 진행을 만들어 낸 방향처럼 보인다. 그래서 퍼렐 윌리암스와 스눕 독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음악에 거는 뻔한 기대는 벗어났을지언정 새로운 차원의 감흥과도 한참은 거리가 멀어졌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악이지만, 애초에 둘의 시너지가 풍성하게 펼쳐지기 어려운 한계선 안에서 만들어진 앨범을 만난 것은 달갑지 않은 결과다. 별다른 변화 없이 제 역할을 다 한 게스트 보컬, 랩퍼들의 퍼포먼스가 [Bush]를 감상하면 유독 기억에 남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9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pusha (2015-05-26 00:03:22, 211.244.31.***)
      2. 몇몇곡은 너드 앨범에 스눕이 피처링한 모양새같았슴
        살짝 주객이 전도된듯해서 좀 아쉬웠네요
      1. The Neptunes (2015-05-25 16:16:22, 61.102.87.***)
      2. 기존 넵튠즈와 스눕독의 콜라보를 기대했으면 실망스러웠을 앨범.
        퍼렐이 프로듀싱한 BUSH라는 앨범의 주인공이 왜 굳이 스눕독 이여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 앨범이었다.
        다른 특색있는 뮤지션 혹은 보컬과 함께 했으면 더욱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앨범이 됐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