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Hiatus Kaiyote - Choose Your Weapon
    rhythmer | 2015-05-27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Hiatus Kaiyote
    Album: Choose Your Weapon
    Released: 2015-05-01
    Rating: 
    Reviewer: 강일권









    지난 '56회 그래미 어워드 (2014)' '베스트 R&B 퍼포먼스' 부문 후보 리스트에서는 생소한 이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큐팁(Q-Tip)이 피처링한 트랙 "Nakamarra"의 주인공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가 그들이다. 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4인조 밴드는 비록, 수상의 영광을 누리진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의 많은 블랙뮤직 팬과 매체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러한 관심이 찬사로 옮겨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하이어터스 카이요티의 음악은 굉장하다.

     

    싱글 "Nakamarra"와 데뷔 앨범 [Tawk Tomahawk] 2000년대 소울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그들은 약 3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Choose Your Weapon]에서 더 탄탄한 음악과 구성으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하이어터스 카이요티의 음악은 따지자면, (그들 스스로도 칭했듯이) 2010년경부터 대두된 '퓨쳐 소울(Future Soul)'의 영역에 속한다. 알앤비/소울에 기반을 두고 일렉트로닉, 덥스텝, 펑크(Funk), 재즈, , 힙합, 록 등이 불규칙적으로 어우러져 구축된 스타일이다. 이와 비슷하게 혼합에 기반을 둔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보컬과 사운드 측면에서 기존 알앤비의 울타리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다면, 퓨쳐 소울은 큰 틀에서 전통적인 부분은 고수한다는 게 차이다. , 이들의 음악은 매우 진보적임과 동시에 과거의 향수 또한 중요하게 품고 있다. 그리고 [Choose Your Weapon]은 이러한 특징의 결정체다.

     

    행동의 중단을 뜻하는 'Hiatus'와 세상에 없는 단어인 'Kaiyote'를 결합하여 궁금증을 유발했던 그룹 이름만큼이나 그 음악적인 속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앨범이다. 다른 많은 걸작처럼 두세 번의 감상만으로 빨려 들어가는 류가 아니란 얘기다. 물론, 전반적인 무드와 뛰어난 연주, 그리고 매혹적인 보컬의 합만으로도 충분한 희열을 선사하지만, 한 곡 한 곡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여 듣다 보면, 그 이상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 곡이 매우 치밀하게 구성되었음에도 즉흥 연주와 보컬의 매력이 조금도 반감되지 않는 오묘한 맛이 있다. 특히, 기본 바탕이 되는 폴리리듬(polyrhythm: 둘 이상의 서로 다른 리듬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 위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변주를 비롯하여 실제 연주와 디지털 소스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순간은 가장 귀 기울여야 할 지점이다.

     

    스윙 스타일의 드럼과 베이스가 주도하는 초반부를 지나 아프로 리듬의 소울로 전환되는가 싶더니 곧 프로그 록(Prog Rock)과 일렉트로닉이 뒤섞인 사운드로 30여 초를 조지다가 다시 처음의 스윙 재즈로 돌아오는 2번 트랙 "Shaolin Monk Motherfunk", 서정적이고 재지한 소울로 진행되다가 퍼커션과 신시사이저 연주가 어우러지며 흥겨운 프리 재즈로 돌변하더니 보컬 나이 팜(Nai Palm)의 애드립을 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른한 기운의 소울로 마무리되는 "Jekyll" -곡의 소재인 '지킬 앤 하이드'에서 상반된 인격의 흐름을 묘사한 듯하여 더욱 흥미로운 곡이다-, 소울과 드럼 앤 베이스의 인상적인 결합을 들려주는 4분여를 지나, 세계 최초로 비디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자 작곡용 컴퓨터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한 '아타리'를 주제 삼은 곡답게 칩튠 (Chiptune)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Atari", 그루브한 소울 트랙으로 반쯤을 오르다가 잠시 리듬 파트가 빠지고 숨 고르기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변칙적으로 몰아치는 리듬과 보컬이 혼을 쏙 빼놓는 “Molasses” 등은 언급한 특징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무엇보다 그토록 장르, 스타일, 무드적으로 변화무쌍함에도 작위적인 부분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은 채 흘러간다는 점에서 더 감탄을 자아낸다.   

     

    물론, 이렇게 눈에 띄는 변주와 복잡한 구성만이 하이어터스 카이요티의 음악이 지닌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흡사 제이딜라(J Dilla)의 프로덕션을 연상하게 하는 일렁이는 신스 사운드 위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그의 걸작 [천공의 성 라퓨타]에 대한 헌정을 담은 “Laputa”, 이미 EP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흥겨운 트랙 "By Fire", 여유로운 나일론 기타와 고혹적인 현악 사운드, 그리고 세심한 보컬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The Lung", 앨범 내에서 가장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힙합과 펑크 그루브의 이상적인 결합이 인상적인 "Swamp Thing" 등등, 앨범엔 그저 넋 놓고 듣게 만드는 곡이 넘쳐난다.  

     

    사실 요즘 같은 '장르 혼합의 보편화 시대'엔 지나치듯 들었을 때 '그럴듯하게 들리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작품들도 많다. 그러나 [Choose Your Weapon]은 믿어도 좋다. 그동안 나온 양질의 얼터너티브 소울이나 블랙 뮤직에 기반을 둔 퓨전 음악, 혹은 네오 소울 결과물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본작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반복 청취를 권한다. 그러다 보면 앨범을 듣는 약 70여 분의 시간 동안 어느샌가 그들의 세계로 완전히 흡수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4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0r트모스 (2015-05-29 14:20:50, 210.223.121.**)
      2. 오 두번째곡 정말 좋아요 하이에터스 코요테 라는 좋은 뮤지션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1. cenarhexa (2015-05-28 09:10:42, 183.107.106.***)
      2. 강일권님, 리뷰하신 음반마다 다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음악 많이 알게 되었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