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 - Surf
- rhythmer | 2015-06-08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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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
Album: Surf
Released: 2015-05-28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3년 발표한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의 두 번째 믹스테입 [Acid Rap]은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오리지널 트랙으로 채워진 믹스테입은 뛰어난 완성도로 입소문을 타며 대중에게 퍼져나갔고, 믹스테입이었음에도 많은 매체가 뽑은 그해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 같은 [Acid Rap]의 성공을 시작으로 그가 속한 시카고(Chicago) 기반의 크루 세이브머니(SAVEMONEY)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챈스의 음악 동료인 빅 멘사(Vic Mensa)는 최근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작업하고, 락 네이션(Roc Nation)에 입단하여 정규앨범을 준비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고, 또 다른 멤버인 토키오(Towkio)는 믹스테입 [.wav Theory]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크루는 힙합을 중심으로 애시드 재즈, 모던 록, 하우스, 일렉트로닉 등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며 대체로 밝고 청량한 분위기를 담은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챈스 더 래퍼가 멤버로 속한 5인조 밴드, 도니 트럼펫 앤 소셜 익스페리먼트(Donnie Trumpet & Social Experiment)가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발표한 앨범 [Surf]는 이러한 밴드의 지향점을 잘 대변해준다.최초 국내외 매체를 통해서 [Surf]가 [Acid Rap]의 뒤를 잇는 챈스 더 래퍼의 솔로 프로젝트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는 반만 맞는 이야기이다. 챈스 더 래퍼가 밴드의 리드 보컬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팀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Surf]는 밴드의 리더이자 세이브머니의 재즈 트럼펫 주자인 도니 트럼펫(a.k.a. Nico Segal)에 방점이 찍혀있는 앨범이다. 구성적으론 보컬이 꽉 차 있는 트랙과 여백을 가진 트랙들이 교차하고, 프로덕션은 힙합에 재즈적인 요소가 섞였다기보다는 도니 트럼펫의 혼(Horn)을 필두로 하는 밴드 사운드에 힙합, 다운템포 알앤비, 댄스 팝, 하우스 등의 장르가 입혀진 느낌이 강하다.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은 밴드의 연주를 만나면서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하며, 청량감이 느껴지는 일관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혼 연주가 중심이 되어 곡을 이끌어가는 재즈 풍의 연주곡 “Nothing Came To Me”와 “Something Came To Me”는 각각 앨범의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본작의 색깔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트랙인 “Sunday Candy”에서 마치 뮤지컬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틱한 구성이라든지 “Windows”의 후반부에서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뮤지컬 [라이온 킹, Lion King]을 떠오르게 하는 코러스 운용은 [Surf]가 지향하는 사운드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챈스 더 래퍼의 역할도 눈여겨 볼만하다.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라우리(Raury),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제이콜(J. Cole) 등등, 색깔이 확실한 뮤지션을 비롯하여 총 2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가운데, 그는 리드 보컬로서 게스트와 합을 맞추다가도 때로는 주인공의 자리를 내주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챈스 더 래퍼의 존재감이 죽지 않는 것은 참여 진이 그가 펼쳐 놓은 주제 안에서 각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의 큰 주제는 참여 진 중 한 명인 제이콜 역시 주창했던 '자신을 사랑하자.'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Windows”와 빅션(Big Sean), 제르미(Jeremih), 카일(KYLE)이 참여한 “Wanna Be Cool”은 대표적인데, '그를 선망하거나 그처럼 되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라'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개성 없이 획일화된 스타일을 따라가는 여성들에 대하여 말하는 “Famillar”라든지 연주곡의 제목이 “Nothing Came To Me”에서 “Something Came To Me”로 이어지는 것 역시 앨범의 주제를 의미심장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음악은 훌륭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꽉 찬 구성의 곡과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하며 여백을 살린 곡이 수시로 교차하기 때문에 좀 더 세심히 감상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여러 게스트가 참여한 트랙을 제외하고 대부분 곡에서 챈스 더 래퍼와 코러스의 보컬은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지는 또 하나의 악기처럼 쓰이고 있는데, 두 성향의 트랙 간 분위기의 낙차가 큰 탓이다. 일관된 분위기 속에서도 적절한 전환으로 앨범을 구성했던 [Acid Rap]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몇몇 매체에서는 본작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에 비교하며, '90년대 재즈 힙합의 결을 잇는 앨범이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Surf]는 한 장르로 특정할 수 없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담고 있으면서도 [TPAB]보다 밝고 청량하며 부담 없이 듣기에 편한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Surf]는 현시점에서 힙합이 다양한 장르를 만나 긍정적인 형태로 진화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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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q (2015-06-09 15:33:34, 1.232.255.***)
- 요즘 날씨에 듣기좋은 청량한 앨범이였던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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