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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he Internet - Ego Death
    rhythmer | 2015-07-07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he Internet
    Album: Ego Death
    Released: 2015-06-29
    Rating: 
    Reviewer: 황두하









    LA
    기반의 힙합 집단 오드 퓨쳐(Odd Future)는 지난 2012년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명작 [Channel Orange]를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양질의 음반을 차례차례 내놓으며 탄탄한 음악적 기반을 가진 크루로 자리매김했다. 그 사이 발표한 앨범들 중 크루 내의 유일한 소울 밴드 인터넷(The Internet)2[Feel Good] 역시 소울과 펑크(Funk)를 기반으로 트립 합(Trip Hop) 요소까지 적절히 녹여내며 준수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특히,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애매한 사운드로 혹평받았던 1[Purple Naked Ladies]와 달리 한층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매트 마션스(Matt Martians)의 탄탄한 프로덕션과 밴드의 주축 시드 더 키드(Syd tha Kyd)가 앨범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 진가를 드러내며 다음 결과물을 기대하게 하였다.

     

    크루의 존재감은 희미해졌지만, 올해 초 얼 스웻셧(Earl Sweatshirt)과 타일러(Tyler, The Creator)가 각각 신보를 발표하고 프랭크 오션 역시 새 앨범 소식을 전하는 등, 멤버들은 여전히 ‘12~’13 시즌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인터넷은 전작들을 웃도는 탄탄한 완성도의 세 번째 정규 앨범 [Ego Death]를 통해 만개한 음악적 역량을 뽐내고 있다. 프로덕션은 지금까지처럼 소울 음악 바탕에 펑크와 EDM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었다. 다만, 전작 [Feel Good]보다 라이브 연주의 질감이 거세된 편이며, 무드는 더욱 어두워졌다. 또한, 보다 확장된 사운드의 전개가 돋보이는데, 트랙들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니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자넬 모네(Janelle Monáe)가 게스트로 참여한 “Gabby”는 묵직하게 박히는 베이스 라인을 중심으로 기타 리프와 신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전개되는데, 다양한 소스가 가미되며 상반된 분위기로 전환되는 후반부가 극적인 감흥을 더한다. 또한, “Special Affair”는 느릿하게 진행되는 베이스 라인 뒤로 자연의 소리(새소리, 물소리 등)를 소스로 깔아 나른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여운을 남긴다. 한편, 펑키한 리듬감이 강조된 “Under Control”, 초반부터 치고 들어오는 빅 멘사(Vic Mensa)의 랩이 인상적인 “Go With It”, 타격감이 강조된 드럼과 절제된 신스가 어우러진 “Partners in Crime Part Three” 등에서는 좀 더 밴드로서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에 집중한 느낌이다.

     

    특히, 7분여의 러닝타임을 가진 대곡들에서 이들이 전작보다 훨씬 더 곡을 흡입력 있게 끌고 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just Sayin’/I Tried”는 각기 다른 사운드의 두 트랙을 과감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전혀 이질감 없이 곡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흥미로운 건 전반부에서 드웰레(Dwele)“Find A Way” 벌스 라인과 스눕 독(Snoop Doog)“Still A G Thang”에서 짧게 반복되는 코러스 라인을 차용한 것이 엿보이는데, 그 배합이 워낙 절묘하여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선배 뮤지션들에 대한 인터넷의 재치있는 오마주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외에도 프로듀서 카이트라나다(Kaytranada)를 초빙한 “Girl”PBR&B 사운드를 부각하다가 후반부에서는 신스와 드럼의 변주를 통해 트립 합 사운드를 극대화하며 귀를 사로 잡고, “Something’s Missing” 역시 적절한 변주 후에 이어지는 후반부의 중독적인 코러스 라인으로 긴장감 있게 곡을 마무리한다.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보컬 시드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노랫말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던 그녀는 첫 번째 트랙인 “Get Away”부터 커리어를 이어오며 부와 명성을 쌓은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데에 성적 지향을 적극적으로 내세운다. 곡 대부분은 여성들에 대한 구애와 연인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에 관하여 다루는데, 남성 보컬이었다면 특별할 것 없었을 가사들이 시드의 매력적인 보컬과 정체성을 거치며 다른 차원의 감흥을 선사해준다. 이는 프랭크 오션의 음악들이 커밍아웃 이후, 묘한 해석의 감흥과 함께 더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던 것과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몽글몽글하고 나른한 분위기의 프로덕션과 가사, 시드의 캐릭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에 없던 새로운 색깔의 작품이 완성된 것이다. ‘자아의 죽음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역설적으로 시드의 진정한 자아가 발현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Ego Death]는 두 장의 정규 앨범을 거치며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꾸준히 성장하여 얻어낸 결과물로, 인터넷이 지향하는 음악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음악적인 방향을 틀지 않고 고유의 색깔을 지켜내며 성취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여기에 시드의 정체성이 보다 확연히 드러나면서 밴드의 음악은 전보다 오묘하고 신비한 매력을 품게 되었다. 훌륭한 프로덕션과 캐릭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2015년 알앤비 씬에 또 하나의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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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Young THUGGER (2016-08-28 16:35:06, 59.29.231.**)
      2. 이 앨범.. 죽이네요
      1. blanq (2015-07-07 18:04:01, 211.36.148.**)
      2. 프로덕션이 전작보다 무르익은 느낌이였습니다 정말 좋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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